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프랑스 제치고 5위 경제대국될 듯
[중국]프랑스 제치고 5위 경제대국될 듯
중국 경제는 올 하반기에도 쾌속 질주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글로벌 경제’의 바다로 진입한 거함 중국호의 순항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호의 성장엔진인 수출과 외자유치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침체의 영향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던 수출 신장세가 지난 4월부터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의 4월 수출은 전년 4월보다 17.2% 증가한 2백67억3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3월 수출 증가율은 3.4% 였다. 세계 자금의 블랙홀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중국은 올 들어 5월까지 1백69억 달러의 외자를 빨아들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4% 늘어난 규모다. WTO 가입 이후 시장개방이 확대된 데 따른 결과다. 최근 들어선 인텔·알카텔 등의 연구개발(R&D)성 투자가 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선 중국이 세계의 연구기지로 거듭날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5백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연초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7%는 무난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ABN암로와 노무라인터내셔널은 최근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연초 7.0%에서 각각 7. 2%, 7.5%로 상향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중국 경제가 올해 7%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7.3% 증가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올 1분기에 7.6% 증가해 지속적인 고도성장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초 ‘아시아의 호랑이’ 제하의 특집기사를 실으면서 한국과 함께 중국이 스타 플레이어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호의 항로에 순풍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복병은 디플레다. 중국의 지난 4월 소비자 물가는 작년 4월에 비해 1.3% 떨어졌다. 99년 8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소비자물가는 올 1월 -0.1%, 2월 0%, 3월 -0.8%를 기록했다. 디플레는 공급과잉 탓이다. 중국 국가경제무역위원회가 중국의 4백66개 공산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이들 품목의 89.1%가 공급 과잉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보다 5.1%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저급제품뿐 아니라 첨단기술 제품도 넘쳐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PC업체인 롄샹은 올해 판매대수 목표치를 3백70만대에서 3백만대로 낮췄다. 공급과잉은 중국의 제조업 생산 능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WTO 가입으로 낮아진 관세장벽을 넘어 흘러들어오는 외국제품이 늘고 있어서다. 이는 생존을 위한 가격인하 전쟁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고 있다. TV와 에어컨·자동차 등 전방위적으로 가격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특히 WTO 가입으로 경쟁력이 처진 기업이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일부 중국 기업은 더욱 공격적인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독자 브랜드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온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이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키로 방침을 정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삼성전자 등 한국의 가전업계는 하이얼의 상륙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디플레가 위협적인 수준에서만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의 달러 약세가 달러화에 환율을 고정시킨 중국의 디플레 위협을 잠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 홍콩지점 황이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약세는 중국의 수출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호재”라며 “달러 약세가 올해 말까지 지속되면 중국의 디플레 위협은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디플레 암초를 피하더라도 다른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 재정적자 위기와 실업자 급증으로 인한 사회불안이 그것이다. 「다가오는 중국의 위기」의 저자 고든 창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중국이 제2의 아르헨티나가 될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양국이 부실채권에 허덕이는 금융시스템을 가졌고, 재정 확대에 의존한 경제성장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외자유입이 줄면 중국 경제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올 1분기 중국의 재정지출은 23.9% 늘어난 데 반해 수입은 3.4% 증가에 머물렀다. 올해도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확대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재정적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3%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수치다. 작년 중국의 재정적자는 2천4백73억 위안(39조원)으로 GDP 대비 2.7% 수준에 달했다. 또 중국 은행들의 무수익여신 비율은 25%. 그러나 이는 공식통계 수치일뿐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니콜라스 라디 연구원은 “중국 은행들의 실제 무수익여신비율은 3년 전에 50%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실업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 들어 사양산업이 밀집한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수만명씩 시위에 가담하는 사례가 빈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복병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6위 경제대국(GDP 기준)으로 올라선 중국이 올해엔 프랑스를 따돌리고 5위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캐나다 G8(선진 7개국과 러시아)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G8이 이제는 중국을 포함한 G9으로 바뀔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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