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利潤이 공개된 후엔 사회환원 감안하라'
대덕밸리에는 ‘벤처들의 맏형’이 있다. 대덕밸리의 코스닥 1호 기업인 블루코드테크놀로지의 임채환(48)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임사장이 벤처들의 맏형으로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단지 대덕밸리 벤처기업인들의 평균 연령보다 조금 많다는 이유나 코스닥에 가장 먼저 진입해서가 아니다. ‘형’노릇을 여러 면에서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임사장은 최근 음악에 ‘푹’ 빠져 있다. 우연히 알게 된 대전시립교향악단(대전시향)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지휘자인 함신익씨(43)와는 공연에서 만났지만 이제는 ‘어깨동무’하는 사이다. 대전시향의 ‘속사정’도 함지휘자를 만나면서 알게 됐다. 다른 지역의 시립교향악단이 그러하듯 대전시향 역시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일정 부분 대전시에서 보조금을 받지만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적자에 허덕인다. 내부사정을 알게 되면서 임사장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했음은 물론이다. 이왕 시작한 일 ‘성격대로’ 두 팔을 걷어붙였다. 10대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위해 ‘팬클럽’을 결성하듯이 ‘시향 후원회’를 결성하기로 하고 본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단법인 형태의 ‘대전음악사랑 발기 준비위원회(가칭)’도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후원회 발기는 벤처기업인들과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교수들의 ‘자의 반 타의 반’(?) 참여 속에 순항하고 있다. 11월22일에는 대대적인 후원행사가 열린다. 지난 7월에는 블루코드테크놀로지가 후원하는 ‘대덕밸리 가족 음악회’도 열었다. 이 행사는 임사장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기 드물게 5백여명의 인파가 몰려 만원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 임사장이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맡고 있는 블루코드테크놀로지가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려서 ‘여유’가 있는 것 도 아니다. 주변에서는 10년 동안의 기업 경영 노하우가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주변을 둘러보라’는 교훈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10여년 동안 대덕밸리에서 기업 활동을 벌여온 그가 지역과의 밀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벤처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연대감이 중요합니다. 최근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코스닥행이 이어지고 있어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조금씩이나마 기부 문화가 정착되길 바랄 뿐입니다.“ 최근 대덕밸리에서 코스닥에 진입한 4개 회사의 사장들이 은밀하게 회동을 했다. 임사장의 ‘호출’에 대덕밸리에서 두번째 코스닥에 오른 하이퍼 정보통신의 최성수 사장, 인바이오넷의 구본탁 사장, 아이티의 공비호 사장 등 전원이 참석했다. 물론 임사장이 주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선배’로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일반에 공개된 이후에는 사회 환원도 항상 고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기업인으로도 그는 ‘모범생’이다. 임사장은 11월1일 시상식을 갖는 대한민국벤처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블루코드테크놀로지가 반도체장비 부분에서 국산화에 공이 컸고, USB 캡쳐팩, PDA용 TV수신자켓, 블루투스 프로토콜 스택 등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으면서 벤처의 귀감이 됐기 때문.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사장만의 독특한 경영이론인 ‘모듈 기업론’과 ‘철저한 공유원칙’이 빛을 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벤처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간재를 모듈화하고, 목표를 위해서는 내부직원 모두가 정보와 힘을 공유해야 한다는 그만의 이론이다. “과분한 상이지요. 지금도 조그만 벤처기업이지만 사회적 책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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