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에 미친 젊은이만 오라
소프트웨어에 미친 젊은이만 오라
지난 1월10일 서울 한복판 오피스빌딩이 밀집한 압구정동의 한 신축빌딩.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신우섭군은 방학중 요즘 이 건물 8층에서 살다시피한다. 점심 무렵 일어나 식당에서 때늦은 아침을 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그후에는 따로 마련된 방에 틀어박혀 밤을 꼬박 새워가며 컴퓨터와 씨름한다. 소프트웨어를 짜는 것이다. 집에 가는 날은 1주일에 고작 1~2번 정도다. 이곳에는 그 말고도 이런 대학(대학원)생들이 1백60명쯤 된다. 청바지, 추리닝에 슬리퍼까지 복장에 구속은 없다. 출입도 아무 때나 마음대로다. 이곳이 바로 삼성전자가 24시간 운용중인 ‘소프트웨어멤버십’제도 현장이다. 자기가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개발할 수 있도록 삼성측이 모든 것을 지원하는 일종의 연구실이다. 6~11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10여개의 사무실에 회원들 각 개인에게 펜티엄Ⅱ급 PC와 17인치 모니터 등이 지급된다. 게다가 40명이 잘 수 있는 침실과 전자레인지 등이 갖춰진 부엌, 체력단련실, 샤워실, 휴게실 등까지 있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이곳에선 웬만한 수도권 소재 대학생들을 다 만나볼 수 있다. 여학생도 10%쯤 된다. 서울 논현동과 부산, 광주, 대구, 대전에도 이런 연구실이 하나씩 더 있다. 91년 논현동에서 시작, 95년 이를 지방으로 확대됐다. 작년 12월 약 1백50명에 불과하던 회원이 이번에 압구정동에 새로운 연구실을 마련한 것을 계기로 4백명선으로 늘어났다. 조만간 이를 5백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현재 회원을 추가 모집중이다. 일단 대학을 졸업하면 회원 자격은 자동적으로 박탈되며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인원은 1백60명 정도에 이른다. 이중 작년에만 60명 정도가 삼성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안병재 과장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학생들은 원할 경우 전원 채용하고 있다. 바로 실무에 배치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 검증된 인재들이라 학점이 낮아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대개 창업을 택하고 있다. 서울에서 지금까지 설립한 벤처기업은 15개 정도. 교육용 CD롬 등을 만드는 마인즈라는 회사는 이곳 출신 17명이 나가서 함께 세운 회사다. 인트라넷 전문업체 웹인터내셔널 윤석민 사장도 과학기술원 재학시 이곳을 거쳐갔다. 현재 사업자 등록을 갖고 있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외부 용역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회원 모집은 2학기말쯤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실시하며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심사하는 엄밀한 선발과정을 거친다. 작년 말의 경우 2백여명을 뽑는데 1천명 가까이 응시해 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실력만 있다면 전공과 성적, 어느 학교 출신이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실적도 짭짤하다. 음악 선생님, 그림벗 등 상당수의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이미 그중 일부는 삼성컴퓨터 구입시 번들로 제공되고 있다. ‘훈민정음’ 등 삼성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기도 한다. 또 각종 소프트웨어 공모전 및 경진대회 등에도 참여해 다수의 수상 실적도 있다. 삼성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프트웨어야말로 21C 국가 및 기업경쟁력을 좌우할 주요 산업이라고 보고 미리 끼 있는 대학생들을 골라 양성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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