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자체브랜드PB상품, 실속파 몰리는 할인점 점령

자체브랜드PB상품, 실속파 몰리는 할인점 점령

서울 장이동에 살고 있는 주부 이지선(29)씨는 집 주변에 위치한 할인점에서 주로 쇼핑을 한다. 특히 그녀는 이제 돌을 막 지난 아들 기저귀를 사면서부터 재미를 붙인 할인점 자체브랜드(PB, Private Brand)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가격은 싸면서 품질도 나무랄 데 없기 때문. 처음에는 기저귀, 휴지 등 생필품만 구입했지만 요즘은 우유 등 각종 식품에서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도 PB제품을 택한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손잡고 자체적으로 기획해 양질의 상품을 저가에 공급하는 PB제품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PB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PB제품이 맹활약하는 곳은 실속파들이 몰려드는 할인점. 활성화된 경우 PB제품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할인점들은 공통적으로 휴지, 기저귀 등 생필품과 우유, 면류 등 식품을 PB제품으로 갖추고 있지만 업체별로 특징 있는 대표 PB제품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일반 유명상표 제품들을 제치고 당당히 품목별 일등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두 4천5백여개 PB제품을 보유하며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PB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신세계이마트. 이들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대표 PB제품은 바로 TV다. 1997년 중소업체 현우맥플러스와 손잡고 개발한 신세계이마트의 PB ‘시네마플러스’는 전체 TV 판매량의 30%를 차지한다. 14인치 소형TV에서 시작한 ‘시네마플러스’는 현재 대형TV는 물론 평면TV도 제작하고 있다. 국내에서 백색 가전을 PB제품으로 개발한 예는 신세계이마트가 처음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96년 국내에 1호점을 연 프랑스계 유통업체 한국까르푸가 자랑하는 PB제품은 헤어드라이기, 커피메이커, 면도기 등의 소형 가전 제품. ‘퍼스트라인’과 ‘블루스카이’ ‘까르푸’ 등 세 가지 브랜드로 출시되는 소형 가전 PB제품은 모두 80여 품목으로 지난해에 비해 3배 정도 증가했다. 이 중 ‘퍼스트라인’과 ‘블루스카이’는 한국까르푸뿐 아니라 전세계 까르푸 매장에서 통용되는 인터내셔널 PB제품이다. 한국까르푸에서 눈길을 끄는 PB제품 중 또 다른 하나는 찰떡초코파이다. 이 제품은 중소업체인 삼진식품이 공급한 것으로 99년 첫 판매 후 2주 만에 일반 초코파이 판매를 넘어서는 등 쾌속 성장을 이어왔다. 한국까르푸측에 따르면 현재 찰떡초코파이는 월 평균 4∼5만 상자가 팔려, 일반 초코파이 3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삼진식품은 한국까르푸에 독점 납품한 사실을 인정받아 독자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하는데도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PB제품 수가 적은 롯데마그넷에서 가장 잘 팔리는 PB제품은 우유와 화장지다. ‘마그넷 그린시유’와 ‘마그넷 화장지’ 모두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는 롯데마그넷 전체 매출 중 PB제품 매출 비율이 약 2%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각 할인점 별로 간판 PB제품들이 등장해 유명 상표를 누르고 일등 상품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PB제품은 싸기만 하면 된다”는 기존의 인식을 깰 만큼 품질이 좋아진 덕분이다. 신세계이마트 홍보실의 홍순상 대리는 “예전에는 PB제품 개발을 위해 중소업체나 업계 2위권 업체와 손을 잡았지만 최근에는 1등 업체들과 손잡는 예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즉 PB제품의 가격이 일반 제품에 비해 싼 것은 유통 단계와 마케팅 비용을 줄인 덕분이지 품질이 나빠서는 아니라는 것. 그는 또 구매 담당자들이 제조업체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가격보다는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외 업체와 비교할 때 아직 국내에서의 PB제품 개발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컨설팅업체 ㈜프로데코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를 놓고 볼 때 한국의 PB제품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에 이르는 일본에 비해 2배 정도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많은 유통업체들이 PB제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몇몇 업체들의 경우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PB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포장지에 회사 이름만 인쇄하면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 이처럼 안일하게 개발된 PB제품은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게 마련이다. 김배한 프로데코 대표는 “PB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명상표에 비해 두드러지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무조건 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고객의 잠재적 니드 분석을 통해 상품을 기획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가계대출 이용자 1인당 평균 대출 잔액 9500만원 기록…3년 만에 500만원 상승

2회계 부정 신고 올해 179건이나…최고 포상금 2억700만원

3“소송에 세금 사용하지 말라”…가수 이승환, 콘서트 취소한 구미시장에 법적 대응

4“한국은 경쟁국보다 규제 과도해”…대한상의 ‘첨단 전략산업 규제 체감도 조사’ 결과 발표

5실손보험료 내년에 더 많이 오른다…3세대 실손은 20%까지 올라

6 윤 대통령, 공수처 2차 출석 요구 불응…공수처 "기다릴 것"

7성탄절 낮 최고기온 11도까지…눈은 없지만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

8내년 주요 시공사 계획 분양 물량 14만6000여 가구…2000년 이후 최저치 기록

9한우부터 삼겹살까지 반값...홈플러스, 인기 먹거리 특별 할인

실시간 뉴스

1가계대출 이용자 1인당 평균 대출 잔액 9500만원 기록…3년 만에 500만원 상승

2회계 부정 신고 올해 179건이나…최고 포상금 2억700만원

3“소송에 세금 사용하지 말라”…가수 이승환, 콘서트 취소한 구미시장에 법적 대응

4“한국은 경쟁국보다 규제 과도해”…대한상의 ‘첨단 전략산업 규제 체감도 조사’ 결과 발표

5실손보험료 내년에 더 많이 오른다…3세대 실손은 20%까지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