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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얄팍해졌는감? 그럼 큰 걸로 먹어야죠!

주머니가 얄팍해졌는감? 그럼 큰 걸로 먹어야죠!

경기가 침체될 때는 외식.레포츠등 외부활동 자제가 뚜렷해지고 가정 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대용량 제품이 늘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요즘 식품업체들은 대용량 제품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올 초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주5일제 근무 등이 한창 논의될 당시 식품업계는 소용량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된 최근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체들이 제품의 용량은 키우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소폭 올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제품의 크기를 크게 키워서 내놓는, 이른바 ‘대물(大物)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이같은 대물마케팅 현상은 제품의 용량과 경기의 함수관계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경기가 활황일때는 제품이 작아지고, 침체될 때는 용량이 커지는 것이다. 경기와 제품의 용량은 반비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될 때는 외식·레포츠 등 외부활동 자제가 뚜렷해지고 가정 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대용량 제품이 늘고 있다. 반면, 경기 활황시에는 야외 레저활동이 증가하면서 휴대가 가능한 소형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가 활황일 때, 특히 올 초의 경우 주5일제 근무가 본격화될 조짐에 따라 소규모 포장이 가능한 제품 발굴에 나섰던 식품업체들은 이제 연말 연시를 앞두고 제품개발을 급선회했다. 경기가 급랭함에 따라 실속파 소비자들을 겨냥, 대용량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롯데리아의 햄버거 ‘빅립’, 롯데햄우유의 소시지 ‘키스틱’, 롯데제과의 ‘빅와플’, 빙그레의 ‘참붕어싸만코’, 진주햄의 ‘점보 천하장사’ 등 간식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롯데리아의 빅립은 기존 제품보다 용량은 40% 커졌지만 값은 3천1백원으로 24%만 올렸다. 용량이 훨씬 커진 이 제품은 한끼 식사 대용으로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불고기 버거를 제치고 단번에 사내 판매 1위 메뉴에 올라섰다.

업소용이 가정서 인기 롯데햄우유의 간식용 소시지 키스틱은 용량이 둘리·디지몬 등 기존 제품(13g)의 3배(40g, 5백원)나 된다. 출시하자마자 비엔나햄·스모크햄·캔햄 등 기존 주력제품들을 제치고 단일품목 매출 1위에 올랐다. 2위군과의 차이도 50% 이상 간격 차이를 멀찌감치 벌려놓았다. 진주햄은 일찌감치 천하장사의 중량을 늘려 효과를 보고 있다. 43g짜리 점보천하장사는 지난해에는 햄 제품 중 판매비중이 25%에 그쳤으나, 올해는 50%를 넘어섰고, 내년엔 6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품에 함유된 특정 성분을 늘리거나 경쟁사 제품보다 용량을 늘린 신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해태제과는 맛동산에 함유된 땅콩의 용량을 32% 늘렸으나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으며, 신제품 ‘프랜’의 경우 경쟁제품인 롯데제과의 빼빼로와 가격은 같지만 용량을 늘려 출시했다. 업소용으로 출시된 대용량 제품들도 최근에는 가정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업소용인 2천7백㏄·3천3백㏄·5천㏄·1만㏄ 등의 대용량 아이스크림을 구매, 가정에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업소용인 2ℓ짜리 우유의 가정 판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업체들이 이처럼 대용량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경기침체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실속형 소비자들을 노린 전략이다. 가격은 미미하게 올린 반면, 용량은 눈에 띄게 늘려 알뜰쇼핑을 선호하는 주부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포장 과정 등을 줄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재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살아나면 용기 작아져 그러나 용량보다 가격을 더 많이 올려 대용량 제품의 인기에 편승, 소비자들의 착시를 노리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은 쇼핑 때마다 제품의 용량과 가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롯데제과의 빅와플(1백50g, 7백원)은 모나카 아이스크림 와플(1백20g, 5백원)을 강화한 제품으로 용량을 25% 늘린 반면, 값은 40%나 올렸다. 빙그레가 내놓은 ‘참붕어싸만코’도 마찬가지. 용량은 30g 늘었지만 가격은 2백원이나 올랐다. 이 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케익아이스도 기존 제품의 빵 사이에 넣은 햄버거를 아이스크림으로 교체한 후 가격을 40%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될수록 소비자들이 보다 값싼 제품을 선호하고, 한꺼번에 제품을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며 “제품의 용량이 커지는 것은 경기가 침체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제품용량과 경기의 함수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가 좋았던 올 초에는 소형 제품이 주류를 이뤘었다. 경기가 살아난데다 주5일제 근무에 대한 기대심리로 야외 레저활동이 증가한 데 따라 나타난 현상이었다. 종전보다 용량과 크기가 작은 라면과 햄·김치·육가공품·두부 등이 등장했으며, 마요네즈·캐첩·돈가스소스·드레싱 등은 용량을 크게 줄여 휴대와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든 튜브형 제품이 잇따라 출시됐었다. 주류시장에도 소포장 열기가 불어 진로·두산 등이 2백㎖ 소용량 소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이들 제품의 인기도 함께 시들해지고 있는 추세다. 경기와 제품용량의 함수관계는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품의 대형화 현상은 이 시기에 두드러졌다. 특히 당시는 할인점이 신유통으로 부각되면서 할인점용 대용량 제품이 봇물을 이뤘다. IMF 때는 소비자들이 맛이나 기능성보다는 입감이 좋고 양이 많은 제품을 선호한 반면, 지금은 맛과 기능성 모두를 고려한다는 점이 차이다. 당시에는 가격을 내린 제품이 많았던 것도 특징이다. 당시 농심·롯데제과·해태제과·빙그레 등은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용량을 크게 늘린 대신 가격은 오히려 내린 대용량 벌크제품을 잇따라 내놓았었다. 대용량 제품은 쇼핑 횟수를 줄이고 1회에 다량으로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시간적 이점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아 떨어져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제과는 벌크 타입의 ‘칙촉’비스킷을 선보여 인기를 끌자 용량을 늘리거나 묶음으로 만든 10여종의 상품을 개발, 할인점 시장을 공략했었다. 이때 대용량으로 개발된 빼빼로 등은 아직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심은 장수제품이었던 새우깡·포테토칩 등의 용량을 크게 늘렸으며, 해태제과도 맛동산의 용량을 대형화한 뒤 비스킷·스낵·빙과류 등의 용량을 늘려 시장상황에 대비했다. 이밖에 동양제과의 오징어 땅콩·썬칩에 이어 빙그레도 우유·아이스크림 등의 제품 용량을 늘렸으며, 가격은 기존 제품을 유지하거나 약간 인상하는 선에서 결정했다. 김태성 CJ 홍보팀 과장은 “IMF 불황의 여파로 할인점 업태가 크게 신장, 식품업체들이 할인점 전용의 벌크제품 개발이나 묶음판매를 강화했으며, 이같은 분위기 탓에 단일 제품의 용량도 커졌다”며 “경기가 살아나면서 제품의 용량이 줄어들다가 올 3, 4분기 들어 다시 경기가 냉각되자 대용량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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