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火, ‘화약’ 털고 금융그룹 변신 始動
주력 ㈜한화 3개사로 분리 화약·무역·정보통신(CDMA)·건설·기계 등의 사업영역을 망라해왔던 ㈜한화를 화약·무역(벤처부문 포함)·우주항공 및 정밀무기분야 등 3개 분야에 사업역량을 집중키로 한 것. 혼재돼 있는 사업구조를 따로 분리해 부문별로 사업전문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자는 의도다. 화약·무역·우주항공 및 정밀무기 등을 전문으로 하는 ㈜한화는 올해 매출 3조3천5백20억원에 경상이익 5백22억원, 부채비율 1백41%를 달성하는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춘 우량회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화약부문은 생산→유통→발파 등 토털 솔루션업체로 사업을 구조화하고 미사일 등 정밀 유도무기체제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인천공장(75만평)을 보은공장으로 통합·이전하는 등 현재 인천·여수·대전 등 전국 7곳에 있는 공장을 오는 2004년까지 2∼3개로 통합하고 이전한 후의 공장부지는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다. 한화건설은 레저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부동산 사업 개발 전문회사로 키울 방침이다. 건설은 올해 수주규모 1조2천억원, 매출 7천48억원을 달성해 국내 건설업계 10위권 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서울 서소문·소공동 사옥 등의 리츠(부동산 투자신탁)사업과, 이와 연계한 병원·호텔사업 등을 벌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화기계 역시 기존 산업·공작기계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사업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예컨대 고화질 평면TV용 액정화면 열처리장치인 ‘PDP소성로’ 등 미래형 신규품목을 집중 육성한다는 생각이다. 한화기계는 올해 매출 9백91억원에 부채비율 1백27%로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사업군에 대해 전력투구했던 한화는 이제 서서히 그 가시적인 성과물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3월21일 대한생명 인수전에 참여해온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메트라이프)가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2파전을 벌여온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메트라이프측이 그동안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인수 후에 발생하는 부실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되사줘야 한다는 풋백옵션을 요구한 것이 협상결렬의 중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생 인수자로 한화컨소시엄이 거의 확정적이다. 정부는 한화측과 인수지분 및 범위, 지급준비율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대부분 합의했으며, 매각대금 및 지급 여력비율 1백% 충족시 연장문제 등을 놓고 막바지 조정을 거쳐 빠르면 4월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했다. 김승연 회장 행보 재계 주목 매각대금은 6천억∼7천억원 선에 절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대한생명 지분 51%를 비롯, 서울 여의도 63빌딩, 신동아화재 지분(66%)을 1조원가량에 일괄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 정부측과 최종적인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2000년에 2천9백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대한생명이 지난해에는 7천억원의 흑자를 낸 점을 들어 인수가격을 올려줄 것을 한화측에 요구, 막판 쟁점이 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헐값 시비가 나올 만큼 낮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생명보험업계의 경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대한생명의 미래가치를 후하게 쳐주기는 어렵다”고 말해 인수가를 놓고 정부측과 이견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메트라이프가 협상포기를 선언한 이상 한화컨소시엄(일본 오릭스그룹+호주 매커리보험)에 매각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아무튼 올 한해는 한화그룹과 김승연 회장에게는 뜻깊은 해가 될 것 같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승연 회장은 언제부터인지 말수가 적어지고 생각을 많이 했다. 기업구조조정을 한창 진행했던 98년보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말수가 줄어들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지난해는 김회장에게 회장 취임 20주년이라는 의미가 있는 한해였다. 김회장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량기업들을 IMF사태 이후 상당수 매각해야 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선 ‘성공한 구조조정’이란 호평도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우량회사를 통째로 팔거나 지분을 매각할 때 무척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회장은 ‘마취도 하지 않고 폐를 잘라내는 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화학과 경인에너지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죄책감 같은 것이다. 김회장은 청년 나이에 그룹 회장 자리에 앉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카리스마가 강한 총수로 자리매김됐다. 이를 두고 한 한화그룹 계열사 사장은 “김회장은 자기보다 나이 많은 경영인을 관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약간 거만하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회장은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올백으로 넘기는 헤어스타일을 즐겼는데 이것도 나이가 들어보이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고 전해진다. 김회장은 지독한 구조조정을 겪으며 그룹 창업 50주년을 대비하는 다양한 신규사업을 구상했다. 정보통신사업을 진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의도대로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김회장은 금융업에 그룹의 미래를 걸었다. 원로 경영인인 박종석 한화증권회장, 경기고 동기인 진영욱 한화증권사장, 김회장의 인척인 안창희 한화투신운용사장등이 금융업 진출을 적극 권유했고 김회장이 최종 승인하면서 대한생명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룹 이름까지 갈아치울 각오가 돼 있다는 김승연 회장. 이제 대생 인수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창업 50주년을 맞는 올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이름 변경과 새 로고 지정 등도 포함돼 있다. 한화의 이같은 변신에 대해 재계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을 살리지 못한 한화그룹이 단순히 ‘성장엔진’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의욕 하나만으로 무리하게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구조조정을 잘해 놓고 핵심역량을 키워야지 신규사업에 눈길을 돌릴 때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그룹 의사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면밀한 내외부 검토를 통해 공개적으로 그룹정책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회장이 구조조정본부 의견만 듣고 그룹 운명을 좌우할 신규사업 진출을 결정할 만큼 의사결정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의사결정이 빠를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밀실’에서 이뤄진 결정이라 독단적으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아무튼 대생인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화의 재도약은 재계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화그룹이 화약의 무거운 이미지를 털어내고 첨단 금융업으로 변신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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