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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하려면 경리대학 나와야”

“CEO하려면 경리대학 나와야”

LG그룹이 사내 재무전문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1992년에 설립한 경리대학이 지난해 12월11일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회계와 자금 금융 부문만 집중 교육하는 전문교육기관으로 설립된 경리대학은 지금까지 이헌출 LG카드 사장·서경석 LG투자증권 사장·정병철 LG전자 사장·김갑열 LG건설 사장 등 그룹의 재무통 최고경영자(CEO)들이 필수 코스로 거쳐갔을 정도로 LG 재무인력의 사관학교로 통한다. 설립 이후 10년간 경리대학을 거쳐간 LG그룹 임직원은 모두 1만여명. 재무부문 근무자는 경리대학의 학점 이수를 필수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유식 LG경리대학장인 구조조정본부장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이 대학이 양성한 재무 인력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LG가 사내교육 과정에 ‘대학’이란 명칭을 붙인 것은 그룹 경영진들이 그만큼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리대학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내교육 프로그램과는 달리 지속적이며 장기적인 비전과 교육 내용, 운영 체계 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리대학은 90년대 초 구자경 회장과 주력사들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들이 그룹 내부에 재무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설립됐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각 계열사들이 내실있는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유능한 재무 전문가들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 92년 12월 구회장은 인재의 사명·자세·역할·육성체계 등을 정리, ‘경리규범’을 만들어 경리대학을 운영케 했다. 구회장은 ‘경리규범’에 “경리대학은 경영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관리 전문가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육성시킬 수 있는 그룹 내부의 공통된 교육 체계가 될 것”이란 문구를 써넣을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구회장은 “경리대학 설립으로 각 계열사들이 자율경영을 앞당길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경리대학은 93년 기초 1개 과정과 전문 5개 과정으로 구성, 출범했고 94년 기초 과정과 전문과정을 각각 5개와 10개 과목으로 늘리면서 교육을 강화했다. 96년 전략과정 개발·97년 경리직군 내 인프라넷의 구축과 인력풀제·2001년 선진경리연구과정·올해 글로벌 CFO 과정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선보였다.경리대학의 교육과정은 기초과정(5개분야 5개 과목), 전문과정(6개분야 12개 과목), 전략과정의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재경직군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과정에서는 경리 분야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기업의 재무회계·세무회계·자금관리·국제금융·관리회계 등이 그 내용이다. 과장· 차장급의 관리자를 중심으로 교육하는 전문과정에서는 주요 재무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응용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재경 핵심인력 양성과정 금융리스크 관리 실무· 자금 기획·M&A·자금 조달 제도와 법규 등이 주 내용을 이룬다. 그리고 전략과정에서는 주요 이슈에 대한 전략적 해결 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기업 공정거래 실무·전략적 재무 의사결정 과정·선진경리 연구 과정 등 장·단기 계획과 국내외 교육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재경분야의 가장 핵심적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수체계는 사원들에게 교육의 강제성을 부가하는 동시에 동기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대상 직원은 직급에 관계없이 1년에 2학점(과목당 2학점)을 이수하고 과장 진급 전까지 총 10학점, 부장 진급 전까지는 총 12학점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점 이수의 자격은 각 단계별 평가에 의해 부여된다. 즉, 사전 평가·합숙 기간 평가·과제 보고서 평가·종합 필기 평가 등을 통해 총 1백점 중 60점 이상을 받지 못할 경우 이수를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 경리대학의 조직은 ‘학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자리는 계열사 CEO급으로 그룹 내 높은 위상을 짐작케 한다. 현재 강유식 구조조정본부장이 겸임하고 있다. 여기에 경리대학의 발전방향과 장기적인 교육체계를 구상하는 발전협의회가 있다. 현재 16명의 CFO로 구성된 협의회는 1년에 4회 정도의 정기 모임을 갖고 특별한 사안이 있을 경우 수시로 소집된다. 그리고 각 계열사 CFO들에게 ‘전문 재경인 육성’이라는 메시지를 그룹 차원에서 전달함으로써 임직원들의 교육 참여를 독려하도록 하고 있는 점도 운영상의 중요한 특징이다. 임원들을 경리대학의 영향권 안에 두는 것은, 원활한 운영뿐만이 아니라 사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종오 LG이노텍 부장은 “임원들이 경리대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직원들의 참가율과 이수율 등을 직접 챙기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 강사진들도 경리대학 운영의 중요한 축이다. 이들은 80여명의 내부 강사진과 10명 정도의 외부 강사진으로 구성된다. 경리대학 전담 운영팀과 함께 교재 개발·교육내용 확충·평가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내부 강사진은 실무 경험 3년 이상의 현장 베테랑들로 구성된다. 경리대학 관계자는 “실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이론 교육이 아닌 실제 업무 능력 향상에 교육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을 받은 사원들의 반응에서도 이런 점은 확인된다. 기초과정을 이수하고 올해 전문과정을 수강한 신정곤 LG실트론 대리는 “업무에서 경리대학의 교재를 활용하거나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며 “각 계열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선배와 동료 들을 만나 의견교환을 하는 자리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 제3 경리대학 구상 경리대학의 저력은 ‘출범 10주년’이라는 짧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동안 수많은 부침 속에서도 버텨온 것이다. 특히 IMF시절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축소 혹은 폐지되는 동안에도 경리대학은 수강 인원의 소폭 축소만 있었을 뿐 별다른 동요없이 순항을 계속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경리대학을 수료한 사원들은 올해 8백51명을 포함해 1만8백50명에 이른다. LG의 차세대 경영주자 김태오 LG증권 부사장·조한영 LG화학 부사장 등도 경리대학을 거쳤다. 그룹 전체 현직CFO의 90% 정도가 경리대학 출신들이다. LG는 지난해 초 경리대학을 모델로 인사·노무 분야의 인재양성을 위해 ‘HR(Human Resource)대학’을 출범시키는 등 제2, 제3의 경리대학을 설립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열살의 경리대학은 이제 또 다른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핵심인력 양성이다. 기초 전문과정의 대폭적인 개방을 통해 경리 분야의 펀드멘탈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질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경직군 전 사원의 대상의 기초 과정은 그 틀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전문 과정의 소수정예화를 시도하고 있다. 각 계열사별 CFO 양성 과정에 따라 선발된 소수정예 사원들은 금융·회계·기획으로 통합된 교육이 제공된다.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15개월간 연수를 받는 글로벌 CFO과정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교육을 강화하고 외부 강사의 충원과 다양한 교재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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