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용 줄이면 포상”...승무원 숙소비 깎고 보험은 뒷전 [에어프레미아, 승무원 혹사 논란]②
- 기존 대비 비용 절감 시 포상
비용 감축 대상에 승무원 숙소 및 셔틀 운행 비용 포함
정작 필요한 승무원 보험은 나 몰라라
노조 “김정규 회장 체제 이후 비용 압박 심해져”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임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장 휴식과 관련된 사안에서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객실 승무원들의 운항 피로도가 가중되는 모양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지난 5월 에어프레미아의 대주주가 된 이후 비용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는 게 노동조합 측 주장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김정규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신규 '포상금 제도'를 꺼내 들었다. 비용 절감에 동참할 경우 거액의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존 B2B(기업 간 거래) 계약 총액 대비 10% 이상 절감 시 1000만원 ▲20% 이상 절감 시 2000만원 ▲30% 이상 절감시 3000만원 ▲40% 이상 절감 시 5000만원 ▲50% 이상 절감시 1억원을 포상금으로 준다.
문제는 비용 절감 대상 항목 중 하나가 승무원들의 체류비(해외 비행에 따른 숙소·셔틀 비용 등)라는 점이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주요 호텔들과 계약을 맺고 임직원들에게 숙박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객 승무원들이 해외 비행 후 현지에서 체류(레이오버)할 때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주요 숙소는 ▲W호텔 (로스엔젤레스) ▲E호텔(뉴욕 리버티) ▲H호텔(샌프란시스코) ▲R호텔(방콕) ▲C호텔(다낭) 등이 있다. ‘에어프레미아 취항지 레이오버 호텔 임직원가 안내’에 따르면 미국 W호텔 숙박료는 세금 포함 1박당 약 137달러(약 18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사 측은 포상금을 준다는 명목하에 기존 보다 저렴한 곳으로 숙소 변경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포상금 1억원을 받기 위해 기존 대비 50% 이상 계약 총액을 줄였을 경우, 로스엔젤레스 숙박료는 1일 약 9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노조 관계자는 “9만원으로는 호텔은커녕 모텔과의 숙박 계약도 힘들다”며 “회사가 비용을 아낀다는 이유로 퀵턴(비행 후 바로 돌아오는 일정)을 늘린데 이어, 급기야 직원들의 숙소 비용까지 건드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의 횡포에 승무원들의 휴식의 질이 떨어지면서, 항공 운항의 안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 소속 승무원 역시 “4만 피트(약 1만2000m) 상공에서 운항하는 비행기는 기차, 버스와는 분명히 다른 대중 교통 수단”이라며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인적자원의 피로도 관리 실패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치면 무방비
더 큰 문제는 현지에서 승무원들이 다칠 경우 원활한 치료도 어렵다는 점이다. 에어프레미아가 승무원 대상 해외상해보험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가입 사유는 '적절한 상품을 찾지 못해서'다.
‘2024년 2·4 분기 에어프레미아 노사협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객실 승무원 측은 "현지 체류 중 부상 발생 시 보험처리가 어렵다”며 보장성 보험 도입을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보험은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다른 LCC들의 경우 해외상해보험에 가입 돼 있는 상태다. 일례로 진에어의 해외상해보험에는 ▲해외 병원 치료 실비 보장(자기부담금 약 3만원) ▲해외 입원 치료비의 80% 보장(자기부담금 2만원) ▲해외 통원 자기부담금 1만원 등 승무원 복지 및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보장 장치가 마련돼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사내보장제도가 마련돼 있는 상태다. 해외 체류 중 임직원들이 상해를 입었을 경우 현지 진료비 및 치료비 등을 보장해주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해외상해보험의 경우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현재 임직원 단체 보험이 가입돼 있고, 해외상해보험은 노조 및 노사협의회 요청으로 검토했으나 적합한 상품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상해 발생시 회사가 책임지고 보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리띠 졸라매는 이유는
에어프레미아 노조는 김정규 회장 체제 이후 지출 항목별 비용 삭감 지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규 회장은 타이어뱅크 자회사 AP홀딩스를 통해 에어프레미아 지분 70% 이상을 확보하며, 올해 5월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어 2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과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약 22%의 지분까지 오는 9월 중 추가로 매입하기로 하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김 회장이 대주주가 된 이후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를 이유로 각 부서에 구조조정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본 운영비용조차 설명을 요구받는 상황이라 업무 집중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사 측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은 만큼 대대적인 비용 절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에어프레미아에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렸다. 현행 항공사업법 시행규칙 제30조(재무구조 개선명령)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된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완전자본잠식이 되는 경우에 한해 재무구조 개선을 명할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자본잠식률을 살펴보면 ▲2022년 66.9% ▲2023년 82.1% ▲2024년 81.4%다. 재무구조개선 기한은 2년이다. 즉, 에어프레미아는 2026년 9월까지 자본잠식 문제를 해소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462억원가량의 자본금을 투입해야한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비용절감은 특정인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전사적 차원의 경영 판단과 위기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항”이라며 “급변하는 항공산업 환경과 회사의 재무적 과제를 고려한 다각적인 판단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재무구조 개선명령 해소라는 중대한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선, 전사 차원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핵심 운영 중심으로 효율성을 재정비 하고 있다”며 “특정한 개별 지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결단코 없으며, 현재 진행 중인 비용 구조 조정 및 효율화는 지속가능한 서장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불출석 버티기 이제 끝” 특검, 오늘 尹 체포영장 집행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우승 '드라이브' 걸었다! 한화, NC 손아섭 영입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스코틀랜드까지 쫓아간 韓경제팀…긴박했던 ‘막전막후’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상상인저축은행, OK금융 이탈에 PEF 인수설 부상…매각 장기전 가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바이오 월간 맥짚기]줄줄이 경영권 변동…마운자로 상륙에 쏠리는 이목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