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어둠 속에 빛난다
‘다이아몬드’는 어둠 속에 빛난다
영국 채권은행 바클레이스의 CEO 다이아몬드는 미국 출신이지만 주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 캐피털(Barclays Capital)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다이아몬드(Robert Diamond·51)는 금융계에 팽배한 기존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영국 제4의 은행 바클레이스 캐피털을 이끌지도 모를 인물로서 그럴 수 있을 듯싶다.
1996년 다이아몬드가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캐피털에 합류했을 당시 그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13년 역사를 자랑하는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그로부터 1년 뒤 투자금융업무 대부분에서 손뗐다. 그리고 바클레이스 드 조에트 웨드(Barclays de Zoete Wedd)를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에 매각했다. 당시 대다수 유럽 은행은 증권거래 기반을 구축하거나, 투자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벤처자본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등 매력적인 금융 부문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채권 인수 업무를 떠맡았다.
당시 증시는 한창 강세였다. 강세장에 채권이 필요할 리 만무하다. 특히 98년 바클레이스 캐피털이 러시아 채권 위기로 손실을 입자 흔히들 쓸데없는 짓으로 공연한 고생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이아몬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99년 하반기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브리티시 텔레콤(BT)의 채권 발행 주간사 가운데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 100억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BT 채권 발행에 이어 제너럴 모터스(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 채권 발행 계약도 성사됐다. 규모는 37억달러였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GMAC 채권 발행에서 도이체 방크, BNP 파리바와 공동 주간사로 나섰다. 채권은행으로서 곤경에 처한 기업을 도와주는 것처럼 중요한 일도 없다. 다이아몬드는 지난해 5월 계약에서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했다. 큰 타격을 입고 휘청거리던 엔지니어링업체 ABB가 바클레이스 캐피털에 손짓한 것이다.
그 결과 9억6,800만달러 상당의 전환사채와 이중 통화 표시 유로본드가 발행됐다. 다이아몬드는 “바클레이스 캐피털이 채권시장과 리스크관리 통합 모델을 갖고 있다”며 “ABB의 경우 신디케이트론, 채권 리파이넌싱, 일부 리스크관리 덕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스위스 ·스웨덴합작 다국적 기업인 ABB가 미국에서 석면공해와 관련해 제소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되자 문제가 생겼다. 발행가 100달러짜리 ABB 채권은 올해 초 50달러까지 떨어졌다. ABB의 재정상태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자 75달러로 다소 올라섰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이 ABB의 재정상태와 관계없이 정상 수수료를 챙긴 것은 물론이다.
다이아몬드가 성사시킨 거래들은 결실로 이어졌다. 2000~2002년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연간 자기자본이익률 22%를 기록했다. 2001년의 경우 바클레이스 그룹 세전 영업이익 가운데 19%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파운드 표시 채권을 어느 업체보다 많이 인수해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신디케이트론 부문 선두주자로 나섰다. 유로본드, 유로 표시 채권, 유로 회사채 부문에서는 도이체 방크와 슈로더 살로몬 스미스 바니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투자 등급 채권 부문에서는 12위에 올랐다.
다이아몬드에게는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2001년 영입한 인물 가운데는 도이체 방크의 채권인수업 최고 베테랑 그란트 크팔하임(Grant Kvalheim)이 포함돼 있었다. 그밖에 다른 인재도 많이 모여들었다. 지난해 바클레이스 그룹의 CEO 매튜 배렛(Mathew Barrett)은 다이아몬드에게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샌프란시스코 소재 자산관리업체인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경영을 맡겼다. 다이아몬드는 현재 바클레이스 캐피털 경영에다 바클레이스 글로벌이 관리하는 7,000억달러의 기관자산 운용까지 맡고 있다. 두 사업체는 지난해 세전 이익률 22%를 기록했다.
다이아몬드 측근들은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6개 주요 부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배렛이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배렛의 뒤를 이을 다크 호스로 다이아몬드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항간에서는 존 발리(John Varley·45) 재무 담당 이사가 낙점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리는 82년 이래 바클레이스에서 근무해 온 영국 태생인데다 금융계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미국인이고 바클레이스의 오랜 전통인 소매금융에서 쌓은 경험도 없다. 투자은행에 근무한 경력이 전부다. 하지만 동기를 부여하고 구축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는 요즘 같은 험난한 시기에 은행들이 탐낼만한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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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클레이스 캐피털(Barclays Capital)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다이아몬드(Robert Diamond·51)는 금융계에 팽배한 기존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영국 제4의 은행 바클레이스 캐피털을 이끌지도 모를 인물로서 그럴 수 있을 듯싶다.
1996년 다이아몬드가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캐피털에 합류했을 당시 그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13년 역사를 자랑하는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그로부터 1년 뒤 투자금융업무 대부분에서 손뗐다. 그리고 바클레이스 드 조에트 웨드(Barclays de Zoete Wedd)를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에 매각했다. 당시 대다수 유럽 은행은 증권거래 기반을 구축하거나, 투자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벤처자본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등 매력적인 금융 부문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채권 인수 업무를 떠맡았다.
당시 증시는 한창 강세였다. 강세장에 채권이 필요할 리 만무하다. 특히 98년 바클레이스 캐피털이 러시아 채권 위기로 손실을 입자 흔히들 쓸데없는 짓으로 공연한 고생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이아몬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99년 하반기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브리티시 텔레콤(BT)의 채권 발행 주간사 가운데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 100억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BT 채권 발행에 이어 제너럴 모터스(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 채권 발행 계약도 성사됐다. 규모는 37억달러였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GMAC 채권 발행에서 도이체 방크, BNP 파리바와 공동 주간사로 나섰다. 채권은행으로서 곤경에 처한 기업을 도와주는 것처럼 중요한 일도 없다. 다이아몬드는 지난해 5월 계약에서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했다. 큰 타격을 입고 휘청거리던 엔지니어링업체 ABB가 바클레이스 캐피털에 손짓한 것이다.
그 결과 9억6,800만달러 상당의 전환사채와 이중 통화 표시 유로본드가 발행됐다. 다이아몬드는 “바클레이스 캐피털이 채권시장과 리스크관리 통합 모델을 갖고 있다”며 “ABB의 경우 신디케이트론, 채권 리파이넌싱, 일부 리스크관리 덕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스위스 ·스웨덴합작 다국적 기업인 ABB가 미국에서 석면공해와 관련해 제소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되자 문제가 생겼다. 발행가 100달러짜리 ABB 채권은 올해 초 50달러까지 떨어졌다. ABB의 재정상태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자 75달러로 다소 올라섰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이 ABB의 재정상태와 관계없이 정상 수수료를 챙긴 것은 물론이다.
다이아몬드가 성사시킨 거래들은 결실로 이어졌다. 2000~2002년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연간 자기자본이익률 22%를 기록했다. 2001년의 경우 바클레이스 그룹 세전 영업이익 가운데 19%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파운드 표시 채권을 어느 업체보다 많이 인수해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신디케이트론 부문 선두주자로 나섰다. 유로본드, 유로 표시 채권, 유로 회사채 부문에서는 도이체 방크와 슈로더 살로몬 스미스 바니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투자 등급 채권 부문에서는 12위에 올랐다.
다이아몬드에게는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2001년 영입한 인물 가운데는 도이체 방크의 채권인수업 최고 베테랑 그란트 크팔하임(Grant Kvalheim)이 포함돼 있었다. 그밖에 다른 인재도 많이 모여들었다. 지난해 바클레이스 그룹의 CEO 매튜 배렛(Mathew Barrett)은 다이아몬드에게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샌프란시스코 소재 자산관리업체인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경영을 맡겼다. 다이아몬드는 현재 바클레이스 캐피털 경영에다 바클레이스 글로벌이 관리하는 7,000억달러의 기관자산 운용까지 맡고 있다. 두 사업체는 지난해 세전 이익률 22%를 기록했다.
다이아몬드 측근들은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6개 주요 부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배렛이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배렛의 뒤를 이을 다크 호스로 다이아몬드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항간에서는 존 발리(John Varley·45) 재무 담당 이사가 낙점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리는 82년 이래 바클레이스에서 근무해 온 영국 태생인데다 금융계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미국인이고 바클레이스의 오랜 전통인 소매금융에서 쌓은 경험도 없다. 투자은행에 근무한 경력이 전부다. 하지만 동기를 부여하고 구축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는 요즘 같은 험난한 시기에 은행들이 탐낼만한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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