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출신 '장사꾼' 스톡옵션 口舌數
증권출신 '장사꾼' 스톡옵션 口舌數
‘깜짝 행사’ 놓고 억측 분분 이런 가운데 ‘깜짝 사건’이 벌어진 것. 그래서 김행장이 왜 이 시점에서 기존 입장을 바꿨는지 억측이 분분하다. 김행장은 시장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떠돌자 “특별한 투자 원칙보단 지난 2월 했던 약속을 지켰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스톡옵션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식의 시선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김행장으로선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온 게 부담스러웠다는 후문이다. 김행장은 스톡옵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집 앞에서 손을 벌리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국민은행측은 “스톡옵션 행사 시점이 지났고, 차익을 좋은 일에 쓰는 만큼 큰 문제가 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김행장의 스톡옵션 행사 시점은 충분히 논란거리가 될 만하다고 보고 있다. 김행장이 임기(2004년 7월)가 2년여 가까이 남은 현직 은행장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주식 천재라는 김행장이 왜 오해 살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옆에서 아무리 뭐라고 그래도 임기를 마친 뒤 (스톡옵션을) 행사했으면 좋을 뻔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임원은 “DJ정권도 끝나 가니 떠날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린다”며 “은행의 고급 정보를 가장 먼저,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주가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투신사의 한 임원도 “미국에서 스톡옵션 문제가 불거져 경영진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상태인데다 국내 주식시장도 좋지 않은 때에 굳이 물의를 일으킬 필요가 있었나 싶다”고 아쉬워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국민은행의 주가 흐름도 좋지 않은 편이다. 7월 내내 종합주가지수가 맥을 못추면서 국민은행의 주가도 내리막을 걸었지만, 7월 말 자사주 3백만주를 매입한다는 발표 뒤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김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고 밝힌 9월3일부터는 다시 올 들어 가장 낮은 가격대로 떨어졌다. S증권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빼어난 실적을 내고도 은행주가 비실대는 것은 김행장의 스톡옵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특히 상승 모멘텀을 찾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가에서는 심지어 김행장이 국민은행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한 듯하다는 해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자가 주식을 파는데 얼마나 오르겠냐는 것.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김행장이 임기 내에 13만원은 가지 않겠냐고 했다는데 절반 가격에 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혔다. 김행장은 스톡옵션 행사에 대해 “좀더 들고 있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면서도 “3개월 평균 가격을 놓고 볼 때 이만하면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일각에선 주식의 귀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행장의 경우 4년 전 3천5백50원짜리 주식을 5천원에 사 수익률 1천1백%인 6만1백98원에 팔았기 때문이다. 김정태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 가격은 행사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 3개월(5월6일∼8월6일)의 평균 주가인 6만1백98원이었다. 행사 당일인 8월6일에는 주가가 형편 없었지만, 이 기간 동안 국민은행 주가는 올 들어 가장 높은 가격(5월27일 6만6천원)을 기록했다. 다만 김행장은 “주식 참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지만 국민은행 입장에서 그 비용을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민은행측은 9월9일 스톡옵션 지급액을 은행의 비용으로 처리했으며,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김행장은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신주나 자사주를, 또는 차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통합은행의 과실 먼저 챙겼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기업 가운데 스톡옵션 제도를 갖고 있는 95개사의 상반기 스톡옵션 보상비용은 1천6백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로 1천2백84억원이었고 포스코(81억원)·삼성전기(49억원)·삼성SDI(45억원)·하나은행(19억원)·SK(19억원) 등의 그 뒤를 이었다. 김행장의 스톡옵션 행사에 들어간 비용만 1백억원 정도로 포스코보다 많은 돈이다. 국민은행이 올 상반기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지만 적지 않은 비용인 셈이다. 이러다 보니 노조쪽에선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옛 국민은행 노조에서는 “스톡옵션은 옛 주택은행에서 받았는데 왜 통합 국민은행에서 비용을 물어야 하느냐”고 불만이 많다. 더구나 올 상반기 성과급을 아직 못 받은 상태라 더욱 그렇다. 또 한편에선 김행장이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하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외국계 인사 선호 열풍 속에서 ‘토종’의 경쟁력을 과시했고, 탁월한 장사꾼 감각으로 국내 1위 은행장에 올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따지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많다는 것. 투신사의 한 임원은 “통합 국민은행은 우량+우량의 조합으로 프리미엄 가운데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은 빼야 정당하다”고 밝혔다. 통합 국민은행장에 오른 김행장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부실 은행을 바꿔놓은 건 아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기대처럼 국제 경쟁력이 있는지 등도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막말로 아직 전산 통합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통합 은행의 ‘과실’만 먼저 챙긴 셈이라는 것. 국내 증권사의 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도 “대형화와 소매금융 중심이라는 대세 변화 덕인지 김행장의 능력 덕인지는 좀더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며 “클린턴과 부시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경제를 잘 이끌었는지를 단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 대출 탓에 몰락했던 시중은행의 관계자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은행이 가야 할 길이 어디냐”며 “김행장의 노선은 너무 단견이고 단기 업적에 치중하는 인상이 짙다”고 비난했다. 시장점유율이 30%가 넘는 공룡 은행이 지금처럼 나간다면 한국 금융의 미래를 얘기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 “기업 금리를 조금만 올리면 삼성전자만큼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덧붙인 그는 “국민은행은 시장점유율이 30%가 넘는 공룡 은행으로서 큰 판은 깨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김행장의 옹호론도 없지 않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김행장은 주주자본주의가 국내에 뿌리내리는 데 기여한 사람”이라며 “그만한 은행장도 드물지 않느냐”며 말했다. 은행장으로선 뭐라 평가하기가 이르지만 적어도 CEO로서 능력만 보면 탁월하다는 주장이다. 공기업 경영자처럼 일해야 맞는지, 장사꾼이 맞는지 그리고 스톡옵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김행장을 비난하는 것은 시샘에 불과하다는 것. 예금보험공사 고위 관계자도 “어찌 됐건 김행장의 베팅은 높이 평가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국내 금융계에도 특출난 사람 하나는 있어야 되는데 괜히 뒷다리 잡지 말자”고 주문했다. 김행장이 통합 은행장으로서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통합 국민은행의 미래를 가늠할 두 축은 IT 통합과 인적 통합인데 둘 다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년여 동안 큰 잡음 없이 통합 은행을 이끌어왔다지만 속을 뜯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옛 국민은행 출신 직원들의 상실감과 불만이 크다. 먼저 IT 통합 과정에선 법정 다툼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옛 국민은행 직원들은 지난해 10월 3년여의 개발 끝에 새 전산 시스템을 오픈했는데, 돌연 5년 전 개발한 주택쪽 시스템이 채택됐기 때문이다. 옛 국민은행 출신인 서재인 전산본부장은 김행장과 대학 동기동창에 동향이라 사실상 ‘김정태맨’으로 불려지고 있다. 옛 국민은행 출신 직원은 “전산 시스템은 근로조건과 직결된다”며 “국민은행 시스템이 배제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올 추석연휴 동안 새로운 전산 시스템을 마지막으로 점검할 국민은행은 지난 8월28일 오전 9시30분부터 10시20분까지 50분간 전산장애가 발생해 옛 국민은행 점포에서 은행업무가 중단되기도 했다. ‘친정편애’ 인사에 옛 국민은행 직원들 불만 옛 국민은행측에서는 인사 불만도 적지 않다. 김행장은 지난 3월 통합 국민은행 출범 뒤 첫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15명의 새 부행장 진용은 겉으론 옛 국민은행 출신 5명, 옛 주택은행 출신 4명, 외부 인사 6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통합 전 밖에서 영입돼 옛 주택은행에서 일하던 3명(얀 옵드 빅·박종인·이우정)을 더하면 주택은행 출신이 7명에 이르러 옛 국민은행 출신보다 많아졌다. 더군다나 영입 인사는 김행장맨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친정 강화’ 인사였던 셈이었다. 특히 ING 몫인 얀 옵드 빅 부행장을 뺀 14명의 한국인 부행장 가운데 호남 출신이 36%에 이르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숫자도 문제지만 김성철 경영지원본부장과 조봉환 전략본부장을 비롯 주요 포스트를 주택 출신이 장악해 마치 국민은행이 흡수합병을 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출발 때는 그나마 비율도 따지더니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주가나 수신고 등에 영향을 줄까 봐 밖으로 떠들지 않을 뿐 안에선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 게다가 김행장식 경쟁 시스템에도 거부감이 적지 않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김행장이 구상하는 큰 틀은 서구식 경쟁 시스템인데 꿀벌 또는 개미 정신이 많이 남아 있는 옛 국민은행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고 조직 통합이 순탄치 않음을 내비쳤다. 조직 통합에 실패해 한 지붕 두 살림을 했던 서울+신탁이나 상업+한일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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