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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 휘둘리는 '老後'

증시에 휘둘리는 '老後'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 회장
정부는 증시 부양에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나. 언론보도를 보면 지난 10년 간 정부는 50차례 이상 증시대책을 내놓았다. 이중 30차례는 발표 직후 증시가 더 폭락했다고 한다. 나머지 20차례도 성공한 것이 아니라 거의 약발이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도 증시는 침체국면이고, 예년처럼 정부는 부양책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탕, 삼탕은 기본이고,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책도 일단 패키지로 발표된다. 최근에는 현금재고가 거의 없는 증안기금을 동원해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발표를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러더니 한술 더 떠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6∼7조로 확대해 빠르면 연내에 조기 투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기업의 퇴직금을 폐지하고 그대신 기업연금을 도입해 증시를 부양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이쯤되면 주머닛돈이든 쌈짓돈이든 가리지 않고 일단 증시에 쏟아붓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금 자산은 정부의 예산이 아니다. 국민들이 노후생활을 위해 적립하고 있는 돈이다. 그러므로 관리를 정부가 한다 하더라도 연금 가입자 대표가 운용에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연금을 운용할 때는 국민들의 노후생활 보장이 최우선 고려사항이어야 한다. 따라서 수익을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되어야 한다. 물론 수익율만 볼 수는 없다.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증시가 활황일 때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증시가 폭락해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주가가 더 내려가지 않도록 연금자산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정책당국자들이 증시폭락의 책임을 면하고자 ‘남의 돈’으로 자기가 생색을 내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자산운용의 감시를 기여자인 국민들이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연금운용에는 국민적 통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증시부양을 위해 연금자산을 사용하는 것은 연금조성 목적에 위배되는 것이다. 연금자산은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폭락한 증시를 부양할 목적으로 자산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담보로 도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증시가 폭락하자 정책당국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한다. 관련 법을 고쳐서 6조∼7조원 정도는 편안하게 사용할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묻지마 투자’와 다를바 없다. 국내 증시 하락요인은 미국 증시 하락과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인데 정부가 돈을 쏟아붓는다고 이런 요인들이 해소되는가. 기업연금도 마찬가지다. 기업연금을 운용할 정도면 대기업이라야 한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기업연금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주로 자사주를 산다. 자사주의 유통물량을 줄여 주가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종업원들이 퇴직할 때는 주가가 올라 안정적인 연금혜택을 받게된다. 그런데 우리 정책당국은 기업연금을 도입하면 기업들이 곧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강제로 주식투자를 하게 할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기업연금의 도입방침을 발표하면서 연간 1∼2조원의 주식매수가 기대된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주가는 외부여건이나 정부정책의 효과, 또 기업의 수익성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돈을 퍼붓는다고 올라가는 게 아니다. 더욱이 모든 정책을 증시 떠받치기에 동원한다고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과 같이 증시에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정부정책이 휘둘리는 것은 민심이반을 걱정하는 정치논리 때문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주가지수를 법으로 묶어두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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