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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슈퍼엔 4,50代 주부가 없다

온라인 슈퍼엔 4,50代 주부가 없다

일러스트 김회룡
이젠 무거운 장바구니 대신 한 손에 잡히는 마우스만 있어도 시장 보는데 문제는 없다. 아마추어 솜씨로 고심해서 좋은 물건을 고를 필요 없이 전문가인 바이어가 골라주는 상품(上品)의 물건들이 집 앞까지 배달돼 온다. 이는 모두 온라인 식품점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나타난 시장 보기 新풍속도. 특히 최근엔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전통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터넷상에 식품 전문 쇼핑몰을 개설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꼼꼼한 준비 없이 서둘렀다간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지난 7월 미국에서 촉방받던 인터넷 식품점 웹밴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파산했다는 뉴스는 새롭게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는 유통업체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버스 중단이 촉발 백화점을 중심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터넷 식품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셔틀버스 이용객의 대부분은 주부들로 이들의 식품매장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결국 유통업체들은 셔틀버스 중단으로 인한 식품 매장 매출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올 초부터 두드러진 이 같은 움직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폭 늘어난 상품 종류. 몇몇 가공식품이나 특산품에 그쳤던 예전의 모습에서 탈피해 청과·야채·정육 등 오프라인 식품점들이 갖추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상품을 갖췄다. 가장 먼저 기치를 올린 곳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분당에 자리한 삼성플라자(www.esamsungplaza.com)다. 이들은 셔틀버스가 중단되기 이전인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 식품관을 운영해 왔다. 특히 삼성플라자가 상권으로 삼고 있는 분당·수지 지역의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는 있으면서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 인터넷 식품관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이들은 홈플러스와 제휴해 할인점 가격으로 판매하고, 신선도 유지를 위해 특수 용기를 사용해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플라자보다는 늦었지만 최근 가장 공격적으로 온라인 식료품점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은 현대백화점(www.e-hyundai.com)이다. 덕분에 지난 3월 e-슈퍼마켓을 개설한 이래 최고 월 3백%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수의 상품을 같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강점은 배송 지역이 넓은데다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것. 백화점측은 “압구정, 신촌, 무역센터, 천호 등 서울 시내 7개 점포를 활용해 서울 지역 70% 정도를 커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e-슈퍼마켓 배송팀을 별도로 조직해 늦어도 3시간 이내에 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밖에 행복한세상 백화점(www.i-happy.co.kr)과 LG마트(www.lgmart.co.kr) 일산점도 인터넷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역시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입지적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곳곳에 많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슈퍼마켓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지만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은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순수 온라인 식품 쇼핑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신선도를 생명으로 하는 식품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어려운 사업이다. 그 가운데서도 업체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배송 문제. 각지에 흩어진 소비자 집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식품이라는 제품 특성상 빠른 시간 안에 배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측은 “그동안 구축해온 고객 DB를 활용해 웬만한 곳은 배달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별도의 배송팀을 운영함으로써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인건비·차량유지비 등 만만찮은 비용 증가를 초래해 이로 인한 마진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먹는 것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아직 많다는 사실이다.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식품점 이용률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식품 매장의 주요 고객들이 중장년층 주부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는 결국 온라인 식품점에 대한 신뢰도 확보의 문제로, 업체들은 제품 표준화, 철저한 A/S, 다양한 상품 구색 마련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프라인 병행은 장점 많은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오프라인에 기반을 두고 온라인으로 진출하는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순수 온라인 업체의 경우 별도로 물류 창고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비용이 만만찮은 것. 이에 반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 물건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창고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 또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오프라인에서 납품업체들과 공고한 관계를 쌓아 왔기 때문에 신생 순수 온라인 업체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마진폭이 큰 장점도 있다. 셔틀버스 운행 중단에서 촉발된 전통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식품점 진출은 아직까지 큰 수익 기반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 추가 매출을 올리기 보다는 기존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결국 업체들이 온라인 식품점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물류 비용 문제나 소비자 신뢰도 문제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전 준비 없이 서둘렀다간 무려 1억2천만 달러의 자금을 받고 2년 만에 사라진 美 실리콘밸리 벤처의 선두주자 웹밴(webvan.com) 꼴이 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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