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냐, 대형화냐, 전문화냐
지주회사냐, 대형화냐, 전문화냐
◆금융지주회사로의 편입:신한금융지주회사의 굿모닝증권 인수로 증권업에 취약한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이들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 내에는 증권업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움직임은 대우증권의 처리 문제다. 이미 우리금융지주회사는 여러 차례 대우증권에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고, 만일 대우증권이 우리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될 경우, 한빛증권과 합병이 예상된다. 대우증권의 박종수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 하나은행 등이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의 금융지주회사로 편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들이 증권사 인수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최근 들어 몸집이 커져 여러 금융기관을 영위하더라도 리스크를 축소할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기관의 업무 영역이 무너지면서 은행 특유의 강력한 영업 네트워크에 투신상품·보험상품 등을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도 증권사 인수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의 한정태 연구위원은 “인베스트뱅킹으로 가기 위해선 대형 증권사 인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며 “단순히 증권업계 재편이라는 시각에서 보지 말고 전체 금융권의 판도 변화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덩치를 키워라:증권업계는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가 없는 구조다. 절대 맹주는 없이 시장을 조금씩 나눠 먹는 식으로 증권업계가 유지돼 왔다. 증권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춘추전국시대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 2월 말 현재 삼성(9.63%), LG투자(8.86%) 등 대형 5대 증권사의 시장 점유율과 중형증권사로 분류되는 굿모닝(5.07%), 미래에셋(4.73%) 등 간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다. 고만 고만한 시장 점유율로 40개의 증권사가 서로 먹고살고 있는 수준인 셈. 특히 대형증권사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들로 산업자본의 은행업 영위에 대한 거부감으로 덩치를 키우는 것외에 다른 길을 찾기 어렵다. 덩치 키우기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대신증권과 관련된 부분. 5대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대기업 계열이 아닌 대신증권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우호지분을 포함, 17%에 불과해 마음만 먹으면 쉽게 M&A할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는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회계년도 부실여신을 모두 말끔히 떨어내 클린컴퍼니로 변신한 점도 끝없는 M&A설에 휩싸이는 이유다. 대신증권 인수의 주체로 얘기가 나오는 곳은 삼성증권과 국민은행. 삼성증권과 국민은행측 모두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표면적으론 단순 루머로 치부하는 입장이지만 사이버 트레이딩을 비롯한 전산 시스템과 선물옵션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신증권의 경쟁력에는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겉만 놓고 보면 삼성증권이 별 메리트가 없어 보이지만 인수해도 손해볼 것도 없다. 대신증권을 인수하면 시장 점유율이 17%대로 올라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고, 대신증권의 전산시스템과 선물옵션 분야의 경쟁력을 고려할 경우, 독보적인 증권사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삼성증권이 대신증권의 전산 시스템을 따라 잡기 위해 그동안 공을 들인 것을 볼 때 뜬금없는 루머로 바라보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증권회사를 인수해야 하는 국민은행 입장에서도 대신증권은 매력적인 대상. 대신증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대신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리젠트증권과 일은증권을 합병한 브릿지증권도 공식적으로 올해 안에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브릿지증권의 대표이사인 피터 에브링턴씨는 “빠른 성장을 위해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는 게 가장 수월한 방법”이라며 “올해 안에 추가로 증권회사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미 브릿지증권이 곧 대만계 자본인 KGI증권을 인수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올해가 가장 값나가는 시기=구조조정의 무풍지대였던 증권업계의 빅뱅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현재의 대세 상승장이 빅뱅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전체 수익 중 수수료 비중이 70~80%를 차지하는 국내 증권업계의 특성상 대주주가 활황장에서 굳이 회사를 매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가 증권사를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대주주들의 의식구조다. 이익이 나면 팔기 싫어하는 대주주들의 의식구조가 얼마나 바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체 금융권의 판도가 바뀌는 만큼 증권업계의 재편은 시간 문제라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향후 증권업계를 보는 관전 포인트는 누가 빨리 덩치를 키워 맹주의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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