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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진단]기업들이 본 올해 금융여건은…

[국내진단]기업들이 본 올해 금융여건은…

지난 2000년 이맘때 기업 자금시장은 말 그대로 신용경색 현상이 뚜렷했다. 몇몇 대기업이 만기 회사채를 제대로 갚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한 가운데 채권시장에서는 위험 프리미엄이 속등하고 12월 한 달에만 73조가 넘는 자금이 투신사에서 빠져나갔다. 일부에서는 신용경색에 따른 기업 연쇄부도 사태와 제2 위기설까지 성급하게 제기됐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국내외 비난을 무릅쓰고 정부가 회사채 신속인수제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도 그 무렵이다. 그런 영향 탓인지 2001년 금융시장도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라는 불안요인이 잠복해 있던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등락을 반복했고, 약세를 면치 못하던 주식시장은 美 테러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4백 선으로 내려앉았다. 그에 따라 정부에서는 금융시장 안정정책을 꾸준히 내놓았다. 6%대의 콜금리를 4%대로 낮췄고, 기업 자금공급 보완대책과 증시 안정책을 꾸준히 내놨다. 이 같은 정부의 여러 정책들에 대해 평가는 엇갈렸다. 기업들은 금리인하 정책과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을 자금시장 안정에 효과가 컸던 정책으로 기억하고 있는 반면 증시안정대책과 중소·벤처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냉담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단 최악의 신용경색 국면은 벗어났다는 것이 기업자금시장 상황을 보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내 6백대 기업의 80%가 올해의 기업금융 여건이 2001년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경기회복 가시화와 금리안정에 대한 기대를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지자체 선거와 대선이 겹쳐 있는 올해 선거정국이 금융시장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무래도 선거정국에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집행이나 기존 정책의 마무리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외 요인도 만만치 않다. 외환·자본시장이 활짝 열려 있는 상황에서 국제자본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데, 美 테러사태로 촉발된 국제적인 신용불안 상태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정크본드의 거래가 급감하는 등 신용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사태와 같은 개도국 금융불안이 재발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그림 참조> .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무엇보다 경기를 띄우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이 기업금융여건 개선의 전제조건이고 경기를 진작시키려면 내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수출은 회복의 관건인 미국 경제가 상반기까지는 부진할 전망이어서 올해도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저금리 정책기조의 유지와 감세 등 기업부담을 경감해 줄 수 있는 금융·조세정책 역시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정책들로 나타났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의 주력 과제로는 매출과 이익 극대화, 재무구조 개선 그리고 유동성 확보 등을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특징은 이런 전통적인 재무관리 목표와 더불어 운용자금 수익률 극대화를 목표로 내세우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기업금융 중개기능이 약화되고,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자금을 여유 있게 확보해 두려는 기업들의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필요 이상의 자금을 갖고 있으려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기업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겠으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98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기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금융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업 스스로 재무관리 역량을 강화하여 자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기본적인 해결책임이 분명하나 정부에서도 기업자금운용과 관련된 각종 규제 철폐 등 금융여건 변화를 감안한 제도정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IMF 관리체제 뒤 우리 기업들은 금융여건의 급변을 경험했다. 간접 금융의 30% 수준에 불과하던 직접 금융실적이 3년만에 간접 금융 규모를 초과했고, 신용등급과 이자보상배율이 자금조달 비용을 좌우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는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와 방법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선거정국을 앞둔 올해 정부 당국자들은 연간 정책방향을 확정짓고 구체적 일정을 빠른 시간 내에 가시화 시켜 정치혼란이 경제회복과 금융시장 안정화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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