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팔고 주식시장 기웃
채권은 팔고 주식시장 기웃
“공식이 깨졌다.” 강명훈 한화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라크 전쟁은 ‘전쟁시기에는 채권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을 깨뜨렸다”고 말했다. 강연구위원의 말대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값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오히려 전쟁이라는 ‘불안요인’이 제거되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전쟁은 시중 돈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뭉칫돈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다는 분석이 대세다.
▶뭉칫돈은 외화예금으로=신한은행 PB센터 고객인 김상원(가명·54)씨는 3월 초 5억원을 주고 42만 달러를 바꿔 외화예금에 넣어두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천1백90원대.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달러 강세를 예상해 외화예금에 ‘베팅’한 것이다. 특히 김씨는 두 명의 자녀가 미국에서 유학 중이어서 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외화예금을 택했다. 김씨처럼 거주자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리은행 명동지점의 한 행원은 “외화예금 가입 문의가 최근 한 달 새 하루 12∼13건으로 평상시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거주자 외화예금은 최소한 3%대 환율 인상이 있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외화예금 금리가 원화예금의 3분의 1 수준인 연 1.2∼1.3%이고, 외화는 살 때보다 팔 때 싼 값에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나선 이상 ‘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김씨처럼 자녀가 미국에 있어 유학 송금을 해줘야 하는 경우 등에는 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살펴볼 만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1백33억 달러 수준이던 거주자 외화예금은 3월21일 현재 1백45억 달러로 급증했다. 불과 2주일 만에 12억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도표 1 참조> . 이 가운데 개인 고객의 비중은 20% 정도로 대부분은 기업이 맡겨둔 돈이다. 한국은행 외환수급팀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 인상에 대비해 이에 대한 결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유학생 송금 등 실수요자와 환투기세력까지 겹쳐 외화예금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주식투자 대기자금 급증=이라크전 개전과 함께 증권가에는 ‘주식을 미리 사놓지 못해 아쉬워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이 이어졌다. 불과 1주일 만에 주가가 1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되자 세계 주식시장은 ‘전쟁 랠리’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증시로 흘러 들어오는 자금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3월 초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3월 말 현재 3조원 가까이 순증했다. 3월27일 현재 고객예탁금은 10조8천8백억원으로 2002년 5월(10조6천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혜린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 동안 실질고객예탁금은 2조9천억원,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도 8천억원대로 증가하는 등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표 2 참조> . 그러나 아직까지는 증시 주변에 몰린 돈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예탁금이 3조원 가까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는 2천7백여억원으로 예탁금 증가분의 10%에 그쳤다.
▶떠도는 돈은 MMDA로=이런 가운데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에는 매일 2조원 이상의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20일 현재 실세총예금(요구불예금+정기예금+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4백99조6천억원으로 2월 말에 비해 21조원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MMDA가 20조8천억원 증가해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투신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은행권의 MMDA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MMDA는 단기상품이면서도 최고 연 3%대의 확정 금리가 보장된다. 이 같은 돈의 흐름에 대해 강명훈 연구위원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MMDA에 돈을 묶어놓고 시장의 추이에 대처하겠다는 ‘계산’ 아니겠냐. 뭉칫돈은 아직 멈칫거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도표>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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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은 외화예금으로=신한은행 PB센터 고객인 김상원(가명·54)씨는 3월 초 5억원을 주고 42만 달러를 바꿔 외화예금에 넣어두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천1백90원대.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달러 강세를 예상해 외화예금에 ‘베팅’한 것이다. 특히 김씨는 두 명의 자녀가 미국에서 유학 중이어서 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외화예금을 택했다. 김씨처럼 거주자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리은행 명동지점의 한 행원은 “외화예금 가입 문의가 최근 한 달 새 하루 12∼13건으로 평상시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거주자 외화예금은 최소한 3%대 환율 인상이 있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외화예금 금리가 원화예금의 3분의 1 수준인 연 1.2∼1.3%이고, 외화는 살 때보다 팔 때 싼 값에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나선 이상 ‘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김씨처럼 자녀가 미국에 있어 유학 송금을 해줘야 하는 경우 등에는 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살펴볼 만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1백33억 달러 수준이던 거주자 외화예금은 3월21일 현재 1백45억 달러로 급증했다. 불과 2주일 만에 12억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도표 1 참조> . 이 가운데 개인 고객의 비중은 20% 정도로 대부분은 기업이 맡겨둔 돈이다. 한국은행 외환수급팀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 인상에 대비해 이에 대한 결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유학생 송금 등 실수요자와 환투기세력까지 겹쳐 외화예금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주식투자 대기자금 급증=이라크전 개전과 함께 증권가에는 ‘주식을 미리 사놓지 못해 아쉬워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이 이어졌다. 불과 1주일 만에 주가가 1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되자 세계 주식시장은 ‘전쟁 랠리’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증시로 흘러 들어오는 자금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3월 초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3월 말 현재 3조원 가까이 순증했다. 3월27일 현재 고객예탁금은 10조8천8백억원으로 2002년 5월(10조6천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혜린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 동안 실질고객예탁금은 2조9천억원,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도 8천억원대로 증가하는 등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표 2 참조> . 그러나 아직까지는 증시 주변에 몰린 돈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예탁금이 3조원 가까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는 2천7백여억원으로 예탁금 증가분의 10%에 그쳤다.
▶떠도는 돈은 MMDA로=이런 가운데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에는 매일 2조원 이상의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20일 현재 실세총예금(요구불예금+정기예금+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4백99조6천억원으로 2월 말에 비해 21조원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MMDA가 20조8천억원 증가해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투신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은행권의 MMDA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MMDA는 단기상품이면서도 최고 연 3%대의 확정 금리가 보장된다. 이 같은 돈의 흐름에 대해 강명훈 연구위원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MMDA에 돈을 묶어놓고 시장의 추이에 대처하겠다는 ‘계산’ 아니겠냐. 뭉칫돈은 아직 멈칫거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도표>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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