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석인 사장 |  | 송태준 사장 | 지난 2월28일 여의도 국민일보 CCMM 빌딩. 한국신용평가정보는 국내 최초로 CB(크레디트 뷰로)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은행·카드·캐피털 회사 등 국내 주요 금융 기관들도 참여했다. CB란 한마디로 금융권과 유통업계의 자료를 모아 개인들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정보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CB사업이 활성화되면 개인 신용의 우량, 불량 여부뿐 아니라 그 사람의 신용을 점수화해 각 사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신용정보 회사 입장에선 성장성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한신평정보가 CB사업을 발표하는 순간 가장 바쁘게 움직인 곳은 또 다른 신용평가 및 정보 회사인 한국신용정보. 개인 신용정보 시장에서만은 한신평정보를 앞서고 있다고 자부했던 한신정 입장에선 허를 찔린 셈이었다. 최근 평온하던 신용정보 업체들간에 물밑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주역은 한신정과 한신평정보. 신용정보시장·채권추심시장 등에서 라이벌 관계인 두 회사가 서로 상대방의 주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것. 선공은 이처럼 한신평정보가 시작했다. 한신평정보는 지난 2월 사업 추진 발표 후 7개월간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 왔다. 우선 1차로 우리은행·조흥은행·삼성카드 등 16개 주요 금융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CB사업을 위한 바탕을 만들었다. 또 CB가 발달돼 있는 미국의 3대 CB사업자 중 하나인 트랜스 유니온사와는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12월에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이미 지난 5월에 단기연체정보 서비스 등 1차 서비스도 시작했다. 8월에는 17개사가 참여하는 2차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이로써 총 32개의 금융기관이 참여한 셈이다. 이번 달에 1차로 CB사업의 핵심업무인 표준평점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내년 2분기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 작업인 셈이다. 한신평정보의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4∼5년 전부터 CB 사업을 검토해왔다. 하루아침에 만든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한신정에 비해 개인신용정보 부분이 약하다고 했는데 이번 사업을 계기로 개인신용정보 시장에서도 한신평정보의 우위가 확인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신평정보로선 개인신용정보 시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처럼 한신평정보가 올 들어 개인신용정보 시장에서 갑자기 치고 나오자 한신정도 여기에 맞대응을 했다. 지난 9월3일 롯데호텔에서 CB사업 발표회를 열었다. 한신정은 뒤늦게 출발하면서도 농협·기업은행·대한생명 등 총 37개 금융 및 유통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저력을 발휘했다. 늦게 출발하는 대신 더 방대한 네트워크로 한신평정보와의 기싸움에 들어간 것. 올 11월 첫 서비스를 목표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식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신평정보측은 “우리가 CB사업을 시작하자 한신정이 우리를 똑같이 따라오고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신평정보 측은 또 “개인신용 정보시장에서도 한신정과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이번 CB사업 시작을 계기로 기업신용정보 시장뿐 아니라 개인신용정보 시장에서도 한신정을 앞지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신평정보 관계자는 “한신정이 주장하는 개인신용정보 시장에서의 우위는 CSS(신용평가시스템)까지 포함한 것이다. 만약 신용정보 컨텐츠로만 얘기한다면 지금도 한신정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신평정보에서는 개인신용정보 시장점유율이 한신정 46%, 한신평정보 45.8%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신정측 얘기는 다른다. 우선 개인신용정보시장에서 한신평정보와 비슷한 점유율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신정측은 개인신용정보 시장 점유율을 80대 20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CB사업을 늦게 시작한 것도 한신평정보에서 주장하듯 시기를 놓친 게 아니라 한국 시장을 고려해 볼 때 내년부터 시장이 열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한신정의 남욱 신용정보본부장은 “아직 한국에는 개인신용정보를 스코어링해서 관리할 만한 수요가 없다. 앞으로 1∼2년 안에 그 시장이 서서히 싹틀 것이다”고 주장했다. 즉 한신정이 한신평정보보다 늦게 시작한 것은 개인신용정보 시장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한신정의 한 관계자는 “한신평정보가 CB사업을 먼저 시작한 것도 개인신용정보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신정측은 CB와 관련해 출발은 늦었지만 사업에 대해선 낙관하고 있다. 우선 개인신용정보 시장에서 우위를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개인신용정보쪽에선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전국 대부분의 은행의 CSS가 한국신용정보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아무래도 은행들은 친숙한 곳의 데이터를 원한다는 판단이다. 또 은행에서 한신정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쓴다는 것은 신용정보에 대한 한신정의 가공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공공성도 장점이라는 주장이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한신평정보의 경우 대주주가 다우기술이라는 개인회사다. 원래 한신평정보도 금융기관 출자 회사였지만 코스닥 시장에 등록되면서 대주주가 바뀌었다. 비상장회사인 한신정의 경우 여러 금융기관이 주주다. “개인신용정보를 관리하는 사업을 개인회사가 한다면 믿을 수 있겠냐”는 것이 한신정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신평정보는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일축하고 있다. “이미 개인·법인 할 것 없이 수많은 신용정보를 취급하고 있고 그와 관련된 윤리성 문제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막상 양측 CB컨소시엄에 모두 참여한 한 회사는 “아직 두 회사 다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느 곳이 더 나은지는 판단할 수 없다. 앞으로 좀더 지켜 본 후 한쪽을 택하겠다”며 두 회사의 차이를 크게 인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CB사업 추진이 한신정에 대한 한신평정보의 선공이었다면 한신정의 기업 CB사업은 한신평정보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한신정은 지난 10월1일 세계 대기업 용정보 회사인 D&B와 D&B코리아 설립에 합의했다. 한신정은 이를 통해 D&B가 보유하고 있는 2백14개국, 7천5백만개 기업에 대한 신용정보와 시스템 운영 노하우, 한국신용정보의 기업정보·신용평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및 해외기업에 대한 기업신용정보 제공, 신용위험관리 솔루션, 영업관리 솔루션, e-Business 솔루션 개발 등의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기업신용정보 회사와 손잡고 그 노하우를 전수받아 이 시장에서도 3년 에 한신평정보를 앞지르겠다는 전략이다. 한신평정보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D&B와의 결합자체가 큰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 한신평정보측은 “D&B의 경우 지난해 우리와 제휴했다가 떨어져 나간 회사다. 세계적인 회사임에는 분명하지만 한국 신용정보 조사는 한신평정보가 훨씬 강하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기업정보 시장이 성장세에 있다면 왜 D&B가 지사를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정보시장이 그만큼 성장세가 둔화됐고 D&B측은 그런 부담을 현지합작 법인을 통해 돌파하려는 것이라는 게 한신평정보측의 주장이다. 이런 D&B의 전략에 한신정이 말려들었다는 얘기다. 한신평정보측은 ‘커머셜 CB’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세계적으로 쓰이지 않는 용어를 써 가면서 기업정보시장에 이슈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처럼 한국의 최대 신용평가회사 두 곳이 영역침범과 관련해 대립하고 있다. 때때로 날카로운 감정 대립을 보일 정도로 서로 양사의 감정이 첨예하다. 여기엔 고시 13, 14회 출신의 같은 재경부 출신인 양사 사장의 개인적 관계도 첨가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CB사업을 계기로 ‘땅 고 헤엄치던’ 신용평가시장에서도 건전한 경쟁이 일어나길 수요자들은 바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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