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어도 종업원은 안 늘린다
매출 늘어도 종업원은 안 늘린다
확실한 지역 아니면 쳐다보지 않는다 월드건설이 주택건설 시장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정착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선택과 집중·상품개발 그리고 창업주와 경영진의 마인드가 합쳐진 결과였다. 월드건설은 선택과 집중을 경영전략으로 삼고 있다. 회사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력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2백∼2백50명의 소수정예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 이것저것 일을 벌이지 않고 상품개발 등 주요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인력 관리에서뿐만 아니라 분양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월드건설은 큰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는 아예 분양이 없는 해도 있었다. 2000∼2001년에는 분양 물량이 거의 없었다. 확실한 지역에서만 승부를 걸었다는 얘기다. 확실한 지역 위주로 분양을 하면서 월드건설은 ‘상품개발’에 집중했다. 월드건설의 상품 개발 능력은 건설업계에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다른 건설회사 개발 담당자들은 경영진으로부터 ‘월드건설처럼 상품을 개발할 수 없느냐’는 지적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조대표는 “새로워야 한다는 데 거의 강박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 같이 중견회사가 새롭지 않고서 어떻게 유명 건설회사들과 경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월드건설은 월드메르디앙이라는 브랜드를 도입한 후 분양에 들어간 파주 교하지구에는 ‘마당 있는 아파트’란 컨셉트로 승부했다. 교도소 부지에 지은 동수원 월드메르디앙은 ‘외부공간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개념으로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까지 신경 쓴 고급 아파트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옛 대상 공장터에 짓는 부산월드메르디앙에는 ‘지하 주차장 없는 건강한 아파트’라는 컨셉트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 분양한 용인 동백지구의 인근 월드메르디앙에는 국내 처음으로 아파트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지역이 경사진 곳이어서 도로에서 계단을 걸어 아파트로 올라가는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다. 조대표도 스스로 월드건설의 최대 경쟁력을 이런 상품 개발로 꼽는다. “저희 회사의 모든 프로젝트는 상품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고객인 주부들의 입장에서 인테리어에서부터 평면까지 어떻게 상품을 개발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합니다. 주택은 ‘인성과 행복을 만드는 공간으로서의 주거’이고 삶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이죠.” 이런 상품 개발은 곧 월드건설 브랜드 이미지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졌다. 월드건설은 지난해부터 중저가 브랜드를 탈피, 고급 이미지로의 대변신에 성공했다. 서울 강남의 예술의 전당 맞은편 옛 풀무원 사옥 자리에 지을 예정인 서울 서초동 오페라하우스, 수원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여겨지는 동수원 월드메르디앙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진출 1호인 부산월드메르디앙도 부산지역 최고 분양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 전략도 바꿨다. 인기 연예인을 쓰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유럽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씨를 모델로 내세웠다. 서민들의 입장에서 집 짓는다 월드건설의 이런 주거철학은 창업주이자 현 월드건설의 조규상(64) 회장에서 시작된다. 조회장의 주거관(住居觀)을 잘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는 IMF환란 이후인 지난 99년 서울 구로구 구로본동 월드아파트 주민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94년 12월 분양회사인 동진주택 대표가 1천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주하는 바람에 분양받은 지 10개월 만에 꼼짝없이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이 때 3개 시공보증사 가운데 하나로 참여한 월드건설은 불법으로 허가받은 공사라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무조건 공사를 재개했다. 회사 내 임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조회장은 밀어붙였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자 거꾸로 조회장은 “사업하다 보면 밑질 때도, 득볼 때도 있는 법이다. 공사나 제대로 하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공사가 끝나고 입주한 주민들은 한 일간신문에 감사 광고를 실었고, 이 소식이 알려지자 IMF 이후 어려운 시절의 훈훈한 얘기를 찾던 각 언론은 조회장에게 잇단 취재 제의를 해 왔다. 하지만 회사 일 외엔 어떤 건설 유관단체의 자리도 맡지 않는 조회장은 이번에도 일절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예비역 소령인 조회장은 박봉의 군생활을 15년 가까이 한 덕에 집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평이다. 국방부를 끝으로 예편한 조회장은 초급장교 시절 어렵게 모은 돈으로 집을 샀는데, 속아서(?) 산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고마워 웃돈을 주고 집을 샀는데, 막상 들어가 살아보니 집이 형편없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이 그가 주택사업을 펼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다양한 군경력도 주택사업 쪽으로 그의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순환 보직을 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하지만, 정작 하나의 전문성은 갖기 어려운 게 군 장교 생활의 특징이다. 조회장은 기술적인 부분만 제외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주택’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회사를 만들었고, 그게 지난 83년의 일이다. 세대 교체기에 들어선 월드건설 월드건설은 지금 세대교체기에 있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대호 사장은 조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1년 34세의 나이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건설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였다. 젊은 최고경영자가 풍기는 이미지를 극과 극이다. 참신하다 대(對) 미숙하다, 새롭다 대 위험하다 등등. 젊은 사장으로서의 그의 고민은 어떤 것일까? 그는 매일 매일 배워가고 있다면서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저는 최고경영자의 그릇이 회사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믿습니니다. 초기 회사는 오너의 카리스마가 필요하고 업력이 오래된 회사는 전문경영인의 지식과 경륜이 요구됩니다. 제 위치는 이 둘 사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고민이 많습니다(웃음).” 그가 가장 신경쓰는 대목은 ‘조직문화’다. “일이야 같이 하면 되지만 사기를 높이는 건 쉽지 않더군요. 지난해에는 개인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회사가 그려주는 비전이 개인과 연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을 갖게 되죠.” 이런 결과로 실적이 좋아지면 당연히 이익은 나눠야 한다는 게 조대표의 생각이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상생(相生)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꿈과 행복과 이익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서 월드건설에는 각종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돼 있다. 부산 거제동 부지를 대상그룹이 매각한다는 정보를 제공한 직원은 이 대가로 2천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외에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특별위원’이라는 제도도 두고 있다. 현재 두 명의 특별위원은 기획팀장과 영업기획팀장 두 명이다. 이들은 정식 보고 절차 없이 조대표에게 직보(直報)할 수 있다. 이 특별위원 제도에는 직위 구분을 두지 않는다. 조대표가 만들고 싶은 ‘지금보다 2∼3배 더 일하고 더 많은 보상을 받는 회사’다. 이런 취지로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균 연봉 8천만원을 받게 만드는 게 자기 목표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실제 월드건설의 급여는 업계 상위권이다). “월드메르디앙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집을 만들고 싶습니다.” 조대표가 끝으로 밝힌 월드건설의 목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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