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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떼고 包뗀 재정정책 藥效 적다

車떼고 包뗀 재정정책 藥效 적다

‘죽은 케인즈’가 한국 경제를 살릴수 있을까-. 미국의 ‘9·11 테러사건’ 뒤 세계 경제정책의 중심축이 뚜렷하게 재정정책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시장주의가 힘을 잃고 있는 반면 재정정책을 통해 정부의 시장개입을 주창하는 케인즈 이론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것. 특히 테러 당사자인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1천3백억 달러에 이르는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란 카드를 꺼내며 케인즈 이론 부활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경기 침체 탓에 고민에 빠진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나라 살림이 적자가 나더라도 나라 금고를 열어 경기를 살리라는 ‘케인즈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습이다. 벌어들인 만큼 쓴다는 기본 상식도 잠시 접었다. 기업과 가계가 경제를 받치지 못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나쁜 탓이다. 정부는 세금 등으로 걷어들인 돈으로 경기를 살리는데 쓴다는 계획이다. 부족하면 빚까지도 얻는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이미 미국 테러사태를 빌미로 금과옥조처럼 여기다 오히려 족쇄가 됐던 ‘균형 재정’ 모토도 차제에 전면 재고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다만 이런 처방이 한국 경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좋은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되는 법인데 나랏돈을 함부로 쓰면 두고두고 후유증만 남는다. 더군다나 나라 살림이 적자가 나도 경제가 든든하게 받쳐주는 미국과는 형편이 판이하게 다르다. 나라 빚이 점점 불어나는 상황이라 언제까지 ‘곳간’을 비워둘 수도 없다. 그렇다고 가라앉는 경제를 그냥 바라만 볼 수도 없는 급박한 상황이다. 특히 정치계절에 접어들면서 나중이야 어찌됐든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나라 금고를 열어 제껴 마구 쓰고픈 정치적 유혹도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딱한 처지인 셈이다. @재정지출확대가 만병 통치약일까=정부가 경기 둔화에 맞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크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나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여 경기를 조절하고, 재정정책은 세율이나 정부지출을 조정해서 경기를 잡는데 포커스를 둔다. 그래서 재정정책은 성격상 통화정책보다 약발이 듣는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이다. 경기 침제 탓에 고민에 빠진 미국이 단기 처방전으로 금리를 내리는 통화정책을 써온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미국은 올 들어서만 금리를 9번이나 내렸다. 올 초 6.5%에서 4%포인트나 내려 62년 7월과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미국 FRB가 이렇게 유례 없이 허둥대며 금리를 내렸지만 경제는 좀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FRB는 단기 금리만 통제할 뿐이며 소비와 투자 심리를 좌우하는 장기 금리는 어쩔수없이 시장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에 영향을 주겠지만 결국 경제회복을 믿는 확신이 서야 소비나 투자가 살아나기 마련이다. 결국 테러사태로 더욱 다급해진 미국은 재정 카드를 꺼내 ‘신뢰 쌓기’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그렇듯 재정정책도 허점이 많다. 자칫 잘못 쓰면 부작용도 기대했던 약발도 안 먹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구잡이로 씀씀이를 늘리면 결국 정부 부채가 늘 수밖에 없는데다 자칫 나랏돈이 엉뚱한 곳에 쓰일 공산이 큰 게 우리의 경험이다. 더구나 정치시즌과 맞물리면 나랏돈을 공돈처럼 선심성에 퍼붓기 십상이다. 이론적으로 민간 부문의 투자를 위축시키기 마련인 재정정책은 그만큼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탓에 이 약효를 제대로 보려면 화타에 버금가는 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금을 깎아주는 경우에도 민간 부문의 호주머니를 불려 지출을 늘리지만 약발은 단기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언젠가 세금을 다시 올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장 무턱대고 쓰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재정지출을 늘리면 결국 ‘큰 정부’를 만든다. 통화정책을 제한하면서 재정정책을 남용한 일본의 케이스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재정정책은 잘해야 경제를 제자리에 머물게 하고 잘못되면 침체만 더 부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원론적인 지적이다. 다만 저금리 속에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정책말고 어떤 수단이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재정정책이 ‘필요악’일지 모르지만 당장 경기를 살릴 수단이 마땅찮다는 논리다. 최흥식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금리를 잇따라 내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통화정책도 한계가 있다”며 “재정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기를 살리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약은 제때에 제대로 썼나=재정정책이 약점이 적진 않지만 그나마도 제때에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8월까지 정부 통합재정수지(수입-지출)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한 게 좋은 예다. 재정을 이른 시일 안에 집행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진념 경제팀의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됐다. 지난 10월4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1년 1∼8월 통합재정수지’에 따르면 통합재정수지 흑자는 16조3천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13조원 흑자에서 두 달이 지나는 사이 더 늘었다. 정부가 돈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빨아들인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0월10일 ‘위기시의 비상경제정책’ 보고서에서 정부가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특히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려고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는데도 통합재정수지가 흑자 행진을 이어간 점과 지난해 10월 경기가 꺾일 때 두 차례나 금리를 올린 점을 대표적인 경기 역행 처방이었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경제정책 탓에 경제에 혼선만 빚고 부작용만 남겼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9월 ‘재정운용이 경기에 미친 영향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미숙한 재정 운용이 경기 둔화를 부채질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재정 지출이 대개 4분기에 집중되는 만큼 올 한해 전체로 보면 정부의 재정운용이 큰 무리는 없다는 옹호론도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마이너스까지는 아니더라도 균형 수준까지는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도 목소리도 높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재정정책은 대개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난 1분기 때의 재정 긴축책은 현재(3분기)의 경기침체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통합재정수지가 8월까지도 흑자를 기록한 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상반기를 기점으로 특별팀까지 만들어 재정 집행 상황을 점검하고 조기 집행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통합재정수지가 흑자를 냈고 그만큼 내년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경기 띄울 묘수는 뭔가=재정정책 수단은 크게 세율과 공공지출 조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감세 논쟁은 정국의 화두로도 떠오르고 있다. 경험적으로 감세가 재정 지출보다 더 강력한 부양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소득세를 중심으로 모두 2조5천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내놓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법인세까지 포함해 모두 5조6천억원에 이르는 감세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그러나 법인세도 내리자는 한나라당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정기 재경부 조세정책국장은 “금리가 크게 떨어져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적은데다 세수가 크게 줄 수 있어 법인세율 인하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더군다나 정부는 세금을 내리더라도 소급 적용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8월부터 ‘현금’을 돌려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소급 적용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데는 무용지물이다. 공연히 효과도 없는데 립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크다. 민간연구소쪽에서는 아예 부가가치세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조세 수입에서 소비세 비중은 40%대로 OECD 평균(30%대)보다 높다. 이렇게 간접세 비중이 높은 탓에 경기가 좋을 때는 세수가 늘고 실업급여 같은 정부 지출이 줄어 경기 과열을 제어하고 경기가 나쁠 때는 반대 작용으로 경기 급락을 막는 재정의 자동 안정화 기능이 선진국보다 떨어진다. 재정이 넉넉하진 않지만 경기를 살리려면 어디에 써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예컨대 경기 부양에 효과가 크다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경우가 그렇다. 이제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기 때문에 옛날처럼 쏟아부을 상황이 아니란 것. 그렇다고 미국처럼 실업수당을 펑펑 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수상 기자회견에서 감세보다 실업연금 강화책이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도가 다른 우리로선 당장 미국 흉내를 낼 수도 없다. 임지원 JP모건증권 부지점장은 “재정을 어디에 쓸지가 고민이라면 한번 늘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지출을 늘리지 말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특히 세금 부담의 형평성에 불만이 많은 만큼 현실적인 수준에 맞춰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예산안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경기 진작과 건전 재정 기조 유지라는 두 가지 엇갈린 목표를 조화시키려는 흔적이 역력하지만 그에 따라 당장 급한 경기 부양 재원이 모자란 감이 있다는 게 중평이다. 특히 가용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했느냐가 문제다. 정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SOC 건설과 과학기술투자 확대 등에 포커스를 뒀다고 주장했지만 SOC투자 확대는 예산의 평균 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복지비 지출은 그 반대다. 내년 사회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3.1% 늘린 9조6천억원으로 긴축 편성했다고 밝혔지만 올해 추경을 빼고 본예산에 대비해 보면 무려 18.6%나 늘어난 규모다. 지방선거와 대선 등을 앞둔 선심성 예산이란 비난을 들을 만하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GDP 대비 정부 부채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지만 전세계적인 경기후퇴 상황에서 정부측이 균형 재정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며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곳에 돈을 집중적으로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지난 10월11일 세종대 세계경영대학 조찬회에서 “수출과 설비 투자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총수요를 뒷받침하려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정부가 이미 벌여놓은 SOC 사업을 중심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하면 선심정책이란 비난도 피해갈 수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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