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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는 왜 성공하기 어려운가? (1)]기업문화 . 인사 문제부터 챙겨라

[M&A는 왜 성공하기 어려운가? (1)]기업문화 . 인사 문제부터 챙겨라

예금보험공사와 한화그룹은 지난 10월28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대한생명을 한화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 그리고 조흥은행을 접수하려는 금융권의 치열한 물밑 싸움…. 금융권을 중심으로 굵직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 급보들이 언론매체를 오르내리며 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DJ 정부 출범 뒤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줄을 이었던 M&A 열기가 연말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도 식지 않고 있다. 이런 M&A 바람은 80∼90년대 이후 기업 성장전략의 중심이었던 세계적인 M&A 붐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00년 기준 세계 직접 투자의 90%(약 1조1천억 달러)가 M&A에 투자됐다고 하니, M&A는 규모나 거래 빈도 면에서 기업의 보편적인 경제활동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국내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외국인의 직접 투자는 기업 매물을 노린 M&A가 주류였다. 반면 요즘 들어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국내 기업끼리 M&A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특히 금융계에서 일고 있는 M&A 폭풍은 시장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자발적인 합종연횡이란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금융기관이 M&A를 통해 대형화·겸업화 추세로 나아가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IT 투자에 들어갈 비용 확보, 예대마진 감소에 대처할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 등 경영 여건이 어느 때보다 척박하다. 더구나 M&A를 빼곤 이런 경영 환경에 대처할 방법이 딱히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기관 간 M&A 또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략적·재무적으로 심도 깊게 검증된 M&A라 하더라도 성공을 보장하기는 매우 어렵다. 미국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5억 달러 규모가 넘는 3백여개 기업의 M&A 사례 가운데 57%가 경쟁사를 초과하는 주주이익 달성에 실패했다. 또 2000년 한 해 동안 이뤄진 10대 M&A 기업들을 보면 주주들의 곡소리만 남았을 뿐이다. 잘해보자고 했던 노력이 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 걸까? 여러 가지 분석 가운데 비교적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건 바로 인적자본 이슈(people-side issues)다. 예컨대 1990년대 미국에서 이뤄진 1백73개의 대규모 M&A 사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경영진 사이의 스타일 차이, 즉 경영진의 문화적 차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3백50억 달러의 딜로 98년 최대 규모의 M&A 사례였던 AHP(American Home Products) Corp(제약)과 Monsanto Corp(화학) 간의 합병도 결국 두 회사의 문화적 차이로 재난을 피할 수 없었다. 가정적이며 합리적인 저원가 원칙이 뿌리깊었던 AHP와 다소 과격하고 진취적이었던 Monsanto는 심각한 문화 충돌을 보였다. 프랑스와 독일도 비슷했다. 85%가 넘는 합병 사례에서 이런 문화적 또는 인사 제도상의 문제가 발생했다. 반대로 영국(1백91개)과 프랑스(1백55개)의 기업 간 M&A에서 사후 성과가 뛰어난 기업을 보면, M&A 과정에서 문화·인사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였고, 구체적인 행동도 취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일련의 사례들이 암시하고 있는 내용은 결국 M&A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업의 소프트한 부분, 즉 인적자본과 관련된 문제라는 사실이다.

■기업문화의 충돌과 기업문화 실사(Due Diligence)=서로 다른 가치관과 스타일을 갖고 있는 조직이 통합에 실패할 때 M&A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자유분방한 한일은행의 문화와 관료적인 서울은행의 문화가 충돌한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어느 기업문화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두 문화를 융합하는 전략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기업문화 실사는 이런 측면에서 M&A 뒤 위험을 미리 측정하고,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다. 흔히 많은 M&A 사례에서 보면 실사 작업 때 세무·법률 분야의 실사는 심도 있게 진행하지만 인적자본이나 기업문화의 실사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M&A 실패의 한 원인이 됐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프랑스계 회사가 국내 기업을 인수했을 때 세무·법률 분야는 면밀하게 조사했지만 악화된 노사관계 문제는 잘 몰라 큰 진통을 겪기도 했다. 특히 M&A 전 퇴직금 관련 충당금의 설정 문제라든가, 기존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급여 개선 등의 내용을 약속한 사실, M&A 발생시 임원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기로 한 규정 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M&A에 따른 인적자본 문제를 풀려면 딜이 끝난 뒤가 아니라 M&A 대상 선정 때부터 고민해야 한다.

■인사통합 계획 수립과 실행 (1백일 통합 계획)=M&A에 따른 인적자본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 못지않게 시점도 매우 중요하다. 어느 시점에서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냐에 대한 치밀한 계획이 요구된다. 실제로 M&A 뒤 1년 동안 아무런 액션 없이 방치하다 그 때부터 통합 작업을 했던 어느 기업의 경우 통합 작업 시점에서 이미 고객의 30%를 경쟁사에 빼앗기고, 생산성은 50% 감소했다. 초기 통합은 우수 직원 이탈과 직원 동요를 최소화하는 것이 주요한 관건이다. 실제로 GE캐피탈처럼 M&A를 통해 성장한 회사의 경우 딜 이전·딜 종료일·딜 종료 후 일주일 등 일 단위의 전략적인 행동계획을 준비하고 이를 다시 60일·1백20일·1백80일 계획으로 확대, 치밀하게 실행하기도 했다. 통계적으로 M&A 뒤 3개월 이내 별다른 행동이 없을 경우 고객의 30%가 이탈한다는 결과는 참조할 만하다.

■M&A 과정에서 핵심인재 유지=인수합병이라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환경에서 직원들은 지위와 급여의 안정성 그리고 경력과 비전 등과 같은 ‘자신’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모든 관심을 이에 쏟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가장 높은 ‘자발적 이직률’을 보이는 사람들이 바로 기업의 핵심인재들이다. 따라서 핵심인재 이탈 방지 계획이 딜 전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돼야 하며 체계적인 핵심인재 이탈 방지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다면 M&A는 성급한 계획이 될 것이다.

■통합기업의 최고경영진 선임=국내 M&A 성공사례를 분석해 보면 예외 없이 발견되는 성공 요인이 바로 다문화 융합 능력을 갖춘 최고경영진의 유무다. 국내 M&A 성공사례로 꼽히는 볼보코리아의 경우 인수 대상 선정과 실사 작업 때부터 본사 최고경영진의 지대한 관심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M&A에 따른 인적자본 문제를 최소화했다. 또 인수 뒤에도 한국 문화·한국 기업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최고경영진의 노력으로 국내 직원들을 한마음으로 이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반면 실패사례 때도 어김없이 자문화 중심적인 최고경영진이 등장한다. 나의 경험으론 누가 새로운 조직의 최고경영진이 되느냐가 성공의 반을 담보한다. 새로운 조직의 비전과 새로운 기업문화에 적절한 리더십을 엄격하고 전문적인 평가 과정을 거쳐 선정하는 작업은 딜을 전후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미니 박스/휴먼컨설팅그룹은?] 휴먼컨설팅그룹은 글로벌 표준이 적용되기 쉽지 않은 인사·조직 분야에서 외국계 인사·컨설팅 회사와 경쟁하고 있는 국내 기반의 인사·조직 전문 컨설팅 회사다. 컨설턴트 대부분이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금융·화학·자동차·미디어·교육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컨설팅 경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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