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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에 겐이치 인터뷰]이라크戰 끝나면 애틀랜틱 전쟁 온다

[오마에 겐이치 인터뷰]이라크戰 끝나면 애틀랜틱 전쟁 온다

오마에 겐이치
미국 부시 정권의 전격적인 이라크 공격으로 국제질서는 격랑 속에 휘말리게 됐다. 부시 정권은 유엔을 ‘국제질서의 파수꾼’ 자리에서 밀어내고 독단적인 전쟁 결정을 내렸으며, 그 바람에 미국을 극단적인 일방주의와 고립주의의 늪에 빠뜨렸다는 비난의 소리를 듣고 있다. 중국·러시아는 물론 독일·프랑스까지 등을 돌리게 되자 동서 냉전체제 이후 미국 중심으로 전개되던 힘의 축에도 ‘명분 없는 전쟁’을 계기로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발 경제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국내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의 빨간 신호를 내보내고 있는 가운데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는 ‘한국호(號)’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쪽 각도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분석에 있어서 내부의 시각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외부의 시각이다. 밖에서 바라보는 한국을 읽기 위해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파 지식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를 만났다.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로쿠반초(六番町)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찾아간 3월28일, 일본 TV에서는 이라크 전황 속보와 전세계의 반전데모·북핵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방위청 장관의 방한 소식 등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난 2월 말 노무현 정권이 새로 출범했습니다. 출범하자마자 북핵 문제·이라크전 파병문제 등 난관에 봉착해 있는데 지금의 한국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뽑힌 의미를 생각해 보고 싶군요. 이번에 노무현씨를 지지한 사람은 젊은 세대가 많았죠. 이들이 앞으로 한국이 직면해 있는 국제적 상황을 어떻게 느낄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과거의 한국인은 어떤 의미에서 일본과 서구를 따라잡는 데 주력하면 그만이었죠. 경제적으로 보면 그들에겐 무역상대국으로서의 세계밖에 없었습니다. 캐나다나 호주처럼 원재료를 공급해 주는 국가와 자국 제품을 소비해 주는 국가, 즉 마켓으로서의 세계입니다. 나머지는 동서 냉전 속에서 한국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우방국이죠. 이것이 한국의 세계관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씨를 지지한 그룹은 종래의 한국인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이들에겐 ‘북한을 허용한다’는, 나는 이를 ‘허북(許北)’이라고 부릅니다만, 아무튼 그런 심리가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입으로 그런 말을 내뱉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소녀 두 명이 궤도차량에 희생됐다고 해서 미군을 나가라고 합니다. 물론 ‘반미(反美)’보다는 약하지만 적어도 ‘미국을 벗어난다’는 의미의 ‘이미(離美)’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마음 속에는 ‘남북이 통일되면 7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거대한 한민족이 탄생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지 모릅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대한민족주의’라고 부릅니다. 부끄럽지만 일본도 한때 ‘대일본제국’이라고 하여 이름 앞에 굳이 ‘대(大)’를 붙인 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한국인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인에게서 싹트고 있는 것은 ‘대한민족주의’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을 가져도 좋다. 어차피 남북이 하나가 되면 우리도 핵대국이 될 것이니까. 남한에 대해 사용하지만 않으면 된다. 일본도 그런 움직임이고 중국도 핵을 갖고 있지 않은가. 우리도 7천만명의 대국이니까 핵을 가져도 되지 않는가’라고 하는 ‘허북’의 심리가 이 그룹에 작용하고 있다고 나는 봅니다. 일본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는 없어요. 나는 이번 대선 결과를 보고 한국을 분석할 때 ‘어쩌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한국은 동서 냉전을 끝내고 진정한 자유를 맛보아야 하며 ‘대한민족주의’가 아니라 세계의 동등한 일원으로서 사이좋게 지내는, 글로벌한 관계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를 보는 위험한 사상이 있습니다. 나는 한국이 늘 미국에 눌려왔고 일본에 당해 왔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장래를 생각할 때, 그리고 북한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심히 염려됩니다." -지난 1999년 「사피오」라는 잡지를 통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에는 같은 잡지에 ‘한국인이여, 지금이야말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는 상반된 글을 기고하셨습니다. 혹시 생각이 바뀌신 것은 아닙니까. “생각이 바뀐 것은 결코 아닙니다. ‘햇볕정책’을 내세워 북한과 악수한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북한이 사죄한다면 몰라도 랑군 사건·대한항공 폭파사건 등 온갖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덜렁 악수를 하는 것은 웬말입니까. ‘그건 잘못된 것이다. 북한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김대중씨가 잘한 것은 한국 경제를 되살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그러한 나의 입장을 글로 썼던 것입니다. 경제에 관해 말하자면 김대중씨는 IMF가 주도하는 금융개혁을 통해 대담하게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했으며, 재벌 해체와 기업 구조조정을 단기간에 단행해 기업의 수익력을 크게 개선하는 등 평가할 부분이 많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그만두면 곧바로 체포하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제발 그것만은 멈추라고 말한 것입니다. 김대중씨를 정당하게 평가해 잘한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다운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합니다. 그 뒤 현대가 5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사용해 남북간 미팅을 주선했다는 말을 듣고 더욱 햇볕정책에 대해 의심하게 됐습니다. 나는 일관되게 햇볕정책에는 반대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일 정권은 사람들을 결코 행복하게 하는 정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제대로 된 대화 상대가 못 됩니다. 붕괴를 촉진해야지 그들의 존재를 길게 연장하는 원조는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붕괴하게 돼 있습니다. 붕괴된 다음 북한 주민들을 도와주면 되는 것입니다. 다시는 한국에서 대통령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만일 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노무현 대통령도 제대로 일하기 힘들 것입니다. 자신도 다음 사람에 의해 그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의 국제적인 명성에도 결코 도움이 못 됩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단행한 재벌 개혁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하셨는데, 노무현 새 정권 또한 재벌에 대해서는 엄격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재벌 정책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까. “새 정권이 출범한 지 한 달도 못돼 SK그룹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나 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사임한 것 등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김대중 정권이 출발했을 때 재벌에 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보였는데 그와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김대중 정권이 재벌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가를 봅시다. 97년 당시에 있던 30대 재벌 가운데 16개 재벌이 해체됐거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남은 재벌은 더욱 강해졌죠. 도대체 재벌을 해체했는지 아니면 재벌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가지를 한두 개 치면 나머지 가지가 더욱 튼튼해지는 분재 기술이 있는데, 그야말로 ‘김대중 분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재벌을 해체하려면 아예 과거 맥아더 장군이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완전한 재벌 해체를 단행하면 더욱 좋은 회사가 태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미츠비스(三菱)그룹을 해체한 결과 니콘·도쿄해상 같은 기업이 태어나게 됐죠. 한국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재벌 해체를 원하는가? 아니면 공평한 운영을 원하는가?’ 하고 말입니다. 재벌을 부분적으로 해체해 봐야 지금처럼 남은 재벌만 강해질 뿐입니다. 그러나 공평한 운영을 하게 되면 불공평한 부분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는 재벌을 대신할 기업이 아직 없습니다. 코스닥이 생겼을 때 ‘많은 기업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져버렸습니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재벌의 공평한 운영 룰을 만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활기찬 ‘프로페셔널 매니지먼트(전문경영)’ 기업이 태어나도록 유도하는 게 한국에 유리할 것입니다. ‘패밀리 매니지먼트(가족경영)’가 아닌…. 나는 재벌 해체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공정한 운영을 통해 프로페셔널 매니지먼트로 이행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홀딩 컴퍼니(지주회사)’ 방식을 없애고 각각의 독립된 회사가 전문경영을 해나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재벌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공평하게 운영하라는 것이 내 생각이죠.” -앞서 한국 내에서 ‘대한민족주의’가 싹트고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그렇다고 해도 20세기의 자국 중심적인 민족주의와 달리 국제주의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가 아닐까요. 한국에는 일본·중국 등 주변국과의 긴장관계보다는 우호협력을 바라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동서 냉전 이후 남한이 북한과 가까워지려는 것은 ‘대한주의’ 다시 말해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주의’입니다. 사실 이것은 국수주의·민족주의에 가깝습니다. 우리식 표현을 쓰자면 그것은 ‘우경화’입니다. 앞으로 노무현 정권은 미국과의 거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과의 관계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 워싱턴에서는 미군 철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위협이 있는 이상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3만2천명의 미군이 죽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워싱턴측 생각은 ‘한국에서 마침 반미(反美)까지는 아니지만 미국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미군을 오키나와(沖繩)나 괌으로 철수해 버리자. 북한이 남한을 침공해 오면 그 다음에 나가서 치면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최대 변화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자국 병사를 희생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본토 방위가 중심입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습니다. 비록 노무현 정권이 이번 이라크전에서 협조를 표명했지만, 과거처럼 한국을 무조건 적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국가 리스트에서는 빼 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한국 내에서 점점 더 미국을 의존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될 것입니다. 안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북한과는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미국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입으로는 세계와 친하게 지내자고 말하고는 있지만, 균형을 잡기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반미에 대한 걱정들이 많았는데 이번 이라크전 파병 결정에서도 알 수 있듯 실체는 자주적 친미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국의 자주성을 표방하는 수준에 머물고, 기본적으로는 한·미·일 삼각 축을 크게 이탈할 순 없지 않을까요. “냉전 시대에는 이데올로기의 싸움이었습니다. 미국의 이데올로기와 소련의 이데올로기의 싸움이었죠.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믿었고, 미국 또한 그런 우방을 지킴으로써 세력을 키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미국은 그런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러시아나 중국과도 손을 잡고 미 본토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와 싸우겠다는 자세입니다. 그들에게 일본이나 한국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 따위는 없어졌습니다. 일방적인 이데올로기는 없어지고 자신을 위협하는 쪽은 악(惡), 악에 대해서는 대항해 싸운다는 생각만이 남게 됐습니다. 사실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지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미국은 ‘아이 돈 캐어(I don’t care)’ ‘관계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미국의 달라진 새 정책입니다. 이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분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일본에 와서 언론 보도를 보고 북핵 문제를 너무 확대해서 다루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사국인 한국보다 훨씬 떠들썩합니다. 그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일본에 있어서 북한의 위협은 자위권을 제안한 헌법 제9조를 고치고 재무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습니다. 그들은 마음 속으로 북한의 위협을 환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일본이 군사적으로 방위만이 아니라 위협적인 국가에 대해서는 공격까지 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처럼 큰 나라가 국가로서는 불충분한 발전을 해왔다는 사실에 대해 수정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본은 과거와 같은 군사대국이 아니라 근린제국과 함께 유럽의 나토 체제와 같은 틀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중국과도 함께 신뢰를 갖고 방위의 틀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이러한 여론은 점점 확대될 것입니다. 그만큼 북한의 위협은 현실적으로 일본에게는 심각한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노동 미사일 60기를 일본을 향해 배치해 놓고 있는데, 미국의 분석에 따르면 이 중 20기는 언제든 발사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현행 헌법 하에서는 방어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한 후 출동할 수 있는 헌법밖에는 없죠. 전후 위기에 한번도 직면한 적이 없는 일본은 법률도 군대도 정비해야 하는 시점이 왔습니다. 그러나 혼자 할 것이 아니라 한국과 협의하면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평소 동북아 지역에 있어서 지방간 연대와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하셨는데, 근대국가 운영의 경험이 풍부하고 자본과 기술력이 있는 일본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한반도 문제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과 같은 시각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시베리아 철도건설이나 이르크추크 송유관 건설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할 수는 없을까요. “전적으로 동감하며 전부터 그런 말을 해 왔습니다.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이 극동러시아 개발에 참여하면 두만강 개발도 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방영토 문제도 일본이 섬을 돌려받는 것보다는 개발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일본인으로서는 드물게 북방영토 반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죠. 일본은 지난 10년간 ‘우치무키(안쪽만 들여다보는 것)’ ‘시타무키(밑만 바라보는 것)’ ‘우시로무키(뒤만 쳐다보는 것)’의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바이오리듬이란 게 있는데, 국가도 마찬가지죠.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일을 남의 탓, 대포동 미사일의 탓으로 돌립니다.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붕괴됩니다. 최후에 폭주국가가 될지 모르지만 일본은 그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마도 일본이 북한에 의해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피해는 미사일 20기 공격을 받아 한신(阪神)대지진 때처럼 5천명 정도가 죽는 수준일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미국이 나서서 끝장을 내게 됩니다. 일본이 그 정도 일을 각오하고 있다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습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북한은 곧 붕괴할 것이니 그 이후의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 점에서 극동아시아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화연방」 「차이나 임펙트」 등 많은 중국 관련 저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 같습니까. 산업 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이 중국 때문에 크게 고전하고 있는데. “사실 북한은 중국 입장에서 매우 유용한 ‘가게무샤(影武者:적을 속이기 위해 장군으로 가장한 무사)’입니다. 중국은 호락호락한 나라가 결코 아니라서 미국과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면서 그 사이에 힘을 기르고 있습니다. 경제력을 키우고 강성해진 다음에는 미국 마음대로 하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속셈이죠. 그러나 지금 리비아·이란 등에 무기 수출을 하면 미국 심기를 건드리게 될 것이니 북한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 군수산업의 대리점이나 마찬가지죠. 중국에 있어서 북한은 매우 편리한 존재입니다. 북한과 중국의 독특한 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한국이 정말 햇볕정책을 펼친다면 북한에 대해 중국의 대리점 역할 따위는 그만두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세계에 테러의 위협을 퍼뜨리면서 사이좋게 지내자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미국과 일본의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중국 전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에도 경제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산둥(山東)성·랴오닝(遼寧)성 등 지방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일본 등 주변국과 잘 지내고 싶어합니다. 베이징(北京)에도 국제적으로 개방된 무대에서 교류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군에는 일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중국 관련 3부작인 「중화연방」(PHP연구소, 2002년 11월) 「차이나 임펙트」(講談社, 2002년 9월) 「차이나 쉬프트」(小學館, 2002년 7월)에서도 썼지만, 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보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다른 생각들이 모인 연합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은 미국에 대한 캐나다, 영국에 대한 아일랜드, 독일에 대한 덴마크나 스위스처럼 될 것입니다.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겨 먹고사는 것이 어렵게 되겠지만 노력하는 개인, 노력하는 기업은 세계화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천년의 한·중·일 역사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중국이 지배해 왔습니다. 그런 관계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다행히 지난 1백년간 중국은 잠을 잤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잘 태어났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요즘 국제사회 최대의 현안인 이라크전에 대해 묻겠습니다. 앞으로 이 전쟁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까. “포스트 이라크전의 양상은 전과는 다릅니다. 미국에 대한 세계의 신뢰는 크게 손상됐습니다. 멕시코·캐나다·프랑스·독일 심지어 영국에서조차도 국민 여론은 미국을 가장 큰 리스크(위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호스타일(hostile:적대적)’한 국제여론을 접하며 세계 일등 국가가 스스로를 재정의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매우 불안해질 것 같습니다. 이는 통화에서 비롯됩니다. 달러화 중심에서 유로화 쉬프트(이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죠. 이후 ‘애틀랜틱(대서양의) 전쟁’이란 게 일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서양을 경계로 달러화와 유로화의 싸움이 시작될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는 기본적으로 세계로부터 돈과 기술을 빌린 ‘차입경제’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것들이 상당부분 유럽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전쟁이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면 유럽은 매우 선전할 것이고 미국은 고전하게 될 것입니다. 미일 무역전쟁보다 훨씬 더 큰 규모입니다.”

[오마에 겐이치 프로필] -1943년 일본 후쿠오카(福岡)현에서 출생 -와세다대 이공학부, 도쿄공대 원자핵공학과 석사, 미 MIT 원자력공학과 박사 -히다치(日立)제작소 원자력개발부 입사 -1972년 매킨지 입사, 일본지 사장과 아태지구 회장 -1987년 이탈리아 비오만즈상 수상 -1992년 ‘헤이세이(平成)유신의 회’ 설립 -1994년 매킨지 퇴사 -1995년 미 노틀담대 명예법학박사, 도쿄도지사 낙선 -2002년 중국 요령(遼寧)성, 천진(天津)시 경제고문 -현재 ㈜오마에 앤드 아소시에, ㈜에브리데이 닷컴, ㈜제너럴 사비지즈(GSI)의 대표이사, 미 UCLA 대학원 정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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