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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업체의 생활용품 訪販 실험

학습지업체의 생활용품 訪販 실험

학습지회사로 입지를 다진 교원그룹이 올해 들어 정수기 비데 등을 출시하며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사진은 관철동 교원그룹 사옥.
올해 들어 정수기·비데·기능성 속옷 등 방문판매업계가 어수선하다. 연초부터 신참 하나가 나타나 동시다발적으로 제품을 내놓으며 기존 시장을 흔들고 있어서다. 방판업계의 새 얼굴 교원 L&C는 지난 1월에는 기능성 속옷 ‘페르메’와 ‘교원와우비데’를, 6월에는 ‘웰스 정수기’를 출시한 데 이어 오는 9∼10월에는 기능성 화장품 제품을, 내년에는 건강보조식품까지 내놓는다는 계획으로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판업계가 이 신참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구몬’, ‘빨간펜’으로 유명한 학습지회사 교원그룹 계열이기 때문이다.

6개 계열사 거느린 중견기업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교원그룹은 현재 ㈜교원·교원아카데미·공문교육연구원·교원교육·교원여행·교원L&C 등 총 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교원은 전집도서출판, 교원아카데미는 ㈜교원의 전집도서를 방문판매하는 유통전문 계열사다. 공문교육연구원은 과목별 주간학습지 구몬 시리즈를, 교원교육은 월간학습지 빨간펜을 개발해 학습지 교사를 통해 공급한다. 교원여행은 교원에서 거느리고 있는 학습지교사와 방판 사원들의 교육·연수·포상 여행 등을 소화하기 위해 설립한 계열사다. 교원 L&C는 이상의 5개 계열사를 근간으로 새로운 방문판매용 아이템을 적용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교원그룹의 오너인 장평순(53) 회장은 언론 노출을 매우 꺼려 베일에 싸여 있다. 대기업 지분 정보제공업체인 에퀴터블 조사에서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일가가 2천7백25억원의 재산을 보유해 국내 부호 가운데 15위에 올라 있다는 정도가 알려져 있다(지난해 9월 말 기준 비상장주에 대한 순자산가치 토대로 재산액 추정). 교원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장회장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나와 행정고시 준비를 하다가 지난 1980년대 초 웅진출판에서 방문판매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데, 세일즈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을 정도라 한다. 입사 4개월 만에 당시 대졸자 초임 월급의 2년치가량 되는 책을 팔아치우며 ‘전국 판매왕’에 올랐고, 입사 6개월 만에 팀장, 1년 만에 본부장으로 뛰어오르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방판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장회장은 지금도 방판 사원 교육현장에 직접 나서곤 한다는 것이 교원그룹 관계자 얘기다. 오늘의 교육분야 ‘방판왕국’ 교원그룹은 이 같은 장회장의 개인사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학습지 시장 성장세 둔화 학습지업계에서 1위 대교에 이어 꾸준히 2위를 지키고 있는 데다 불황 속에서도 해마다 성장을 구가해 온 교원이 난데없이 정수기·비데 등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1985년 모기업 ㈜교원이 설립된 이래 교원그룹은 지금까지 교육사업 한우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러나 매년 15∼20%가량 성장하던 학습지 시장이 최근 한자릿수로 떨어지며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그룹의 앞날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왔다. 실제로 초등학생 중심의 학습지는 보급률이 60%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지난해 학습지업체 빅4라고 하는 대교·교원·웅진닷컴·재능교육 등은 앞다퉈 유아학습지 신제품을 내놓으며 유아교육 시장에 진출했다. 유아교육 시장은 교구재·유아용 전집 방문판매·학습 서비스 등으로 이뤄진다. 대우증권은 지난 4월 한 보고서에서 올해 약 1조 3천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유아교육 시장은 기존 사업자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대형 교육업체들이 진입할 경우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원그룹은 유아교육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교육전문기업으로 남을지 신규 사업을 일으킬지 몇 년간의 시장 조사를 하며 고민했다. 교원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단은 새로운 사업 개발이었다. 교원이 이와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4만9천여명에 달하는 교원아카데미의 전집도서 방판 조직이 있었다. 국내 전집도서 방문판매 부문 1위의 막강조직이다. 학습지로 유명한 교원이지만, 사실 이 회사는 국내 전집도서 방문판매 부문 선두기업 이었다.

방판조직바탕 신규 아이템 진출 교원그룹 관계자는 “신제품 판매는 전집을 주로 취급해 온 방판 조직을 활용하며, 9천6백여명의 학습지 교사들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교원그룹의 신규 사업은 비교적 무난하게 진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1월 출시한 비데는 6천대 남짓, 여성용 기능성 속옷은 5천세트(낱개로는 1만여벌)를 팔았다. 6월에 선보인 정수기는 1만대가량 판매했다. 교원은 비데 99만원, 기능성 속옷 88만원, 정수기 1백25만원으로 비교적 고가정책을 취하고 있다. 올 상반기 교원은 신규 사업으로 대략 2백25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교원을 경쟁자로 맞이한 정수기 등 기존 업계는 교원의 성패는 아직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수기와 비데를 만드는 웅진코웨이의 김형관 팀장은 “보통 방문판매업체가 신상품을 내면 처음 3개월간은 방판 사원들이 먼저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소한 3개월 이후에도 꾸준히 매출이 일어난다면 일반 고객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팀장은 또한 “최근 정수기 사업을 시작한 회사 중 위니아만도와 교원을 놓고 보면 에어콘이나 김치냉장고 등 가전업체 이미지가 뚜렷한 위니아만도 쪽이 시장진입은 더 유리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즉 교원이 정수기 부문에서는 아직 3개월 이전인 데다 학습지업체로서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지금의 성과만으로는 성공과 실패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교원의 신규 아이템은 비교적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고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정수기는 1백만∼2백만원대로 비교적 고가라서 그 동안 시장 확대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등 대표적인 정수기 회사들이 월 2만8천원가량의 임대료만 받고 임대(렌털)하는 식으로 영업 방식으로 전환하며 보급률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정수기 보급률을 지난해 말 기준 22.3%를 기록했다. 정수기 업계는 올해 보급률이 30%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원은 아직 판매만 하고 있으나, 이같은 추세로 미뤄 언젠가는 판매방식에 변화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성공 여부는 아직 예측 일러 지난 5월 비데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비데 시장은 1천억원 규모였고 보급률이 10% 이하로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편 기능성 속옷의 경우 정확한 시장 분석은 어렵지만 아직 시장 수요가 그리 크지는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1백만원 안팎인 기능성 속옷은 주로 다단계판매 업체와 방문판매 업체들이 취급하고 있다. 기능성 속옷 ‘누벨마리’를 판매하는 다단계판매 업체 앨트웰 관계자는 “다단계판매사들은 매출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기능성 속옷시장의 규모는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필수품이 아니고 체형보정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체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은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기능성 속옷을 취급하는 업체는 6∼7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교원그룹의 신규 사업은 방문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월15일 제주도 서귀포에 ‘더 스위트 호텔’을 정식 개관했다. 관리는 신라호텔에 위탁했다. 또 지난 1월에는 교원그룹 부산사옥에 2백50평 규모의 교원휘트니스 센터도 오픈했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본격적인 레저산업 진출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여행·레저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교원그룹은 지금까지 학습지 시장의 비약적인 상승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해 왔다. 현상유지냐 변화냐의 기로에서 과감히 변화를 선택하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교원의 모험이 성공할 수 있을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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