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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CEO가 ‘요동’치면 ‘프로’는 내뺀다

④ CEO가 ‘요동’치면 ‘프로’는 내뺀다

잭 스미스 GM 회장(사진 왼쪽)은 노자 리더십을 발휘해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능력있는 부하들에게 권한 위임을 과감히 해 각각 유명하다.
경영의 귀재라고 불리는 GM의 잭 스미스 회장이 노자의 리더십을 좌우명으로 삼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현자(賢者)의 가르침은 옛날과 지금이 따로 없고 동과 서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太上 不知有之(태상 부지유지)-가장 뛰어난 임금은 무위자연의 도(道)로 나라를 다스리기 때문에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차선의 리더십은 백성과 친구처럼 가까이한다. 그래서 백성들은 그를 사모하며 예찬한다. 그보다 못한 임금은 법과 형으로 다스린다. 따라서 백성들은 그를 따르지만 경계한다. 한때 한국은 법은커녕 총칼과 주먹, 모진 고문으로 ‘통치’하던 불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때문에 한국은 늘 소란스러웠다. 다시 말하면 최상의 리더십은 그만큼 자연스럽게 일이 이뤄지도록 한다. 자연스러움은 조용한 내면의 소통에서 나온다. 큰 강물은 소리없이 유유히 흐르지만 개울물은 요란하다. 창업 때나 조그만 기업일 때는 간혹 우격다짐의 소리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지나면 그럴 수 없다. 더구나 시대도 변했다. 주먹과 협박으로 되는 세상이 결코 아니다. 이제 오기(傲氣)·살기(殺氣)·광기(狂氣)카리스마가 통할 리 없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현대는 디자이너·회계전문가·마케터 등으로 구성된 지식 근로자, 프로페셔널 시대다. 지식 그 자체가 생산성을 함유한 이동 사회가 됐다. 디지털·디자인(Digital, Design)과 스필버그처럼 환상을 창조하는 드림(Dream)의 3D시대가 됐다. 그래서 ‘일한 대가’에서 ‘생각한 대가’로 사는 세상이다. 그런데 CEO가 요동을 쳐대면 프로페셔널들은 내뺀다. 조직은 무너지고 네트워크는 붕괴한다. 그렇다고 해서 갈대같이 인기영합주의인 포퓰리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또 재미있는 현실은 자기보다 잘난 부하를 거느리지 못하는 CEO가 한국에는 의외로 참 많다. 영입은 고사하고 있는 인재도 내치기 일쑤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인재 타령은 제일 많이 해댄다. 더욱이 대체로 깨끗지 못한 CEO가 그렇다. “현명하고 창조적이며 경쟁력 있는 동료들과 함께 한 것이 행복했다”고 술회한 GE의 전 회장 잭 웰치와는 딴판이다. 음미해 볼 일이다. 또 못난 CEO 쳐놓고 실제로 권한 위임을 제대로 하는 경우가 없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참견하고 실상을 잘 안다고 착각하면서 뽐내기 일쑤다. 게다가 공은 자기 것이고 실패는 남의 것이라는 심보다. 또 매스컴 타기를 누구보다 사랑한다. 말하자면 포장술에 능한 요기(妖氣)카리스마다. 진실로 용기있는 리더만이 스스로 낮출 수 있고 침묵할 수 있다. 그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고요한 경건의 삶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때 비로소 권한 위임도 가능하고 훌륭한 인재와도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참된 리더로서 부하를 품고 변혁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이 곧 자기성찰의 결과다. 스스로의 성찰 없이 환경의 흐름을 읽을 수도 없고 대응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 존재를 작게 하는 겸손이 무위자연으로 녹아들어야 한다. 그때 그는 호령하는 자가 아니고 경청자이며 존재하되 걸림이 없다. 소크라테스의 경청이 그를 현명하게 만들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내가 대업을 이뤘다. 한국에서는 동부그룹 제조 부문 CEO 한신혁 부회장이 보기 드문 케이스다. 그는 동부그룹의 모태가 된 동부건설 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룹의 기조실 사장으로서도 오랫동안 일했다. 또 동부그룹이 반도체 분야를 개척할 때 동부전자의 CEO로서 활약한 후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늘 조용한 가운데서도 족적이 분명했다. 그 흔한 매스컴에 얼굴 한번 내밀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그는 무겁게 느껴진다. 반석같은 기업가정신과 조용하지만 생기(生氣) 넘치는 참된 카리스마를 예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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