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비 안된 주 5일 근무제… 得보단 失이
‘삶의 질 향상’이 큰 효과 주 5일 근무제가 가져올 가장 큰 효과는 단연 ‘삶의 질 향상’일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선진국들의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온 생활, 사회변화' 자료에 따르면 우선 근로자들의 정신·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경감되면서 가족과의 시간과 레저활동 및 사회참여가 늘고 교육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육아와 가사노동의 2중 부담에 시달려온 여성들에게는 ‘생활의 균형’이라는 과실이 주어졌다. 여가시간의 증가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고, 활성화된 레저산업에서는 특히 자기계발형 레저와 휴식형 관광상품의 인기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도 이러한 변화가 쉽게 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주변을 둘러보면 주 5일 근무제를 앞둔 우리의 사회시스템은 열악하기만 하다. 빈약한 동네 도서관은 그나마 이런 저런 수험생들로 채워지고, 사회체육시설이나 사회교육기관의 시설도 미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치 있는 삶을 이끌어 줄 공익활동단체들도 직업을 가진 이들이 참여하기에는 조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 선진국에선 흔한 야외 피크닉 장소 등 열려 있는 푸른 공간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동차로 전쟁치르듯이 몰려가는 유원지는 오히려 고행길이 되고, 수십만원을 들여야 한 가족이 휴일 한때를 보낼수 있는 대형 놀이공원만 번성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한마디로 바람직한 여가활동을 위한 사회시스템 없이 시작하는 주 5일 근무제가 얼마나 빠른 시일내 정착될지도 걱정거리다. 이같은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주 5일 근무제의 명암(明暗)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당장 노동비용은 상승하는데 노동생산성이 그를 따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인련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및 3D업종 등이 얼마나 큰 타격을 받을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휴일이 늘어난다고 해도 임금을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은 지난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봐도 잘 나타난다. 오히려 휴일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 각 가계의 생계비 압박이 커질 것이고, 수요증가로 인한 물가상승과 맞물려 임금상승 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여가시간의 증가가 노동생산성을 질적으로는 개선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양적인 측면에서는 불리하기 쉽다. 일부에서는 금요일 오후면 벌써 파장 분위기가 나타날 것이며, 월요일 오전은 피곤에 지친 분위기가 되어 노동 강도가 크게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양극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영업이익으로 빌린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전체 제조업체의 30% 가까이나 되고, 외국인 노동자나 중국 교포 등 값싼 노동력을 쓰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입장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무엇으로 수익을 맞춰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중소기업, 노동력·인건비가 문제 현 정부 들어 벤처육성정책 등으로 다소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였던 경기양극화(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빈부격차, 도시와 농촌 등)가 주 5일 근무제로 다시 확대돼 우리 사회의 산업기반을 크게 약화시킬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생산성 저하, 수출기업의 생산일수 타격, 저소득계층이나 농촌가계의 상대적 빈곤감 확대 등 사회적 불안정성과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제도나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꼼꼼히 따져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연후에 제도화해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경제의 기본 틀이 될 수 있는 주 5일 근무제 같은 주요한 사안이 법제화되기 이전에 중구난방식으로 시행되서는 그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어쨌든 주 5일 근무제 도입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가 됐다. 주 5일 근무제를 둘러싼 산업간 격차가 국민화합을 깨는 새로운 갈등의 원천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노사정위원회는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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