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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복리 효율성 극대화가 원칙"

[전문가기고]"복리 효율성 극대화가 원칙"

국내 기업들이 시행 중인 임금·복리후생제도는 아직 개발경제시대의 유산이 적지 않다. 능력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자리를 넓혀 가고는 있지만 객관적 평가체계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세대교체로 노동력의 인적 구성이 바뀌고 근로자들의 복지욕구는 점차 선진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복지제도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대부분의 내용과 형식이 기본적인 의식주 중심으로 짜여져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특히 보수적인 기업문화는 21세기에 요구되는 변화에 가장 큰 장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세계화·합리화·효율화로 집약될 수 있는 기업 경영환경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업의 임금피크제·기업연금제·선택적 복리후생제 등 과거에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 추세를 하루라도 빨리 수용하는 것이 기업이나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변화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새로운 임금·복지제도는 임금이나 복리후생비 등 투입 비용의 효과(생산성·만족도 등)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이 원칙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새로운 제도가 기대 효과를 낳으려면 새로운 제도의 정당성과 운용면에서의 형평성이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생산성 피크 논란 많을 것 이때까지의 임금체계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었다. 평균수명이 80세를 향하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 40, 50대 ‘조기퇴직’이라는 사회적 비합리성을 낳았다. 또 연공에 기초한 경직적인 체계여서 기업들은 커다란 임금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임금피크제는 생산성과 임금간 격차에 따르는 기업차원의 비효율성을 최소화시키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시행되려면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합의가 필수다.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언제 정점에 이르는지, 또 피크 이후 몇 살까지 고용을 연장 혹은 보장할 것인지 등 분명한 인사노무 원칙이 필요하다. 이 원칙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특히 일할 수 있는 기간(근로생애) 중 언제가 생산성의 피크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만만치 않다. 아울러 기업의 특성이나 환경에 따라, 또 같은 기업 내에서도 개인별 차이가 클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제도설계와 유연한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제도는 노동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에 의해 남용될 수도 있다. 또 정년을 연장하려는 근로자들에 의해 오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금피크제의 기본적인 도입 의미를 알아야 한다. 조기퇴직에 따른 중장년층의 고용불안이라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점과 기술력 사장이라는 기업 차원의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하자는 취지다. 구조적으로는 보상체계를 임금과 생산성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같은 임금피크제의 의미를 고려할 때 기업들은 무엇보다 기존 임금체계의 정비와 복리후생제도의 선진화를 우선적인 과제로 떠안게 될 것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은 성과와 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임금과 복리후생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선진국 기업들이 흔히 ‘포괄적 보상’이라는 개념 아래 시행하는 임금·복리후생비 등 비용의 효과를 분석·평가하기가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객관적 평가에 기초한 성과급 연봉제와 선택적 복지제도의 결합이 주는 효과는 크다. 임금과 복지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동시에 총 노동비용의 관점에서 기업의 ‘임금과 복지’를 체계화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무리 무한경쟁의 세계화가 급속하게 확대됐다 해도 선진국의 경우에는 여전히 자발적 이직이나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연금수급연령인 정년퇴직연령(보통 60∼65세)까지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근로자들의 자발적 조기퇴직 경향으로 인해 연금재정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경영계가 오히려 퇴직연령의 연장을 주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조기퇴직이 보편화되고 있는 국내 노동시장과 고용 구조는 따라서 선진국들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장기적으로도 심각한 문제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역시 20년 정도만 지나면 본격적으로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자는 늘고 일할 수 있는 인구는 줄어들 것이 뻔한 상황이어서 공공재정, 특히 노후 소득과 여타 사회보장제도의 재원확충 문제가 국가적 이슈가 될 것은 당연하다. 근로자들이 정년까지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도록 취업 구조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복지제도의 선진화 진행 중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경직적이었다면 기업복지제도는 다분히 비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복지제도는 무엇보다 수혜자인 종업원들의 수요가 반영되지 않았다. 기업이 전통적인 복지항목들을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비용 대비 만족도가 낮았던 것이다. 아울러 복지제도는 퇴직금의 인상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퇴직금으로 산정되는 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복지 항목들을 조금씩 덤으로 얹어줬던 것이다. 최근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선택적 기업복지제도’는 이같은 비효율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신과 가족의 복지수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혜택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도 환영할만 하다. 게다가 복지비 항목이 ‘선진형’이다. 피복비·식사비 보조·경조사비 등 소모적인 것보다는 의료보험·생명보험·기업연금 등 장기 생애안정을 목표로 하는 항목들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다. 기업연금제는 임금피크제나 선택적 복리후생제와는 다소 다른 측면이 있다. 임금피크제는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된 임금체계를, 선택적 복리후생제는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기업복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당면과제 해결책’인 측면이 강하다. 반면 기업연금제도는 가까운 미래에 닥치게 될 고령화·노후소득 보장에 따른 사회적 비용증가라는 국가적 과제를 기업들이 기업복지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퇴직금제도는 최근 중간정산과 이직·퇴직 등으로 그 의미가 퇴색된 것이 사실이다. 기업연금제도는 이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년퇴직 때까지 퇴직금을 지속적으로 적립·보전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근로 기간 동안 벌어들인 소득 일부를 퇴직 후를 위한 장기저축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기업연금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법정퇴직금제도 아래 현재 국내 기업들은 미적립 퇴직금 채무 규모가 커서 글로벌경영 시대에 걸맞는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이는 곧장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인 요소로 이어지고 있다. 미적립 퇴직금제도는 적립방식의 기업연금제도로 전환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임금피크제·기업연금제·선택적 복리후생제 등 국내 기업의 보상체계와 복지제도의 변화는 경제의 세계화와 기업경영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동시에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구조의 변화, 핵가족화와 근로계층의 세대교체로 인한 복지욕구의 변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노후소득보장의 필요성 증가 등 일련의 사회구조적인 변화들과 축을 같이 하고 있다. 선진 사회로 갈수록 그리고 삶의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지게 될 21세기에는 무엇보다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생애의 위험에 대한 보장수요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선진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노후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근로생애 동안의 보상뿐 아니라 근로생애 이후, 즉 정년 이후의 복지도 기업의 인사정책과 근로자들의 취업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해야할 사항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보상체계와 복지제도 역시 이같은 일련의 변화들에 대응해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 변화의 단초들은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시의적절한 변화와 유연성의 추구는 21세기를 살아가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마지막으로 나이 60세가 됐어도 아직 청년일 수 있는 고령화사회에서의 노동시장에서는 굵고 짧게 사는 것보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생애 전체적으로는 보다 나은 선택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장 눈앞의 임금인상보다는 임금의 일부를 양보하고서라도 고용안정을 얻는 지혜가 근로자들에게는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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