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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민창업]기술·영어에 최소 1~2년 투자해야

[해외이민창업]기술·영어에 최소 1~2년 투자해야

외국계 부동산 자문회사에서 감정 평가사로 근무하는 김기수씨(46)는 주말마다 일간신문에 게재되는 뉴질랜드 이민 설명회 안내를 보면 과거 뉴질랜드에 이민 갔던 일이 기억에 떠오르곤 한다. 8년 전 뉴질랜드 이민을 결심하고, 다니던 증권회사를 퇴직하고 오클랜드에 정착하였다. 김씨는 오클랜드 법과대학에 진학하여 뉴질랜드 변호사로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이민을 결심하였지만 현실은 무척 힘들었다. 국내에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였고, 본인 스스로 상당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공부를 준비하던 중 영어의 벽이 얼마나 높은가를 실감하고 말았다.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위하여 영어가 얼마나 중요하며 그 영어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야 되는가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막연히 현지에 가서 열심히 하면 영어가 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갔다가 결국 그 꿈을 펼치지 못하고 국내로 다시 되돌아오고 말았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김씨와 같이 준비 없이 이민을 떠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안전한 나라로 뉴질랜드가 인식되면서 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이민법마저 바뀌어 약 1억원 정도를 사업체에 투자한다는 계획서를 가지면 장기사업비자를 받을 수 있고, 입국 후 2년간 사업을 하면 영주권까지 준다는 내용에 이 땅을 떠나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 이민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민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자격여부나 현지의 교육수준 및 사업체에 관한 정보나 주거 환경들에만 관심을 갖고 있고, 정작 중요한 점인, 현지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필요하며 그를 위하여 무엇을 준비하여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민 대상국으로 여겨왔던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하면 다른 점들이 많다. 미국에는 이미 한국 사람들만의 교민 경제가 형성되어 있는 나라이다. LA나 뉴욕 등은 영어를 전혀 모르더라도 자신이 부지런하면 일할 수 있는 직업이나 직장은 얼마든지 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영어 이외에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미국이라는 큰 시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아직까지 이러한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뉴질랜드에서 일을 하고 싶은 분들은 뉴질랜드의 고용 시장에 진입하여야 한다. 인구가 4백만명도 안 되는 좁은 경제규모에서 1만명 수준의 한국 사람으로서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고는 그 땅에서 직업을 찾기는 쉽지는 않다. 그나마 가능한 직장의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한국에서 받은 교육과 경력에 대하여 그렇게 큰 평가를 하지 않는다. 설혹 그러한 점을 인정하고 고용하고 싶어도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만한 의사 소통이 되지 않으면 누가 그러한 사람을 고용하려고 하겠는가? 뉴질랜드의 교육 시장도 우리와 다르다. 자녀의 교육을 위하여 이민 가는 사람들은 자녀들이 뉴질랜드에서 교육을 받더라도 주류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고민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대학교는 졸업하기도 어렵고(대개 입학 정원의 25% 정도만 졸업), 어렵게 졸업하더라도 그 인재를 수용할 만한 경제 규모가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상당수의 대학 졸업자들이 외국에서 자기의 취업자리를 알아보거나 다시 미국 등지의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곤 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법과 대학을 다닐 때 교수 중 한 사람은 뉴질랜드에서 수상(prime minister)을 역임했던 사람이다. 이 사람은 오클랜드 법대를 나와서 미국의 법과대학을 나와 미국변호사로서 뉴질랜드로 돌아가 수상을 했었다. 수상 재임 중 현재 뉴질랜드의 교통사고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 법제를 만들었던 사람이지만, 수상 자리를 벗어난 후에는 다시 미국으로 와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 따라서 뉴질랜드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곳의 한계를 알고 본인과 자녀를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떠나야 한다. 뉴질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그곳의 기술 대학 등에 입학하여 현지에 필요한 기술과 영어에 최소한 1~2년을 투자할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교육을 받아 보다 더 큰 나라로 진출시킬 준비도 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교육받은 간호사들은 미국에 영주권까지 받으면서 취업할 수가 있다. 영어와 기술을 겸비하면 이제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살 수 있다. 오늘날 이 땅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과제는 자기의 자녀가 이 땅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더라도 앞으로의 장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무엇인가를 따지는 시대가 왔다. 이러한 점에서 경쟁력을 줄 수 있는 나라로의 이민은 이제 불가피한 추세인 모양이다. 문의:02-566-8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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