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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블록버스터 지고 하이틴영화 뜬다

[문화현장]블록버스터 지고 하이틴영화 뜬다

‘코묻은 돈을 잡아라.’ 요즘 영화계에 내려진 특명이다. 지난 한 해 한국영화계는 ‘집으로...’의 예상 밖 흥행을 빼놓고는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했다. ‘가문의 영광’이 ‘조폭마누라’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로 이어지는 ‘5자성어’ 조폭 영화 계보에 마지막 방점을 찍은 이후에는 이렇다 할 흥행 코드를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영화계는 두 가지 ‘삽질(헛다리)’을 했다. 하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대한 환상이다. ‘쉬리’의 성공에 고무된 영화계는 너도나도 블록버스터형 영화를 제작했다. 그러나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예스터데이’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개봉하는 족족 무참히 무너졌다. 다른 하나는 1980년대에 대한 짝사랑이다. ‘친구’ 성공 이후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복고풍의 양아치 영화(‘정글쥬스’ ‘일단 뛰어’ ‘피도 눈물도 없이’)들이 선보였지만 모두 흥행에 참패했다. 갖은 ‘삽질’을 거친 영화계가 발견한 흥행의 ‘성감대’는 바로 하이틴 코미디 영화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몽정기’(전국 2백43만명)에서 서서히 일기 시작한 하이틴 코미디 영화붐은 ‘색즉시공’(전국 4백3만명)과 ‘품행제로’(전국 1백68만명)를 거치면서 더욱 거세진 뒤, ‘동갑내기 과외하기’(고교 얄개)에 이르러 돌풍이 됐다. 최단시간에 1백만 관객을 돌파한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이제 5백만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바라보며 영화계는 하이틴 영화의 부활에 주목하고 있다. 서태지가 10대 음반시장을 개척한 이후 HOT·젝스키스를 거치면서 음반시장은 10대 위주로 재편됐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흥행과 주연배우 권상우가 하이틴 스타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영화계는 음반계에 이어 영화계에도 드디어 10대 시장이 열릴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대들은 주로 자신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담은 대중문화 상품에 반응한다. HOT와 젝스키스가 ‘탈학교’ ‘반학교’적인 정서를 담은 노래로 10대 팬들을 사로잡았듯이 ‘동갑내기 과외하기’ 또한 10대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팬들에게 다가간다. 이것은 다른 영화와 비교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몽정기’가 교사에 무게 중심을 두고 ‘색즉시공’이 대학을 배경으로 하고 ‘품행제로’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에 비해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학생의 시각’에서 풀어냈다(대학도 잠깐 등장하지만 보조적인 장소에 머문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하이틴 코미디 영화의 전범이 될 만한 영화이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영화에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 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는 하이틴 영화의 고전적인 구도에 충실하다. 문제남(김지훈, 권상우 분)과 발랄녀(최수완, 김하늘 분)가 만나 티격태격하다 결국 발랄녀는 문제남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고 문제남은 점차 교화돼 선한 본성을 되찾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구도이다. 여기에 ‘캡짱(쌈장)’으로 대표되는 10대 문화가 ‘개그콘서트’ 톤으로 재치 있게 녹여냈다. 하이틴 영화는 보통 10년 주기로 유행한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은 ‘얄개 영화’의 전성시대였다. ‘고교 얄개’(1976)를 시작으로 ‘얄개 행진곡’(1977) ‘고교 꺼꾸리군 장다리군’(1977) ‘고교 명랑교실’(1978) ‘대학 얄개’(1982) 등이 하이틴 영화의 계보를 형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등 ‘입시 신파극’이 유행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하이틴 영화를 영화계 ‘캡짱’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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