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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弗 전후 복구사업]“이라크 특수로 숨통 튼다” 건설·자동차업계 반색

[1천억弗 전후 복구사업]“이라크 특수로 숨통 튼다” 건설·자동차업계 반색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은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에 기대가 높다. 이사장은 재계 사절단으로 대통령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청와대·외교부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벡텔·플로어대니얼 같은 미국계 대형 건설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라크 복구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현대건설은 대통령의 방미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 이정구 영업담당 사장은 “중동지역 복구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친분이 있는 엑슨 모빌·로열더치 셸 같은 석유메이저 회사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근무인력 속속 현지 복귀 바그다드 함락으로 이라크 전쟁 종전이 임박해 오면서 대형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이라크 특수 잡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91년 이전 이라크 지역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수행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미수금 회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이번 이라크 전쟁 후 복구시장의 규모는 약 1천50억 달러로 추정된다. 미 국무부 국제개발처는 이라크전 후 복구사업 규모가 최소 2백50억 달러에서 최대 1천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대체로 건설·플랜트 공사와 관련될 것으로 보여 국내외 건설회사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건설업계는 복구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영국의 대형업체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이라크와 인접한 쿠웨이트 등으로 철수한 인력을 복귀시키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가 중동지역에서만 올해 30억∼40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4월10일 현재까지 중동지역에서 6억3천만달러의 건설 수주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라크 내 석유 시설을 복구하는 데만 향후 10년간 매년 50억 달러 이상의 공사 물량이 발주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대건설은 전쟁 중 쿠웨이트로 철수했던 알아마디 항만 공사 현장소장을 현지로 복귀시키고 전후 복구사업 추진반을 편성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김호영 부사장(해외영업본부장) 등 해외영업 인력을 미국 유명 건설사에 파견해 복구사업 참여문제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91년 걸프전 이전에 이미 이라크 30개 지역에서 41억 달러 공사를 수행한 바 있다. 현대만큼 이라크를 잘 이해하는 회사는 드물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은 이라크 공사 미수금 11억 달러 회수와 관련한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리비아 등에서 해외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우건설은 이정구 영업담당 사장을 중심으로 복구사업 참여를 위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SK건설도 쿠웨이트 알피엠에이 정유공장 근무인력 중 일부를 복귀시킨 데 이어 종전 상황을 지켜보면서 인력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LG건설은 쿠웨이트 MAB 정유공장 발주처와 공사 재개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도 이라크 신정부가 복구사업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내놓기까지는 앞으로도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전후 복구사업 규모와 종류를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자동차 업계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주로 건설장비 부문에서 5t 이상 대형트럭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전후 대응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대형트럭 1백50대를 중동지역에 수출한 대우상용차는 전후 UN이 실시할 대형트럭 공개입찰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우상용차 관계자는 “이라크 수입품목과 자금 지출에 대해 승인권을 갖고 있는 UN이 최근 납기 등을 문의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중동지역 판매법인과의 긴밀한 연락을 통해 전후 복구 참여대책을 마련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동지역 트럭 수출대수 2백69대 중 절반 정도인 1백34대를 이라크에 수출한바 있다. 전자업계는 에어컨·휴대폰 ‘특수’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중동지역에 50만대의 에어컨을 판매한 LG전자는 올해 지난해 20% 이상의 판매율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특히 시스템 에어컨은 건설회사의 건물 복구와 동시에 설치할 수 있는 종목이므로 매우 유망하다”며 “에어컨·냉장고 등을 전략품목으로 삼아 중동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GSM 휴대폰 사용지역인 중동·아프리카에 2백50만대 정도의 휴대폰을 팔았다”며 “이라크 전쟁 조기 종결로 예상보다 판매대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업계는 그동안 이라크 정부가 경제 제재로 인해 IT 투자를 계속 미뤄왔고, 이라크 시민들 역시 IT제품에 대한 구매를 꺼렸지만 전후에는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향후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시어터·대형AV기기 등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부 역시 잰걸음이다.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오는 29일부터 5월7일까지 민관 플랜트 수주단을 구성해 이란·UAE·오만을 방문할 계획이다.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도 내달 중 현지에 들러 우리나라 업체들의 수주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KOTRA는 오는 10월 바그다드에서 한국상품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이 밖에도 중동국가의 한국 상품 구매단도 국내에 초청할 예정이다. 재계는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전후 복구사업 프로젝트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전경련은 KOTRA·해외건설협회·대한석유협회 등 이라크 전후 복구에서 주요 역할을 할 업종 단체들과 합동회의를 열어 효율적인 전후복구 사업 참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발주주체 신용등급 등 꼼꼼히 따져봐야 전후 복구사업과 관련해 ‘정치적인 환경이 좋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주로 유럽 국가들에게 배분됐던 건설·플랜트 사업이 이번에는 다른 나라에 주어질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이번 전쟁에서 특히 우리나라는 공병대를 파견하고 미국을 조기에 지지함으로써 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보다 사업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김규식 KOTRA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은 “전후 복구사업은 철저히 미국 주도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유럽보다는 우리나라 업체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라크 특수와 관련해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플랜트와 IT분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실익을 충분히 얻어야 한다”며 “다만 미국 경제가 전쟁 이후에도 조기 회복할지의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당장 큰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라크의 석유 수출액은 연간 1백50억∼2백억 달러로 막대한 복구 수요를 충족할 여건이 못된다. 따라서 이라크 내 사업 발주 주체의 신용도, 지급능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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