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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사업 구상은 화장실서’…

최태원 SK 회장, ‘사업 구상은 화장실서’…

최태원 SK회장의 개인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최회장의 가족사진
구본무 LG전자 부회장의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사이버 집무실. 이방의 비품들을 클릭하면 구부회장의 남다른 면모를 알 수있다.
“화장실에서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거나 구상할 때가 많다. 해우소(解憂所:근심을 푸는 곳)란 말이 있듯이. 컴퓨터 카드놀이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성격은 내성적인 편. 친구들과 테니스를 즐기고, 스파게티 요리라면 자신 있다. 힘든 순간 떠오르는 사람은 가족이다. 부모님 사진도 내겐 힘이 된다.” 젊고 가정적인 비즈니스맨이나 전문직 종사자를 연상시키는 이 사람은 누굴까?

최태원 회장의 해우소 구상 답은 최태원(42) SK 회장이다. 재계 서열 3위 그룹인 SK의 대주주이기도 한 그는 가을과 겨울을 좋아하고, 색깔은 흰색을 좋아한다. 최회장이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www.taewonchey.pe.kr)에서 인터뷰 형식을 통해 밝히고 있는‘사생활’이다. 캐주얼한 차림을 좋아하고, 옷은 우선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주량은 소주 반 병. 흡연은 삼가고 있다. 혈액형은 B형이고, 그 스스로 밝힌 삶의 지표는 크리에이티비티(독창성)와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홈페이지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 사진도 몇 장 올라 있다. 한 살 아래인 부인 노소영씨와는 미 시카고대 유학 시절 만났는데, 요즘 그녀는 미술관(온라인 전시회 등을 하는 디지털 사이버갤러리 아트센터 Nabi·www.nabi.or.kr) 일로 그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다. 맏딸 윤정(13)이는 두 동생들과 싸우기도 하지만 맏이답게 의젓하다. 자기만의 홈페이지(myhome.naver.com/cheyyj)도 있다. 주제는 포켓몬. 막내딸(둘째딸을 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민정(11)이는 애교가 넘친다. 토라졌다가도 금세 활짝 웃는 게 특기이다. 개구장이 아들 인근(7)이의 보물 1호는 로보트 장난감이다. 피카츄 인형을 수집하고 있다. 최회장은 이 홈페이지에서 자신에 대해 TC라는 애칭을 쓰고 있다. TW가 아니라. 이 점에서도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등 그보다 연장인 다른 2세들과 다르다. 최의 알파벳 표기도 일반적인 Choi가 아니라 Chey이다.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기야 알파벳 표기는 외국인들을 위한 것이다. 그의 홈페이지엔 또 그가 지난 봄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에 겸임 교수로 출강할 당시의 자료실·토론실·게시판 등이 TC’s Lecture(강의)라는 이름으로 개설돼 있다. 사이버 강의실이다. 그가 30여명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가르친 과목은 산업기술 정책론. 그 때의 수강생과 교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멤버실 코너이다.

‘고무줄 핸디’ 구본무 회장 "나는 해외 출장 길에 기내에서 주는 빵과 포도주를 절대 먹지 않는다. 받아 먹고 잠시라도 눈을 붙이면 살이 찌기 때문이다. 나는 해마다 아내의 생일에 아내의 나이만큼의 장미꽃 다발을 선물한다. 내 핸디는 ‘고무줄 핸디’다. 내기를 할 땐 잘 치지만 그냥 치면 잘 못 하기 때문이다.” 구본무(57) LG그룹 회장이 개인 홈페이지(www.bonmookoo.pe.kr)에서 밝히고 있는 그의 남다른 면이다. 승부 근성이 강하고, 자기 관리에 엄격한 애처가랄까? 그의 입으로 직접 이 얘기를 들었다면 ‘나는’이 아니라 ‘저는’이라고 했을 것이다. 평소 아랫사람들에게도 경어를 쓰는 그는 공식·비공식 자리 통틀어 한 번도 ‘나는’이라고 말한 일이 없다고 한다. 홈페이지의 인사말도 ‘저의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로 시작한다. 다섯 문단의 19줄짜리 인사말에 ‘저’라는 말이 다섯번 등장한다. 18번은 ‘울고 넘는 박달재’. 사내 행사였던 스킬 올림픽 마지막 날 맨 마지막에 노래를 부른 여직원이 뜻밖에 그를 지명하자 무대에 올라 부른 노래도 이 노래였다. 앵콜이 터지자 그는 율동을 곁들여 ‘번지 없는 주막’을 열창했다. 그의 취미는 탐조(探鳥)이다.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동관 30층 그의 집무실엔 고성능 망원경이 있다. 한강 밤섬쪽으로 난 창가에 설치돼 있는 이 망원경으로 그는 새들을 관찰한다. 새에 대한 그의 관심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산에 오른 소년 구본무는 우연히 다친 새 한 마리를 발견한다. 집에 데려와 정성껏 치료해 돌려보냈다. 그 때 생긴 관심 덕에 지금은 새의 울음 소리만 들어도 어느 새인지 안다.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창가를 스쳐 날아가는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직원들에게 이야기해 확인해 보니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였어요. 언제부터인지 LG 빌딩 옥상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 부부가 빌딩 꼭대기 난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더라구요. 2주 정도 지나 알을 낳기 시작했죠.” 구회장이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황조롱이 사연이다. 그는 사옥 전체에 황조롱이 특별 보호령을 내렸다. 황조롱이는 알이 부화된 뒤에는 절대 새끼를 버리지 않지만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주위가 어수선하면 떠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창을 통해 황조롱이 둥지를 쳐다볼 수 없도록 차양막을 설치하고, 새들이 인기척에 놀라지 않도록 접근도 금지했다. 황조롱이들은 알을 품었고, 부화한 새끼 6마리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런 취미를 통해 그가 누리는 것은 마음의 평정이다. 그의 새 사랑은 원색 조류도감 「한국의 새」 출간으로 이어졌다. 그의 홈페이지는 새에 관한 사이트들을 링크해 놓고 있다. 홈페이지 Q&A에 올려 놓은 그의 생활 신조는 ‘약속은 꼭 지킨다’와 근검·절약하는 생활이다. 그와 약속을 했다면 늦지 않는 게 좋다. 남들이 “교통 사정 때문에 늦었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길이 막히면 더 일찍 출발했어야죠.” 약속에 늦는 사람에게 그가 놓는 일침이다. 그는 항상 약속 시각보다 30분 먼저 나가 기다린다고 한다. 그러니 1분 늦으면 31분을 기다리게 하는 셈이다. 10분 미리 도착한다는 부시는 저리 가라다.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와 생선류. 주량은 소주 반 병 정도이고, 절대 남에게 강제로 술을 권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21세기형 인재는 편협하지 않은 가치관과 창의성의 소유자면서 동시에 기본에 충실하고, 도전적인 사람이다.

서서 일하는 구자홍 부회장 구자홍(56) LG전자 부회장의 홈페이지(www.johnkoo.pe.kr) 이름은 ‘디지털 CEO 존구의 퍼스털 웹 사이트’이다. 디지털 CEO답게 그의 홈페이지는 현란하다. 인간 구자홍 코너는 집무실을 그래픽으로 보여 준다. 디귿자형 집무 책상 위에 놓인 책과 노트북 컴퓨터, 책상 옆의 농구공, 보조 탁자 위의 액자, 소파 위의 서류 가방 등을 클릭하면 그의 프로필, 그가 쓴 에세이들, 여가생활, 추억의 사진들, 그의 매력 포인트들이 뜬다. 그런데 이 사이버 집무실엔 집무 책상용 의자가 없다. 트윈타워 동관 15층 그의 방에 책상용 의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서서 일한다. 매일 아침 평균 1백23명의 임직원들에게 결혼기념일 축하 카드 등 이메일로 축하 카드를 보내고, 주말이면 수시로 임직원들과 산행을 한다. 그의 방엔 사이버 집무실에서 보듯이 농구공이 있다. 농구는 프로농구팀 LG세이커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다. 1999년 12월엔 4점 접바둑이었지만 조훈현 국수와 바둑 대결을 벌여 이겼다. 핸디 6에 홀인원을 3번이나 한 행운아이기도 하다. ‘미스터 디지털’답게 그의 홈페이지는 방문자가 그 바탕 색깔을 고를 수도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현대중고업 고문은 개인 홈페이지(www.mjchung.pe.kr)에서 자신을 정치인이자 축구인·글로벌 리더로 포장하고 있다. 이름도 MJ2002로 바꿨다. 손길승 SK그룹 회장·이재현 CJ그룹 회장·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은 별도의 개인 홈페이지는 없지만 주소창에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그룹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도록 해 놓고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양인재개발원과 연결되도록 해 놓았다. 재벌 총수들의 개인 홈페이지는 네티즌과의 심리적 거리를 단축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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