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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시장 대기업 속속 진출

유기농 시장 대기업 속속 진출

쇼핑 나온 주부들이 한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유기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유기농산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대기업들이 속속 유기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풀무원·삼양사·동원·CJ 등 식품업체들에 이어 롯데·신세계·현대·그랜드·뉴코아 등 백화점업계도 유기농 제품 취급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은 충북 괴산에 10만평 규모의 풀무원 농장을 설립하고,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저장·판매대행 사업을 하고 있다. 내추럴홀푸드라는 계열사를 통해 지난해 말 ‘올가’(orga)라는 유기농 제품 전문매장을 냈다. 삼양사는 지난해 12월 ‘구텐모르겐’이라는 유기농산물 가공식품 전문매장을 현대백화점에 입점시켰다. 삼양사는 해외 유명 유기농업체 80여곳에서 쥬스·유아식·과자 등 가공식품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앞으로 외부 매장도 낸다는 계획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난 4월1일 유기농 제품 전문회사인 ‘이팜’(e-farm)을 인수하며 유기농 시장에 진출했다. CJ푸드시스템은 위탁 급식사업소에 유기농 제품의 공급 비중을 늘리며 유기농 유통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백화점 식품매장에서도 유기농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불황으로 유통업계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지난해보다 유기농산물의 매출이 2배 늘어나 주목받았다. 신세계 강남점은 농산물 전체 매출의 40%가 유기농산물이다. 유기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30∼40%까지 값이 비싸지만 농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해마다 수요가 늘고 있다.

유기농산물 가공식품도 인기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백화점들은 브랜드를 따로 만들며 유기농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0월부터 ‘오가닉’(organic)을, 롯데백화점은 ‘푸롬’(purom)이라는 별도 유기농산물 전용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자체 식품매장에서 유기농산물을 별도로 진열하고 있다. 유기농 시장을 키우는 기업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분유업체들은 대부분의 이유식에 유기농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분유업체들에 따르면 10여년 전부터 유기농 곡물을 넣은 이유식을 개발했으나 큰 호응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유기농 이유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 현재 남양유업·매일유업·일동후디스 등이 유기농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2월부터 유기농 이유식을 선보인 후 이 분야에서 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9월부터 유기농 곡물 함량 90% 이상의 프리미엄 이유식을 출시해 매달 9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유기농 이유식에서 1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유기농 이유식은 일반 이유식보다 30∼40%가량 더 비싸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가 하나인 요즘 부모들은 가격보다 품질에 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어 유기농 제품이 인기다”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유기농산물 유통에 참여하기 전에는 한국유기농업협회·한살림·생협·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톨릭농민회 등 민간 단체들이 농민운동 차원에서 유기농산물 유통을 맡아왔다. 이들 단체들은 생산자와 소비자 회원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거나 전화 주문을 받아 유기농산물을 판매한다. 유기농 관련업체들은 국내 유기농산물 시장 규모를 지난해 기준으로 3천억원대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 수요 증가와 대기업들의 잇단 참여로 유기농 시장의 확대 전기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유기농산물 수급 현황을 보면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 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국내 유기농 농가는 전체 농가의 0.2%에 불과하다. 농산물 생산량으로 봐도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농산물은 2천만t정도 생산했지만, 유기농산물 수확량은 겨우 4만3천t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생산량 늘리기 어려워 ‘그럼 유기 농가가 늘어나면 될 텐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정영환 농림부 친환경농업과 사무관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면 화학비료와 농약을 쓸 때보다 비용과 노동을 더 많이 투입해도 수확량은 줄어들기 때문에 농민들이 유기농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던 농지가 유기농 농지가 되려면 3년은 지나야 지력이 회복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유기농산물은 생산량을 쉽게 증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기농보다 기준이 덜 엄격한 친환경 농가는 유기농 농가보다 많은 3%다. 그러나 선진국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독일·스위스·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유기농 농가가 전체 농가의 5∼8%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농림부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앞으로 유기농 관련 기업들이 유기농산물 공급처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해외 유기농산물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제 시작 단계인 국내 유기 농가 존립에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행인 것은 농림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증산 위주의 영농지도에서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농림부는 유기농 농가를 늘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유기농산물에 인증을 하는 인증제를 마련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여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TV에 친환경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도 했다. 또 ‘농업직불제’도 도입했다. 농민들이 유기농으로 손해보는 부분을 보전해 주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99년부터 시작한 ‘친환경 농업직불제’는 유기 농지 1헥타르(ha) 당 52만4천원을, 지난해부터 시작한 ‘논농업직불제’는 유기농지 1ha당 20만∼25만원을 지급한다. 정영환 농림부 사무관은 “참여정부에서 직불제 예산을 올린다는 구상이라서 앞으로 농업직불금을 확대하면 유기농 농가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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