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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입소문에 회사 운명 걸었다

[트렌드]입소문에 회사 운명 걸었다

지난해 11월 메가스터디가 주최한 대학 입시설명회에는 5천여명의 수험생과 학부모가 입추의 여지없이 설명회장을 가득 메웠다.
세상에는 세 가지 유형의 기업이 있다고 한다. 일을 꾸미는 기업, 일이 벌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기업, 무슨 일이 있었나 의아해하는 기업이 그것이다. 마케팅의 권위자인 필립 코틀러에 의하면 일을 꾸미는 기업은 시장을 새로운 방향으로 리드하면서 시장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시장주도형 기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상품 유형을 세련되게 다듬고, 시장경쟁의 규칙을 변화시킨다. 한마디로 시장의 지도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최근 급격하게 온라인화가 이뤄지고 있는 국내 온라인 입시교육 시장에 바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일을 꾸미며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설립한 지 2년 반이 채 안 된 온라인 입시교육 전문업체 메가스터디(megastudy.net)라는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9월 온라인 교육에 뛰어든 지 2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매출 2백억원대를 돌파하면서 온·오프라인 교육 시장 전반에 태풍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주부 신모씨(47)의 경우가 좋은 사례. 신씨는 얼마 전 서울에서 교사로 있는 동생과 주위의 말을 듣고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에게 학원과 과외 대신 메가스터디를 권했다. 아들도 순순히 그 결정에 따랐다. 지방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언감생심 얼굴 한 번 구경하기 힘든 스타 강사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로부터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 덕분이었다. 신씨는 “수업 내용에 만족한 아들이 요즘 ‘꽁지머리 선생을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인터넷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메가스터디 브랜드의 전국적인 부상에 대해 “온라인 입시교육 시장을 거의 압도하는 분위기”라며 한숨을 내쉬는 경쟁사 임원의 부러움 섞인 탄식은 여타 업체의 긴장감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일 현재 이 업체의 회원은 25만3천여명. 2002년 초 8만명이던 회원이 매월 평균 1만∼2만여명씩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메가스터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 강남 8학군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강사진을 자랑하는 이곳은 온라인 기반 업체답게 서울이라는 지역적 테두리를 벗어나 전국적인 지명도를 폭넓게 획득해 나가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회원 중 서울 경기가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 외 지방이다. 일 매출 또한 최근 들어 1억원을 ‘흔하게’ 넘어서고 있다. 덕분에 이 회사의 2002년 매출액은 2001년 매출액(43억원)의 5배에 가까운 2백5억여원(추정치). 이 액수는 2위 그룹 업체들과 몇 배의 차이가 나는 수치로 이 경우 순이익은 70억원대에 이른다. 도대체 어떤 비결이 있었던 것일까? 어느 벤처가 그렇듯 그들에게도 화려한 출발은 없었다. 전자칠판으로 시작, 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이 시장에 숟가락 하나를 더 얹어놓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이 작은 벤처의 움직임은 돌풍으로 변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인터넷 강의가 낯설었고, 강사들 또한 온라인이 고객들을 빼앗아갈까 두려워해 온라인 강의를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꼭두새벽에 수업을 마치고 나서는 강사들을 모셔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시간들이었다. 강사들에게 온라인은 돈도 안 되고 고생만 되면서 학생들까지 뺏어가는 경쟁자였던 것. 고심 끝에 전자칠판(GVA) 방식으로 진행하던 강좌를 2001년 7월 동영상으로 전환했다. 경쟁사들은 이미 동영상으로 전환한 뒤였다. 이때 메가스터디는 사소하면서 중요한 몇 가지 전략을 선택했다. 이러저러한 수익에 눈을 돌리는 대신 핵심업무에 집중하고 핵심업무가 아닌 것은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처리하면서 원래 의도했던 ‘고3 시장’에 확실하게 포지셔닝하기로 한 것. 특히 품질 우선주의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오프라인 강좌와 다른 기획, 끊김이 없고 화질과 음질이 최고 수준인 동영상 서비스 등이 그것이었다. 손성은(36) 사장은 이에 대해 “기본적인 전략 선택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대상이 되는 콘텐츠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시교육 콘텐츠는 다른 콘텐츠와 달리 검증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었습니다.” 선택은 옳았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품질 우선주의와 정확한 타깃 지향은 2001년 수능을 거치며 인터넷 입시사이트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상당부분 무너뜨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연간회원이 없고 모든 강좌를 낱개로 판매합니다. 별다른 마케팅도 하지 않아요. 대신 입소문에 모든 걸 겁니다. 10대 위주의 사이트이지만 그 흔한 아바타도 없고 채팅창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 곳의 목표는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한 곳이기 때문입니다.”(손은진 기획부장) 고객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응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 밤 11시에 귀가하는 학생들을 고려해 상담센터를 새벽 1시까지 오픈,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만전을 기했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진 상품과 서비스가 아니면 단호하게 폐기시켰다. 메가스터디만의 독특한 학습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학생들이 어떤 문제에 취약한지를 수업에 반영되도록 했고,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수업활동을 인터넷을 통해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동영상 수업을 소홀히 하면 학부모에게 메일과 전화로 통보를 했고, 그럼에도 열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수업료를 환불해 주었다. 이 같은 노력은 지난해 6월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 가파르게 상승하던 매출곡선이 7월에는 하루 매출 1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강사들 중 5명 이상이 지난 한해 동안 5억원 이상을 수입으로 가져갔을 정도다. 최고 히트상품은 ‘손사탐’으로 유명한 손주은 강사의 ‘손선생의 통합사회’. 지금까지 약 6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메가스터디의 상품과 서비스를 살펴보면 다른 업체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시장과 상품, 그리고 고객에 대한 시각이 달랐던 것이다. 목표시장 장악에 자신감을 얻은 메가스터디는 올해 들어 시장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고3에 두었던 시장을 고1∼2로 넓히고 강의 중심의 구성 체계를 평가와 관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교육관리로 사업목표를 수정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는 것. 세 가지 유형의 기업 중에서 또 일을 꾸미는 기업이 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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