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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뱅킹, 주5일 근무제 효과 ‘글쎄’

인터넷뱅킹, 주5일 근무제 효과 ‘글쎄’

지난 7월29일자 국내 신문 경제면에는 인터넷뱅킹에 대한 장밋빛 전망들이 일제히 실렸다. 한국은행 발표를 인용한 이 기사들은 은행의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서비스 수준도 향상될 것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은행들의 주5일 근무제가 주춤하던 국내 인터넷뱅킹에 도약의 발판이 될 거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이 같은 신문들의 한 목소리에 대항하는 ‘거품론’도 적지 않아 관심을 끈다. 지난 1999년 7월 신한은행이 처음 도입해 출범 3주년을 맞은 국내 인터넷뱅킹은 당초 기대와 달리 큰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생각만큼 서비스 수준이 높지 못한데다, 특히 이를 새로운 수익 기반으로 삼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은행들의 노력이 별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용자 수는 당초 기대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인터넷뱅킹 가입자 수는 지난 연말에 비해 28% 증가한 1천4백48만명.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도 3.4% 증가해 1억3천1백24만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이를 발판으로 한 인터넷뱅킹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아무래도 은행 오프라인 점포들의 문 닫는 날이 늘어나면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뱅킹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이것이 국내 인터넷뱅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주말 이용자 수는 오히려 줄어 그러나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다수 사람들의 기대와 차이가 있다. 아직 시행 한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나 서비스 수준에 급격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은행 e비즈니스팀의 장흥만 과장은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이용자 수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토요일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는 줄어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도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전자금융 총 이용실적은 늘어났으나 주말 이용실적은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터넷뱅킹 서비스 수준에도 큰 변화는 없다는 지적이다. 인터넷뱅킹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은 일부 후발 은행들이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전후로 여러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는 선발 은행들이 이미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일 뿐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것. 예컨대 인터넷뱅킹 이용자들에 대한 예금금리 우대, 수수료 감면, 각종 공과금 납부 및 전자우편·휴대폰 통지 서비스는 이미 신한·우리 등 인터넷뱅킹 선발 은행들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맞춰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확대한 은행으로는 인터넷뱅킹 예금에 최고 0.8% 특별 우대금리를 지급하기로 한 농협과 개인 고객의 인터넷뱅킹 타행이체 수수료를 면제키로 한 HSBC, 공과금 납부와 전자우편 및 휴대폰 문자 통지 서비스를 추가한 조흥은행 등이 있다. 다만 서울·기업·국민은행을 중심으로 인터넷뱅킹 이용 가능 시간을 최고 24시간으로 확대하고, 일부 서비스의 휴일 제한 제도를 없앤 것 등은 눈여겨 볼 만하다.

‘벌리기’에서 ‘다지기’로 대신 은행들은 요란하진 않지만 향후 이용자 수 증가에 대비해 내실(內實) 다지기에는 신경쓰는 모습이다. 즉 그동안의 인터넷뱅킹 전략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벌리기’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기존의 서비스 및 시스템을 점검하고 이로부터 수익 창출을 고민하는 ‘다지기’로 방향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각 은행들의 전산 시스템 보강에서 잘 나타난다. 각 은행들은 향후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 증가로 인한 시스템 다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서버 등 각종 시스템 및 솔루션 보강에 나서고 있다. 또 내년 5월부터 인터넷뱅킹시 공인인증서 사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보안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으며, 인터넷뱅킹 이용에 필수적인 콜센터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IT업체들은 喜喜樂樂 덕분에 빛을 보게 된 곳은 관련 IT 업체들이다. 외국계 IT 벤더 및 국내 벤처 업체들에는 기존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강하려는 은행 전산 담당자들의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부터 금융권을 상대로 시스템 및 솔루션을 공급해 온 김광원 IBM 부장은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1년 3백65일 24시간 무정지 은행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민은행 eCRM 프로젝트를 수주한 오라클 측도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던 은행들도 최근에는 주5일 근무제에 대비해 CRM 도입을 서둘러 검토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인터넷뱅킹의 성공을 위해서는 보안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는 은행들의 인식에 따라 암호화 수행 프로그램인 PKI(공개키기반구조)시스템 업체들의 특수(特需)도 눈에 띈다. 인터넷 보안시스템 전문업체인 소프트포럼의 경우 이미 시스템을 공급한 외환·국민·우리 은행의 인터넷뱅킹 추가 증설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수익 창출이 관건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 실시가 인터넷뱅킹 활성화로 직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인 듯 하다. 인터넷뱅킹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수 증가뿐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 질 개선·이를 통한 은행의 수익 창출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e파이낸스 전문 평가업체 스톡피아의 김연지 팀장은 “아직까지 국내 인터넷뱅킹은 비용 절감의 효과만 나타낼 뿐 새로운 수익 기반으로는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비스 차별화 등 좀더 전략적인 접근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의 인터넷뱅킹은 외화내빈(外華內貧)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나타나는 은행들의 내실 다지기 움직임은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수익 창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인터넷뱅킹 정체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는 걸 은행권은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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