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먹는 프로축구단 돈버는 ‘거위’ 꿈꾼다
돈먹는 프로축구단 돈버는 ‘거위’ 꿈꾼다
2002 월드컵 계기로 축구팬, 중년층으로 확산 한국이 참패한 98년 프랑스 월드컵 후에도 이동국(23·포항), 안정환(26·이탈리아 AC페루지아·당시 부산), 고종수(24·수원삼성)를 연호하는 ‘오빠부대’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엔 스타로 부상한 선수들의 수가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아진데다 팬의 층도 청소년뿐만 아니라 중년 남성과 여성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런 와중에서 프로축구계는 목전에 닥친 열화같은 팬의 욕구를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구단이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출범 20년을 맞은 한국 프로축구가 마침내 숙원인 ‘흑자시대’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 82년 프로야구가 닻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프로축구가 출범했고, 민속씨름·프로농구가 뒤를 이어 현재 한국에는 30개가 넘는 프로스포츠단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주식회사 형태를 취하는 경우도 있고, 모기업에 딸린 채 한 부서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경우 연간 수백억 달러 흑자 기록 어쨌든 형식적으로는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이들 프로스포츠단 중 흑자를 내는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매년 수백억 달러씩 흑자를 기록하는 외국의 프로축구단이나 프로야구단의 예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먼 나라의 꿈같은 얘기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출발 자체가 기업의 내부적이고 자발적인 욕구보다는 당시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던 권력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던 만큼 경영자가 프로스포츠단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의지를 찾기 힘들었다. 프로스포츠단에 대한 권력이 영향력이 약화된 뒤에도 정부의 각종 규제나 최고경영자의 왜곡된 인식에 가로막혀 이같은 관행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권력의 강요 대신 이번에는 프로스포츠단을 단순한 기업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어차피 세금으로 나갈 돈을 쏟아붓는 대상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거나 기호를 만족시켜 주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도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적어도 프로스포츠단에 관한 한 손익을 따져야 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생길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현재 프로축구단의 예산은 적게는 35억부터 많게는 1백억원을 넘길 정도로 다양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축구단은 지출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수입과의 차, 즉 손실을 모기업의 지원으로 메워 왔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 이같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관행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다. 프로축구단의 주요 수입원은 크게 관중 수익, 스폰서를 통해 얻는 수익, 선수 이적 및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 활성화에 따른 간접 수익, 스포츠토토 배당금 등 기타 수익으로 구성된다. 관중 수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이 수입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손실을 보전하는 한편 잘 하면 흑자를 낼 수도 있다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먼저 입장수입을 보자. 지난 7일 홈구장인 광양전용구장에 2만3천여명을 받은 전남 구단은 이 날 한 경기를 통해 평소보다 2천만원이 많은 6천5백만여원을 입장수입으로 올렸다. 나머지 구단들의 홈구장은 광양구장보다 평균 2배 이상의 수용인원을 갖췄다. 관중이 수용인원의 평균 80% 이상만 채워주면 경기당 입장료로만 1억원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을 프로축구단이 한 시즌 동안 번외경기를 포함해 20차례의 홈경기를 치른다고 계산하면 연간 입장수입만으로 20억원을 벌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각 구단이 선수단 버스, 선수들 유니폼이나 각종 축구용품에 해당기업의 로고를 붙여주거나 특정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받는 스폰서료가 연간 5억에서 10억원에 이른다. 잘만 운영하면 유니폼과 각종 마스코트 등 팬시용품 판매, 구단 로고나 선수의 초상권 판매에 따른 로열티, 선수의 CF 출연료 중 구단 지분 등으로 5억원가량은 벌어들일 수 있다. 실제로 포항은 지난해 유니폼 광고로 9억원, 펜스광고로 6억 등 15억원을 벌어들였다. 축구 붐에 따라 이같은 액수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0개 구단 중 절반은 ‘적자탈피’ 가능 부산 구단은 이적협상을 벌이고 있는 안정환이 유럽팀과 계약할 경우 최소한 1백60만 달러(환율 1천1백80원 기준, 약 18억8천만원)를 받게 된다. 현재 해외진출설이 나도는 송종국을 내다 팔아도 비슷한 액수의 이적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프로축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선수에 대한 몸값 액수제한을 철폐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경우 각 구단은 외국의 유망선수를 데려와 비싼 값에 되파는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축구복표를 발행하는 스포츠토토는 월드컵 기간 중 총 1백7억3천만원가량을 발매해 25%인 26억8천만원을 체육진흥기금으로 조성했다. 여기서 경기장 건설비용 40%, 월드컵조직위원회 지원분 20%를 제외한 나머지 40%인 10억7천만원은 문화관광부의 승인 아래 사용 가능한 액수다. 축구계는 이것이 축구발전기금으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가 구단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다. 스포츠토토가 활성화되면 연간 수입은 더욱 늘어난다.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측면들만을 부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프로축구단이 위에 제시한 대로만 운영된다면 연간 수입은 80억원에 육박한다. 1백억원이 넘는 지출을 하는 구단에게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액수지만, 10개 구단 중 적어도 절반 정도는 지출을 보전하고도 남는 액수가 된다. 물론 이번에 지은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할 경우 연간 사용료가 20∼30억원에 이르는 등 추가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축구 붐이 장기화할수록 구단이 찾아낼 수 있는 수입원 역시 늘어난다. 이같은 장밋빛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려면 당사자인 축구계는 물론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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