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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릴레이 특집 1/ ‘경기도의 힘’]“경기도가 강해야 나라가 강해 집니다”

[지방자치단체 릴레이 특집 1/ ‘경기도의 힘’]“경기도가 강해야 나라가 강해 집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
경기도 CEO가 되신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어떤 점에 주력하셨는지, 또 어떤 일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경기도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생각으로 경기도의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뒀습니다. 무엇보다 동북아경제의 중심에 서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는데요, 도로·광역철도·교육 등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에 많은 예산을 썼습니다.”

- 최근 ‘경기도 역할론’을 강조하고 계신데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입니까? “첫째가 경제적 역할론으로, ‘경기도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70년대와 80년대 등 중화학공업시대에는 남동해안이 우리나라 경쟁력을 좌우했습니다. 울산·창원·부산 등에서 생산해 낸 자동차·조선·제철·석유화학 등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산업의 주도적인 힘이 첨단 쪽으로 옮겨지면서 경기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안보역할론’이 두번째입니다. 대한민국 화력 대부분이 경기도에 몰려 있고,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는 국가 전체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좋든 싫든 경기도에 군대가 주둔해 있는 만큼 그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일단 경제 얘기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산업의 흐름이 첨단산업으로 옮겨지고 있어 경기도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첨단산업의 근간이 되는 것은 우수한 두뇌와 기술인력입니다. 수도권 일대에 그런 인력이 많다는 점에서 경기도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수도권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본 고장은 울산이지만 자동차 산업의 중심은 수도권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조립라인은 울산에 있어도 부품산업은 수도권에 배치되고 있는 것이지요. 부품산업이 첨단화되면서 우수한 인력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물론 ‘인력’만 있다고 그렇게 되지는 않지요. 도로나 항만 등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도 차원에서 각종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어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부품뿐 아니라 앞으로는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나노기술(NT) 등 많은 첨단기업들이 경기도로 올 것입니다. LG필립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경쟁력은 경기도에서 시작”

- 외자유치에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어떤 기업이 들어오기로 결정됐습니까? “LG필립스 외에 세계적으로 우수한 첨단기술 기업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번 미국과 유럽을 방문하며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비첸만사와 미국의 자동차 부품사인 보그워너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경기도·수도권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LG필립스는 마지막까지 중국과 한국을 두고 저울질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마지막까지 보안 유지를 원하기도 했지요. LG필립스가 파주를 선택한 이유로는 아직 중국은 기업을 하기에 제약이 많다는 점, 그리고 중국의 숙련공들이 우리만 못하다는 점이 작용했어요. 거기에 경기도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도 있었지요.”

- 이번에는 ‘안보역할론’으로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군대가 주둔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시겠다고 했는데요. “그렇습니다. 경기도에는 우리 국군의 화력이 80%, 주한 미군의 60%가 몰려 있습니다. 어쨌거나 군사지역이 많으니 군사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특히 미군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당장 동두천이나 의정부 등에 있는 미 2사단이 한강 이남으로 옮겨간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큰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의 안보공약을 오판할 수가 있어요. 또 미국과의 신뢰나 동맹 관계에 손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주한 미군의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어떻게든 미군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입니다.”

“‘파업 자제’가 네덜란드형 노사 모델”

- 미국과 유럽에 다녀오셨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물류 중심지, 노사관계 모델 등으로 네덜란드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느낀 점을 말씀해 주시지요. “네덜란드에서는 노사관계보다 물류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더 중요하게 봤는데요, 한마디로 지금의 네덜란드가 거저 이뤄진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노테르담에는 한국 음식점 하나가 있는데요, 처음 만들 때 시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했다는 것입니다. 한국 선박들이 먹을 것이 없어 행여 다른 항구로 갈까 우려했던 것이었지요. 외국 선박이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별 짓을 다 했던 것입니다. 우리 같으면 어렵지요. 그런 과정을 거쳐 산업과 문화가 발전했던 것입니다.”

- 네덜란드형 노사관계 모델은 어떻게 보십니까? “네덜란드형 노사 모델은 다른 말로 조합주의형 모델이라고 하는데요, 맞는다, 맞지 않는다는 논쟁보다는 우리 노동계가 국제적인 현실을 이해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사관계가 불안한 곳에서는 절대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국제적인 현실입니다. 최근 논의를 보면 마치 ‘참여형’이 ‘네덜란드형’인 것으로 규정되는 분위기지만 사실은 불황을 이기기 위해 노조가 파업을 자제했다는 것이 네덜란드에서 본 네덜란드형 노사 모델이었습니다.”

- 투자유치 시 격렬한 노사분규가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그런 것을 경험하셨습니까? “물론이지요. 이번 투자상담을 하면서도 상대방이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협의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묻겠다고 하더군요. 안보상황과 노사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안보상황에 대해서는 답이 쉬웠습니다. 필립스가 어떤 회사냐, 그런 필립스가 국내 안보상황이 불안정하면 휴전선과 불과 10㎞ 앞에 있는 파주에 1백억 달러를 투자했겠느냐라고 답했지요. 그런데 노사관계에 대한 답은 어려웠습니다. 마침 국내에서는 철도파업이 일어나 전전긍긍했지요. 결국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한국 TV를 보면 데모나 하고 노사분규나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이지요. 그래도 믿기지가 않는 표정이어서 만일 당신네 기업에 노사분규가 일어난다면 도지사인 내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그제서야 상당히 만족해하고 안심하더군요.”

“노사분규 내가 막겠다”

- 그런데 실제 노사분규가 있을 때 그렇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국가나 정부 지도자의 자세가 노사관계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공무원노조 찬반투표 때 경기도 투표율이 가장 낮았는데요, 저는 시·군에 독려해 찬반투표 그 자체가 불법이며, 불법 행위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입니다. 노동자를 약자나 보호대상으로만 본다면 곤란하지요. 외국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보고 오는 게 아닙니다. 기술력을 보고 중국 진출의 발판으로 생각합니다. 임금보다 안정된 노사관계가 훨씬 중요하지요.”

- 최근 경기도가 수도권 규제 등 중앙정부의 정책과 충돌하는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수도권 과밀억제나 분산정책은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습니다. 인구나 산업, 교육·문화시설이 너무 집중돼 있으며, 이같은 불균형 발전은 우리 사회에 큰 문제로 지적되지요. 하지만 획일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입니다. 만일 경쟁구도가 내부적인 것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는 철저하게 국제 경쟁 아래 놓여 있습니다. 중국·일본·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유럽과 어떻게 경쟁하고 경쟁력을 키울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경쟁력을 키우려면 수도권·경기도의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때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일방적으로 취해지는 규제는 수도권의 경쟁력을 낮추는, 아주 잘못된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도권을 다른 나라의 경쟁상대와 비교하지 않고 국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기업활동을 억제한다면 어떻게 외국 돈을 끌어들이고 어떻게 외국과 경쟁할 수 있겠습니까?”

- 그래도 ‘균형발전’이란 정책방향은 필요한 것 아닐까요? “필요하지요.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수도권 경쟁력을 최대한 키워주고 그 경쟁력을 발판으로 번 돈을 다시 지방에 투자해 지방이 살아나는 것, 이것이 기본적인 균형발전의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지요. 우리나라 GDP가 1조 달러에 이를 정도는 돼야 지방에서도 자연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연간 세금만 2조원을 냅니다. 삼성전자 하나 더 생기면 국세 수입이 2조 늘어나는 셈이지요. 도 하나를 거뜬히 먹여살릴 규모입니다. 그런데 공장 하나 더 짓겠다는 데 허가가 안 나옵니다. 국내외 기업들이 이런 것들을 다 보고 있어요. 국내 대기업들도 결국 다른 나라에 투자하려는 것 아닙니까.”

- 중앙정부와는 계속 얘기를 하나요? “물론이지요. 안 만나본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대통령도 만났지요. 수도권 규제와 삼성반도체 공장 증설 문제로 대통령과 단독 면담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균형발전이라는 ‘코드’에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 정부 사람들은 객관적인 사실은 충분히 이해해도 그 정책을 펴지 못합니다. 해주기는 해줘야 할 텐데 균형발전이 우리 국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니 뭔가 그 정책을 제대로 해놓고 해줘야 되지 않겠느냐는 식이지요.”

획일적 균형발전론은 ‘오류’

- 새로운 CEO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데,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지도상을 무엇으로 보고 계신지요.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철저하게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지요. ‘세계’라는 단일시장에서 완전히 문을 열어놓고 살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인식 아래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의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또 우리의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지요. 또 지도자 자신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우리나라 지도자가 미국이나 중국 지도자와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는 교섭력을 갖추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지요. 또 국제적인 공조 체제 안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통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적인 관계 속에서 남북관계를 정립하고 그 속에서 통일의 길을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정치에 입문하신 지 꼭 10년 되셨습니다. 차기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데 포부를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경기도를 ‘세계 속의 경기도’로 만든다는 목표를 꼭 이뤄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경기도가 ‘세계 속의 경기도’가 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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