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4천억 ‘새롬’돈 어디로 갔나?
[추적]4천억 ‘새롬’돈 어디로 갔나?
◆3천7백억 모아 2천억 투자 새롬기술은 ‘코스닥 황제주’로 이름을 날리던 지난 2000년 2월12일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3천7백39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새롬기술의 유상증자 규모는 코스닥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새롬기술 측의 설명에 따르면 써버린 2천억원 중 대부분이 외부 투자에 사용됐다. 이 설명을 들어보면, 새롬이 증자로 ‘땡긴’ 돈도 엄청났지만, 투자도 엄청나게 ‘쎄게’ 한 셈이다. 투자 규모가 2천39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다른 벤처기업은 물론이고 돈 좀 있다는 굴뚝기업도 하기 힘든 투자 규모다. 그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랄까?(투자내역은 도표 참조) ◆다이얼패드 등 외부에 집중투자 새롬기술은 자사에 대한 투자도 투자지만, 그보다는 미국 다이얼패드와 다른 벤처기업 투자에 보다 주력했다. 이는 새롬이 본업인 벤처사업보다 벤처캐피털 같은 투자사업에 열중했고, 그래서 돈을 더 ‘빨리’ 낭비하게 되었다는 비난을 자초하게 되는 대목이다. 아무튼 새롬은 미국과 일본 다이얼패드 사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그 돈만 해도 무려 7백36억원에 달한다. 다이얼패드 외에 국내 인터넷전화 사업에도 많은 돈이 투자됐다. 새롬은 통신사업 확대를 위해 한솔월드폰 인수에 나서 40억원을 사용했고, 각종 시설투자에 약 1백62억원을 사용했다. 관계사에 대한 투자도 많았다. 일종의 벤처캐피털 성격의 투자다. 새롬전자에 1백62억원을 출자했고, 기타 관계사에도 1백2억원이나 사용했다. 2000년 당시 합병이 불발됐던 네이버(현 NHN)에는 단순투자 차원에서 2백50억원을 출자했다. 본연의 사업 외에 창투사업에도 상당 자금을 투자했다. 자회사인 새롬벤처스 설립에 2백50억원을 사용했고, 새롬1호벤처투자에도 50억원을 썼다. 현재 새롬벤처스는 브이넷벤처투자와 합병해 새롬벤처투자로 이름이 바뀌었다. ◆투자한 돈 대부분 사라져 투자된 현금이 많았던 것도 문제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투자된 자산이 대부분 허공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새롬기술의 자산 규모는 99년 3백8억원에서 2000년 4천3백6억원으로 폭증했다. 이는 2000년 2월 당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라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 4천억원 정도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새롬 자산은 지난해에는 2천9백7억원으로 줄었고, 지난 상반기에는 또다시 2천7백72억원으로 감소했다. 불과 1년반 사이 1천534억원의 재산이 없어진 것이다. 당좌자산도 2000년 말 2천9백5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천8백90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상반기까지 1천8백19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00년 말 2천7백억원에 달하던 현금과 단기예금·유가증권 규모는 올 상반기에는 1천억원이나 감소한 1천7백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당기손실이 거듭되며 돈도 줄어들고 있다. 새롬기술의 자본 총계는 99년 2백9억원에서 2000년 말 3천6백65억원으로 증가한 후, 2001년 2천8백8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2천7백2억원으로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올 상반기 6개월 동안에만 1백억원이 사라진 것이다. 갈수록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새롬기술의 당기순손실 행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0년 2백33억원, 2001년 9백95억원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8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투자한 사업들이 대부분 부진에 빠지며 투자자산이 줄어들고 보유한 현금마저도 동반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다이얼패드 투자액 손실처리 지난해 새롬기술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투자한 자산들에 대해 손실처리해 1천억원에 가까운 결손을 기록했다. 결손금액이 이렇게 확대된 것은 다이얼패드와 새롬전자·타운넷 등 부실 자회사들로부터 7백42억원의 지분법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코스닥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NHN 지분도 새롬에게는 거꾸로 ‘부담’이 되고 있다. 올해는 NHN 지분이 손실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장부가로 평가해 온 NHN 주식이 코스닥시장에 등록되면, 이제 주식시장 거래 가격으로 평가해야 된다. 새롬기술이 NHN에 투자한 금액은 2백50억원으로 주당 투자금액은 8만2천원을 넘는다. 그러나 NHN의 코스닥 공모가격은 2만2천원으로 이는 새롬기술의 투자원가에 한참 못 미친다. NHN의 주가가 올 연말까지 8만원 이상 상승하지 않으면 이 부분에서도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8만원 이상으로 NHN 주가가 뛰어오르는 건 기대하기 힘들다. 여전히 적자 상태인 영업실적도 새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새롬기술의 2000년도 영업적자는 2백1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3백67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만도 1백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새롬기술의 지난해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매출액은 3백86억원인 반면, 매출총이익은 9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판매관리비로 2백77억원을 사용했다. . 매출액이 매출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판관비가 매출액의 70%가 넘는 상황에서 새롬기술이 아직까지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이유는 뭘까? 2000년 2월에 미리 쌓아둔 3천7백억원의 힘일 수밖에 없다. ◆과연 적절하게 쓰였나? 새롬기술이 2천억원의 자금을 사용하는 과정이 투명했느냐 여부도 이번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월 서울지검에 오상수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고발한 김지수 감사는 오사장이 부당하게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감사는 고발장에서 “오사장이 지난 99년 11월 새롬기술의 주가 급등에 따른 조회공시 때 미국 다이얼패드사 지분율을 실제 48.2%가 아닌 56%로 허위 공시해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사장이 2000년 2월 허위 공시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미 다이얼패드사 주주였던 이스트게이트와 안 모씨로부터 총 23만주(8%)를 매입하면서 1백 달러가 넘는 주당 매입가를 62.5센트로 허위 공시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그는 “오사장이 이중계약서로 회사에 미친 손실은 1천만 달러가 넘는다”고 주장했다.이와 관련 현재 오사장은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김감사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 김감사의 고발건 외에도 내부자 주식거래 문제도 남아 있어 오사장은 도덕성 면에서도 상당한 위기에 몰려 있다. 이번 M&A의 공격자인 홍기태 사장측은 “오사장이 도덕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향후 심각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홍사장은 법원에 오사장이 새롬기술에 끼친 손실 1백63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대표소송을 제기하며 오사장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오사장은 새롬기술과 관련, 형사는 물론 민사소송까지 맞물려 최종 시시비비는 사법당국에 의해 가려질 전망이다. ◆홍사장측 “기업 사냥꾼 아니다” 새롬기술과 오상수 사장은 이번 홍기태씨의 M&A시도에 대해 새롬기술의 잔존 현금을 노린 M&A라고 애써 축소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홍씨측은 이에 대해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새롬벤처투자의 박원태 전무는 “새롬기술을 인수하려는 것은 더 이상 새롬기술을 내버려둘 수 없다는 홍기태 사장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새롬기술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상여금도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전무는 “새롬기술의 1천7백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앞으로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이미 벌여 놓은 통신사업을 추스려 경쟁력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권을 차지할 경우 홍사장도 약 2벡여억원을 투자해 새롬기술이 보유한 자금 1천7백억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오사장과 홍사장 모두 1천7백억원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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