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재계 견해차 큰 ‘뜨거운 감자’
정부 · 재계 견해차 큰 ‘뜨거운 감자’
선언했다.
다른 대기업들은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더욱이 현재 조건 아래서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대기업들은 부채비율과 지분율 등 지주회사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지주회사와 맞물려 구조조정본부 폐지 여부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기업들은 이 또한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주회사는 외국계 펀드의 SK(주) 주식매집을 계기로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서도 거론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슈가 지주회사를 축으로 줄줄이 엮이는 양상이다.
지주회사에 대한 의견의 스펙트럼은 폭이 넓다. 대기업들 사이에서만 이견이 있는 게 아니다. 시민단체 가운데 참여연대는 지주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다른 시민단체는 조건 완화를 주장한다. 지주회사, 무엇이 문제인가. <편집자>편집자>
지주회사 논쟁의 핵심
“투명경영 ·효율위해 반드시 도입”VS “투명성과 무관 ·규제 완화 선행”
지주회사 설립 ·전환촉진하기 위한 방안이 다각도로 논의중이다. 그러나 세제지원과 부채비율 완화 등을 둘러싼 이견은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가 갖는 순기능에 대한 견해차가 크기 때문.
백우진 기자
"재벌이나 기업집단이나 총수와 그 일가가 소유 · 지배한다는 점에서 같은 뜻이다. 이 형태가 선진화되려면 독립경영체제로 가야 하나 한꺼번에 되기 어렵기 때문에 상호출자가 제한되는 지주회사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3월 13일 언론 인터뷰)강 위원장은 4월 7일에는 대통령에게 “소유지배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한 선진국형 지주회사가 정착될 수 있도록 세제 등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는 “지주회사 정착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설립과 전환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은 구체적으로 검토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주회사 세제지원 방안으로는 연결납세 도입과 이중과세 배제 등이 거론돼왔다. 이 가운데 이중과세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 이중과세란 지주회사가 법인세를 두번 부담한다는 것이다. 자회사는 법인세를 뗀 뒤 배당을 주는데, 지주회사는 배당을 받으면 또 법인세를 물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0년 말에 법인세법을 고쳐 지주회사가 상장 ·등록된 자회사 지분을 40% 넘게, 비상장 ·등록법인 때에는 80%를 초과해 갖고 있는 경우에는 배당금의 90%를 이익에서 제외해주고 있다. 자회사에 출자한 비율이 이에 못미칠 때에는 배당의 60%가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연결납세는 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을 한 회사의 사업부들처럼 여겨 함께 법인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주회사로 바뀌기 전,한 사업부가 손실을 입고 다른 사업부는 그만큼 이익을 낼 경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지주회사로 전환해 사업부가 각각 자회사로 분리되면 이익을 내는 자회사는 법인세를 물어야 한다.
연결납세를 적용하려면 자회사들이 같은 회사의 사업부라고 간주해도 될 만큼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묶여 있어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행 지주회사의 지분 요건인 상장 ·등록법인30%, 비상장 ·등록법인50% 이상은 연결납세 조건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연결납세 제도는 지주회사 요건보다 지분이 훨씬 더 높은 경우에 한해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지주회사에 80% 이상의 지분율로 연결된 자회사들에게 연결납세를 허용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월 13일 ‘지주회사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지분율이 50% 이상이면 연결납세할 것을 건의했다.
세제 외에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로는 부채비율과 지분율이 지목되고 있다. 대안연대회의 정책위원인 정승일 박사는 “다국적기업이 전면 개방된 주식시장과 기업지배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우량 대기업을 인수할 개연성이 매우 커졌다”며 “지주회사를 통해 이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3월 중순에 열린 한 토론회에서 “지주회사 부채비율과 지분 조건을 과도기적으로 완화하고 정부와 은행이 적극적으로 감시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부채비율과 자회사 지분율 등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기본틀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를 경영권과 연관짓는 주장에는 전제가 깔려 있다. 우량 대기업은 반드시 내국인 대주주가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꼭 그래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반박할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본 닛산(日産)은 프랑스 업체인 르노에 인수돼 카를로스 곤에 의해 부활됐다.
이제 지주회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으로 들어갈 때다. 적은 지분을 가진 오너가 중층적 출자를 이용해 계열사들을 좌지우지하는 데 비해 지주회사 조직은 ‘합법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순기능을 둘러싼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LG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경영투명성을 한 차원 높이고 경쟁력 높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지주회사가 투명하고 독립적인 경영체제라고 보고 있다. 이로부터 지주회사를 지지하는 근거를 ▷투명성 제고 ▷경영효율 제고 ▷독립경영 등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지주회사는 높은 지분율을 바탕으로 계열사 경영에 합법적으로 개입한다. 따라서 독립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투명성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은 회계제도와 감사 ·정보공개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주주가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재형 전문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와 효율성은 일정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며 “지주회사가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단이라는 주장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현실에서 지주회사는 특별한 순기능이나 역기능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지주회사 확대허용 여부도 정책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는 과거 폐해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만들고, 이 자회사는 다른 주주의 참여를 받아 더 큰 자회사를 거느리는 방법이 가능하면 적은 자본으로 대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 이는 이론적인 얘기만은 아니다. 1920년대 미국에서는 이런 편법이 활개를 쳤다. 뿐만 아니라 미국 지주회사는 경쟁을 차단하고 소비자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일본에서는 지주회사가 군국주의를 뒷받침했다는 비판을 받아 해체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97년 지주회사를 허용한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외국에서는 지주회사가 더이상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로열 더치 셸은 세계 약 100개국에 300개 이상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메르세데스벤츠갂EG 등을 두고 있지만 지주회사라는 것 때문에 주시되지는 않는다. 미국은 지주회사를 금지하지 않는다.
과거 지주회사의 부작용을 겪은 미국과 유럽은 왜 요즘에는 지주회사를 규제하지 않을까? KDI의 이 전문연구원은 “지주회사의 폐해라는 것은 결국 회사법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데에서 비롯된다”며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회사법 제도를 잘 갖춰 제대로 운용하고 경쟁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 굳이 지주회사를 따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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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는 86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금지된다. 경제력집중이라는 부작용을 막는다는 취지였다. 지주회사 외에 상호출자가 금지됐고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도입됐다. 또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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