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천사표" 문영기 유진크레베스 사장
 | 문영기 유진크레베스 사장 | 천사표 한국 기업인.’ 올해로 한국과 수교 10주년을 맞게 되는 베트남에서 문영기(44) 유진크레베스 사장은 이렇게 불린다. 스푼·포크 등 이른바 양식기를 생산, 전량 유럽 전역에 수출하는 유진크레베스의 공장은 국내에 없고 베트남에 있다. 서울 본사의 직원은 18명에 불과한 반면, 지난 98년 베트남 호치민시 린쭝 수출자유지역 공단에 설립된 공장엔 1천5백여명의 현지인이 근무한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문사장은 매년 베트남의 심장병 어린이 5명씩을 국내로 데려와 무료로 수술을 시켜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수술만 시켜주는 게 아니라 이들 어린이들이 성장해 직장이나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후원도 해줄 계획이다. 올해도 이미 3명의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들을 데려와 부천 세종병원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게 해줬고, 오는 19일에도 4명을 더 데려온다. 민간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일은 어느덧 한국과 베트남 간의 국가적인 일로 발전돼 베트남 아동보호기금과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이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들을 후원키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스스로를 크리스찬 기업인이라고 말하는 문사장은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공장에서 양식기 하나를 생산할 때마다 1원씩 적립하고 있다. 그가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들을 지원하게 된 것은 모친인 여주기씨의 영향이 컸다. 문사장은 “어머니께서 19년 전에 복지법인 한국선의은행을 설립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오셨다”며 “어머니를 보면서 돈이 있으면 좋은 일에 써야 한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그를 고마운 한국 기업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사장은 정작 베트남 사람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공장에 있는 1천5백여명의 현지 직원들이야말로 회사 성장의 동력이죠. 베트남은 노사분규도 없을 뿐 아니라 중국보다 노동력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게다가 베트남 정부에서도 회사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사장이 이끌고 있는 유진크레베스는 WMF·아메파·이께아·톰킨·나트코 등 유명 양식기 업체를 대상으로 납품하면서 지난해 무역의 날에 1천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한 내실 있는 중소기업. 지난해 매출액 1백60억원에 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세계적으로 양식기 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올린 실적이어서 이 회사의 존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세계 양식기 시장은 10억 달러 규모. 단일 품목으로선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다. 유진크레베스는 올해 1천5백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매출 2백억원에 순이익 15억원의 목표를 책정해 놓고 있다. 문사장은 “최근 베트남이 미국에서 최혜국대우(MFN)를 받게 됨에 따라 베트남·미국 간 협약으로 수출 관세가 평균 40%에서 4%로 낮아져 본격적인 미국 수출이 기대된다”며 “자체 브랜드 ‘크레베스’와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수출로 판로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6년 설립된 유진크레베스가 이처럼 짧은 기간에 세계 양식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엄격한 품질관리로 깐깐하기로 유명한 유럽 바이어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고와 고려대 농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공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그는 LG상사 패션기획팀 과장으로 근무하다, 89년 석유화학제품용 첨가제 업체인 대진정밀화학에서 전무·사장을 거쳐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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