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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勤所稅 감면, 정부의 ‘오버’?

외국인 勤所稅 감면, 정부의 ‘오버’?

일러스트 김회룡
한국에서 근무한 지 1년을 조금 넘긴 유럽계 금융기관의 임원 K씨. 그는 요즘 모처럼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규제 일변도인 것만 같던 한국 정부가 자기와 같은 외국인 임직원에 대한 소득세를 감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사실 그동안 그는 안 그래도 일하기 힘든 낯선 나라에 적지 않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는 게 불만이었다.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은 홍콩·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부러워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조치 덕분에 그는 동료들 만큼의 소득세를 부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열기를 국가 경쟁력 향상의 기회로 삼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재정경제부는 지난 7월7일 외국인 투자기업과 외국인 임직원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정부가 제시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이라는 마스터플랜을 뒷받침하기 위한 실행 방안의 일환으로 稅 부담 경감을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임직원 근소세 감면에 눈길 이번 세제 지원안이 눈길을 끄는 것은 외국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뿐 아니라 국내외 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임직원에 대한 근로소득세 지원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는 내국인과 역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외자를 끌어오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금액으로 외국인 투자지역에 입주하는 외국인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번 처럼 외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 임직원들에 대한 소득세 감면 혜택을 높인 경우는 드물었다. 현재 주한 외국인 임직원들에게 적용되는 해외근무수당 비과세 한도 20%는 이미 수십년 전에 제정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세제 지원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행 월 정액급여의 20%로 돼 있는 외국인 임직원들의 해외근무수당 비과세 한도가 40%로 상향 조정돼 외국인들의 실제 소득세 부담이 싱가포르와 홍콩 수준으로 낮아진다. 수혜 대상은 해외근무수당을 받는 국내외 기업 소속 외국인으로 해외근무 수당이 없는 산업연수생은 제외된다. 소득세 경감률은 소득 수준에 따라 최고 27.2%에 이르며 소득이 작을 수록 경감률이 크다. 재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외국인 임직원 세제 지원 방안을 금년 하반기 중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시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외국계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연봉 3억원(본봉 2억2천만원, 해외근무수당 8천만원)의 외국인 임원의 경우 이번 지원안으로 대략 1천만원 정도의 절세 효과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그는 해외근무수당 중 본봉의 20%인 4천4백만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아 총 6천7백만원의 소득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소득세법이 개정되면 앞으로는 본봉의 40%인 8천8백만원이 비과세 대상이 돼, 해외근무수당 전액이 감면 혜택을 받아 총 5천7백만원의 소득세만 납부하면 된다. 이처럼 정부가 외국인 임직원에 대한 소득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결정한 데는 무엇보다 주한미공회의소(Amcham)와 EU상공회의소 등의 압력 영향이 컸다. 이들은 연초부터 한국에서의 조세 부담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이를 낮춰줄 것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특히 암참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조세 환경이 상하이나 도쿄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홍콩과 싱가포르에는 못 미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암참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암참 회원사들은 한국의 조세 제도가 외국기업에 대해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최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향상된 틈을 활용해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가속화 하려는 정부 의지도 소득세 지원안 마련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가 “경쟁국과 비교해 외국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세 부담 경감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 처럼 다소 파격적이더라도 확실한 유인책을 마련해 외국 자본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역차별·효과 여부 논란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강력한 의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안 그래도 세원 파악이 힘들어 세금 징수가 힘들었던 외국인 임직원들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내국인들과 지나치게 차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경부 측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일반 국내 학교에 비해 15배 정도 비싼 외국인 학교 수업료 등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근무함으로써 내국인들에 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실비(實費)를 보전해 주는 것이므로 역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내국인 직장인들이 식대(食代) 외에 비과세 혜택을 받는 실비 수당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역차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외국인 임직원들의 소득세를 경감해 주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들의 배만 불려 주는 것일 뿐 외국 자본 유치에 얼마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세연구원의 노영훈 연구위원은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캐피털(자본)에 대한 세금인 법인세를 지원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외국인 노동력을 유치하는 게 목적이 아닌 이상 임직원의 개인 소득을 지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소득세 지원할 돈으로 법인세 감면 폭을 늘려 주는 게 외자 유치에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암참 등 외국인 경제 단체들은 정부의 주한 외국인 소득세 지원 방안이 한국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 실현 계획 추진과 외자 유치에 효과적일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선봉에서 소득세율 인하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제프리 존스 암참 회장은 “그동안 세금 부담 때문에 한국행을 꺼렸던 다국적 기업 임직원들의 한국 지원이 크게 늘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반겼다. 이들은 또 이 같은 소득세 감면 조치가 외국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와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 반감으로 인한 역효과 유의해야”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들이 이러한 반응을 나타내는 데는 비단 세금 문제뿐 아니라 영어 사용의 어려움, 물류 비용 부담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지원보다는 규제에만 앞장섰던 우리 정부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가지 개선책들을 마련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자칫 외국 기업에 대한 지원 수준이 도를 지나쳐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 교수의 “국내 기업 및 내국인과의 역차별 문제로 세금 감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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