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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기업들-스트롱 컴퍼니 신도리코]남의 돈 안쓰는 내실경영이 불황 모르는 진짜비결조 절감

[강한 기업들-스트롱 컴퍼니 신도리코]남의 돈 안쓰는 내실경영이 불황 모르는 진짜비결조 절감

신도리코(대표 우석형)는 구랍 23일 기업들의 목줄을 옥죄는 IMF(국제통화기금) 한파(寒波)에도 불구하고 전직원의 12%에 해당하는 1백34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 경쟁업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연말 보너스 3백30%도 예정대로 지급됐다. 불황 때문에 대기업에서 지금 하고 있는 감원이나 감봉조치는 신도리코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이처럼 불황 속에서 고성장을 구가하는, 즉 ‘불황에 강한 기업체질’을 보여주는 상징들은 회사내 도처에 널려 있다. 신도리코 아산공장은 지난 연말에 복사기 7만대, 팩시밀리 5만대의 연 수출물량을 막바지에 대느라 휴일도 반납한 채 불을 밝히며 야간작업에 몰두했다. IMF 충격으로 수출업무에 일손을 놓고 있는 업체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IMF충격에도 끄떡없어 IMF 불황에 뒤이은 주가폭락으로 대부분의 기업 홍보책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을 때 신도리코 홍보책임자들은 거꾸로 인터뷰 요청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락장세 속에서도 신도리코가 외국증권사들의 ‘매입 표적 우량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ING베어링스 같은 외국계 증권사들은 “신도리코의 내실경영 자료를 보내달라”고 보챘고,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 같은 국내외 언론들은 사장 인터뷰를 하자며 연이어 달려들었다. 신도리코는 오래 전부터 복사기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40%. 경영지표에서도 ‘강한 체질’을 읽을 수 있다. 우선 부채비율이 낮다. 일반기업의 3백% 수준의 10분의 1도 안되는 26% 수준이다. 96년에는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낮았다. 98년에도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중견기업 치곤 캐시 플로(현금 보유액)도 엄청나다. 97년 매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2천7백80억원이지만 캐시 플로는 무려 1천3백50억원에 달한다. 현금이 너무 많아 ‘즐거운 고민’을 할 정도다. 세전 경상이익률도 96년 15.1%에서 97년 19.8%로 크게 높아졌다. 60년 창업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신도리코는 이같은 수익력을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고액배당을 해 온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97년 3월 주총에서는 무려 30%의 배당을 했다. 이처럼 ‘강한 체질’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사내외 전문가들은 창업주인 우상기 회장과 우석형 사장 같은 최고경영진의 ‘고집스런 혜안(慧眼)’을 강한 체질의 근원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혜안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철저한 ‘현금 제일주의’원칙과 ‘기술 제일주의’정신이 그것이다. 이는 결국 우사장의 지론인 ‘기본에 충실하자’를 실천한 것이다. 우사장은 요즘 IMF 불황 때문에 ‘강한 신도리코의 비결’을 묻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답은 항상 같다. ‘특별한 게 없다’는 것이다. 남의 돈 안쓰고 내실경영하면서 기술개발로 경쟁력 있는 싼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게 ‘비결 아닌 비결’이란 얘기다. 하나씩 살펴보자. 가급적 돈을 빌리지 않는다는 주의다. ‘빚지면 망한다’는 게 창업주의 일관된 신념이자 고집이다. 이는 금융권의 부채회수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IMF시대에 더욱 빛난다. 또 매출확대보다는 순익증대가 기본 경영전략이다. 불황이 깊어지자 지난 10월 우사장이 97년 매출목표를 3천2백억원에서 4백억원을 줄이며 내실경영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목표대로 밀고 나가다간 신도리코는 물론 ‘한 가족’인 대리점들마저 재고부담으로 고생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매출확대보다는 순익증대 선택 96년 들어 신도리코가 연 1억 달러대의 수출 결제수단을 엔화에서 달러화로 바꾼 것은 ‘현금제일주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엔화가 결제수단의 70%를 차지했지만 우사장은 달러값 변화가 중요하다고 판단, 대부분 달러화로 바꿨다. 지금은 반대로 달러화 결제비율이 70%다. 최근 달러값 급등은 오히려 신도리코에 몇십억원대의 엄청난 환차익을 주었다. 기술개발에 사력을 다하는 것도 신도리코 경쟁력의 비결이다.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해왔다. 우사장은 80년 신도리코에 들어오자마자 국내 복사기업체 중에서는 맨처음으로 기술연구소를 설립(82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복사기·팩시밀리의 국산화도 그래서 가능했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도리코는 94년 세계 최초의 종이걸림 자동제거 복사기 개발, 복사기의 핵심부품인 OPC드럼의 국산화, 95년 특수용지 개발, 96년 복사기 주변장치인 자동편철분류장치의 개발 같은 뛰어난 성과를 계속 쏟아냈다. 이 때문에 신도리코는 일본 리코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복사기를 수출하면서도 기술개발 로열티는 따로 받고 있다. 남보다 앞선 기술개발도 돋보인다. 98∼99년 수출물량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서 현재 연구개발하고 있는 복사기 제품은 2000년 시장을 겨냥한 것들이다. 이같은 고부가가치 기술이 뒷받침되었기에 신도리코는 1인당 생산성(매출 기준)을 3배나 늘릴 수 있었다. 매출이 9백70억원이었던 90년이나 3배 가량 뛴 2천8백10억원의 97년이나 전체 직원수는 1천1백명으로 엇비슷하다. ‘고객제일주의’도 신도리코가 강한 기업이 된 비결이다. 일례로 신도리코는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구랍 23일자로 대고객서비스센터를 서울·부산의 기존 4곳에서 서울·인천·분당·대전·광주·전주·원주·대구·부산 등 13군데로 대폭 확장했다. 서비스 기술요원도 70명에서 1백40명으로 크게 늘렸다. 고객밀착 경영을 하자는 뜻이다. 이처럼 서비스센터를 확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IMF불황이 심화되고 시장개방이 확대되면 국내 경쟁업체 중 하나가 문을 닫을 수도 있고, 그러면 거대한 한국 OA(사무자동화)시장을 제록스, 캐논 같은 일본의 유명한 복사기업체들이 합작이 아닌 직접 진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시대의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사전 자구책인 셈이다. 신도리코의 최종 목표는 일본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OA업계의 세계 최고 회사’‘최고의 복지수준을 자랑하는 회사’‘2002년 1조원 매출의 초우량 회사’가 신도리코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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