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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경제팀 어떻게 운용되나]大실장, 小부총리… 문제는 현실감각

[盧 경제팀 어떻게 운용되나]大실장, 小부총리… 문제는 현실감각

윤진식 사업자원부장관, 김진표 부총리, 이정우 정책실장,권오규 정책수석(왼쪽부터)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2월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상견례를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 경제의 핵심 기관은 청와대 정책실이다. 이정우 정책실장은 “정책의 조정보다 입안 기능이 강할 것”이라고 말해 노무현 경제를 주도적으로 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12대 국정과제 중·동북아중심국가·지방분권·정부혁신 등 3개를 직접 챙기고, 노동 등 3개는 부처와 공동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은 “정책실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통령 프로젝트를 맡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간 조율을 직접 담당한다. 경제부처간 조율도 1차적으로는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맡지만 잘 안 될 경우 이실장이 나선다. 사안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제부총리가 금융·세제는 물론 노동·환경 등을 다 챙겼지만 앞으로는 대통령이 경제 현안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개혁은 청와대,일상 업무는 과천 몫 새 정부 첫 경제팀이 이실장과 김부총리의 투톱 체제로 출발하지만 무게중심이 이실장 쪽에 좀더 실려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대통령과 이실장이 경제팀의 머리라면 김부총리를 축으로 한 경제부처는 청와대에서 내려온 개혁과제를 실행에 옮기는 몸통 역할을 맡게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예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경제팀의 맏형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개혁과제를 청와대에 넘겨주고 나면 일상적인 업무가 주로 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시정책 기조·무역수지·석유수급 대책·가계대출 문제·조흥은행 매각·하이닉스 반도체·현대투신 처리 등이 경제부총리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첫 경제팀이 투톱 체제라기 보다는 ‘大 실장, 小 부총리’에 가깝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구도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신임을 토대로 개혁파들이 첫 경제팀의 주축으로 부상했지만 현실 감각이 떨어져 결국에는 관료그룹에 밀렸다. 1993년 YS정부의 첫 경제수석이었던 박재윤 교수는 김영삼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신경제 계획을 입안했다. 그러나 현실감이 떨어졌고, 관료 사회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아 실패로 끝났다. 그의 퇴장과 함께 경제팀의 중심도 관료그룹으로 넘어갔다. 98년 DJ 정부에서는 더 많은 학자들이 등장했다. 김태동 경제수석·윤원배 금감위 부위원장·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신봉호 청와대 비서관 등 중경회를 중심으로 한 개혁파가 대거 등용됐지만 이규성 재경부장관과 강봉균 정책기획수석 등 관료그룹의 현실론에 밀렸다. 결국 김태동 경제수석은 3개월 만에 강봉균 수석과 자리를 맞바꾸고 사실상 경제정책에서 멀어졌다. 한 중경회 멤버는 “김태동 수석이 물러난 때부터 사실상 중경회는 몰락한 셈”이라고 회고했다. 이런 과거 정부의 상황을 개혁파(이정우 정책실장·허성관 해양수산부장관·김영진 농림부장관·권기홍 노동부장관)와 관료그룹(김진표 부총리·윤진식 산업자원부장관·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권오규 정책수석)은 잘 알고 있다. 자칫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분명히 나눠지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경제정책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이 겹치기도 하고,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파의 한 각료는 “관료그룹의 독주를 견제하고, 이실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관료그룹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추후 인선 될 금융감독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이 개혁파와 관료그룹 중 어느 쪽에서 나오냐에따라 힘의 추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관료그룹의 반발 우려도 물론 개혁파의 이런 생각은 기우일 수도 있다. 김부총리를 비롯해 새 정부의 관료출신 장관들이 대체로 마찰을 피하고 ‘일이 되도록’하는 원만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김부총리도 “이실장이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갖고 있고,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학자”라며 “개혁과제를 긴밀히 논의하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파가 지나치게 이상론에 치우친 개혁과제를 자꾸 내세워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 관료그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김부총리는 인수위 시절 소신 발언으로 인수위의 개혁파들과 적지 않은 충돌이 있었다. 당시는 관료들이 숫적 열세였지만 이제부터는 부처라는 거대한 조직을 끼고 있어 사정이 다르다. 재경부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개혁파 학자들이 들어왔으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실패했다”며 “결국 경제부총리의 원톱 체제로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혁파로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에 현실감이 떨어져 시행착오를 할 경우 관료들에 포위돼 좌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관료그룹은 옛 재정경제원에서 한솥밥을 먹어 서로 잘 아는 사이다. 96년 김부총리가 장관 비서실장을 할 때 최종찬 건교부장관이 경제정책국장, 윤진식 산자부장관은 청와대 조세금융비서관,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은 경제개발예산심의관으로 일했다. 권오규 정책수석은 청와대에 비서관으로 파견나가 있었다. 전공은 모두 다르다. 김부총리는 일선 세무서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여년을 세제를 다룬 세제통이다. ‘눈감고도 세제는 훤하다’고 자신할 정도다.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김부총리보다 행시 기수는 3회 빠르지만 경복고는 후배다. 역대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가운데 손꼽히는 이론가다. 윤진식 산자부장관은 옛 재무부의 금융 요직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이번에도 금융감독위원장에 막판까지 거론되기도 했으며 김부총리와 함께 옛 재무부의 선두주자다.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은 예산실장을 거친 예산통으로 노대통령이 당선 직후 “내가 본 가장 유능한 두명의 관료 중 한명”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모두 만만치 않은 경력과 실력을 갖춘 셈이다. 따라서 50대 중반의 행시 13회로 역대 부총리 가운데 젊은 축에 끼는 김부총리가 경제부처를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김부총리 장악력이 성공의 관건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행시 10회, 윤진식 산자부장관은 12회로 김부총리의 선배이고,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은 13회 동기다. 행시 13회는 아직 국장급도 여럿 있다. 사실 지금의 정부 직제상 경제부총리가 다른 경제부처를 통제할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은 고민이 있다. YS 정부까지는 경제부총리가 예산권을 갖고 있어 막강했다. 모든 부처가 경제부총리에 쩔쩔맬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부처간 조율도 비교적 순탄하게 됐다. 그러나 DJ 정부에서 예산권이 기획예산처로 넘어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조율이 됐던 것은 이규성·강봉균·이헌재 재경부장관과 진념·전윤철 경제부총리 등이 고시 기수·나이·경력 등 모든 면에서 맏형격이어서 평소 안면으로 다른 장관들을 이끌 수 있었기 때문. 김부총리가 개혁파와의 조율을 어떻게 할지 못지 않게 전임자들처럼 경제부처를 장악할 수 있느냐가 경제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른 장관들이 부처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설 때 김부총리의 말을 고분고분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고 출신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에 반대해 삭발 투쟁을 했던 김영진 농림부장관의 역할도 변수다. 도하어젠더 협상(DDA)을 앞두고 쌀 시장 개방 문제 등을 조율해야 하는데, 김부총리로서는 노대통령이 신임하는 4선의원인 김농림장관이 벅찰 가능성이 있다. 업무 조율이 잘 안될 경우 경제팀은 개혁파와 관료로 나뉘고, 다시 관료사회는 부처간에도 나뉘어져 혼선이 생길 우려도 있다. 지금은 이라크 전쟁 위험·유가 급등·북한 핵 사태 등 대외 여건이 불안하고, 내수와 투자도 지난해 가을 이후 급격히 위축된 비상시국이다. 게다가 DJ 정부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기부양책을 계속 쓰는 바람에 부동산이 과열되고, 가계 빚이 급증해 시한폭탄처럼 잠재해 있다. 일부에서는 첫 경제팀이 이런 갈등의 소지를 잘 봉합하지 못하면 예상외의 단명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를 회복시켜야하고, 대통령의 개혁과제도 실행에 옮겨야 해 경제팀으로서는 과제가 산적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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