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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줌]떠도는 뭉칫돈 어디로…

[이코노 줌]떠도는 뭉칫돈 어디로…

3백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시중자금이 1년여째 갈 곳을 못찾고 헤매고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여유자금을 은행 예금 등에 장기 투자하지 않고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단기성 상품에 잠시 얹혀 놓은 채 고수익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정부의 투기 억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에도 자금이 흐르지 못해 단기 부동화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단기자금 운용처의 대표격인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수탁고 50조원을 돌파했다. MMF 수탁고는 지난해 말 35조257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15조원 가량이 늘었다. 반면 장기 저축성 상품에선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단기부동화된 자금은 주식 공모나 주상복합 건축물 청약에 게릴라처럼 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말 청약이 마감 된 서울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의 경우 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며 약 9000억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이 입금됐다. 앞서 이달 초 청약을 실시한 잠실 롯데캐슬은 1, 2차 분양을 합쳐 총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또 지난달 말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코스닥시장의 NHN은 500대 1에 이르는 경쟁률을 기록, 1조7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집중됐다.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 공모에도 올해 최고액인 2조4천억원이 모였다. 시중자금이 단기자금시장에 몰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고, 국내도 경기를 뒷받침하던 소비증가세가 눈에 띄게 위축되는 등 조만간 회복세로 돌아 설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있다는 얘기. 한국은행이 내놓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7%에 이를 것이라던 당초 예상에 못미치는 5.8%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성장률이 4분기에도 6%를 밑돌고, 올 한해 성장률 또한 6%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시중자금이 갈 곳을 못찾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짐에 따라 기업들은 설비투자 시기를 늦추고 현금보유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대우증권이 우량 상장기업 174개 사의 실적발표치와 수익추정치를 토대로 추산한 것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현금보유액은 지난해 말 9조7천억원에서 올해 말 16조1천억원으로 증가할 전망. 기업들의 여유자금은 주로 MMF 등 단기금융시장에 몰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는 것도 자금을 단기금융시장에 묶어두는 이유다. 주식시장은 지난 4월 중순 연중 최고치 940선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미끄럼틀을 타고있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기업들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 외국인 매도세 등 영향으로 7개월째 고점이 낮아졌다. 최근 회복국면에 들어서고 있으나 700∼730대 매물벽이 만만치 않다. 채권 투자 또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 장기채 수익률은 7월 말 이후 5.2%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 기준)에 막혀 4개월째 횡보하고 있다. 투신권의 장기채권형 펀드 수탁액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투자자들에게 ‘불패의 신화’로 기억되고 있어 부동산시장에 자금을 붙잡아두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투기대책이 한 달여동안 아파트값을 하락으로 이끌었지만 부동산 열기가 완전히 식은 것은 아니었다. 세계경기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국내 경기도 영향권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것도 부동산시장을 규제로만 다스릴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확신이 자리를 잡으며, 기업들이 보류하고있는 투자에 나서야만이 자금의 정상적인 순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대통령선거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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