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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생산설비로 재도약”

“LCD 생산설비로 재도약”

신성이엔지는 반도체장비에서 LCD장비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특히 LCD 생산자동화설비(FAS)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진출도 추진 중이다. 신성이엔지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더 있다. 바로 정도경영이다.

신성이엔지는 ‘클린 컴퍼니’다. 반도체와 LCD공장에 들어가는 공기청정설비(클린룸)를 만들어서가 아니다. 교과서처럼 바른 경영을 하기 때문이다. 이완근(62) 신성이엔지 회장은 “우리 회사는 ‘통속적인 영업’으로 매출을 올리지 않아, 부정 의혹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신성이엔지는 영업직을 따로 선발하지 않는다. 수주를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을 속속들이 알고 고객사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 등 기술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직원 가운데 영업직을 뽑는다.

기술력으로 영업하는 전통은 1977년 설립 때 이미 세워졌다. 이 회장은 처음부터 전산실과 제약회사 공조설비 등 ‘영업력’보다는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해 왔다. 신성이엔지를 세우기 전 이 회장은 경원세기(현 센추리)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며 공조설비 시장에 대한 안목을 쌓았다. 신성이엔지는 국내에서 D램이 생산되기 시작한 80년대에는 반도체 클린룸으로 진출했다. 이 회장은 “클린룸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정밀산업”이라고 말한다.

신성이엔지는 직원과의 관계에서도 정도경영을 펼친다. 신성이엔지에는 노조가 없다. 노조 설립을 방해해서가 아니다. 이 회사 이상권 경영기획팀장은 “경영진이 직원들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경영 정보를 알리고 협력을 구하며 처우를 개선해줘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 신성이엔지의 급여는 대기업 수준이다.
올해 초 이 회사 노사협의회에서 직원 대표는 경영진에게 올해 급여 7%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경영진은 “그 정도로 되겠느냐, 10% 이상 올려 주겠다”고 답변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좋아졌다. 5월 말 직원들은 성과급 50%를 요구했다. 회사는 6월에 150%를 지급했다.

신성이엔지는 다양한 사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회계 · 재무 독서과정, 그리고 매달 두 번 열리는 외부 강사 초빙 강연 등을 통해 매년 48시간 이상 교육을 받는다. 모든 직원은 연간 6권 이상 책을 읽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영어시험을 치른다. 그렇게 키워 놓은 직원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 어떻게 하나. 이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그게 다 회사 경쟁력”이라고 대답한다.

이런 기업 문화는 이 회장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교사를 꿈꿨고, 성균관대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차분하고 조용조용한 말투가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라기보다는 교장선생님 같은 인상을 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윗옷의 단추도 풀지 않았다. 사진기자가 요청하자 그제서야 와이셔츠 차림으로 바꿨다.

협력적인 노사관계는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진가를 발휘했다. 98년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큰 마찰없이 마무리됐다. 97년 10개였던 계열사를 3개로, 전체 임직원은 540명에서 300명으로 줄었다. 신성이엔지 임직원은 320명에서 150명으로 감소했다. 이 회사 이 팀장은 “동종업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사내교육 프로그램 덕분인지 희망퇴직자 중 상당수가 1년 이내에 재취업했다”고 전했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호황을 타고 96년 상장하며 사세확장에 나섰다.

이 회장은 “당시엔 대부분의 변수가 낙관적으로 보였다”고 말한다. 신성이엔지는 정수기 제조와 환경기술 등에 진출했다. 97년에는 매출이 1,000억원을 넘었다. 경제위기가 몰아치면서 98년 매출은 382억원으로 급감했다. 순손실은 138억원에 달했다. 99년에는 매출을 627억원으로 늘리며 이익을 냈지만 2000년과 2001년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신성이엔지는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에서 LCD장비로 눈을 돌린 전략이 주효했다. 반도체와 LCD는 생산공정에 유사한 점이 많다. 반도체경기가 부진한 반면 LCD 시장이 확대되자 여러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2001년을 전후해 LCD장비로 진출했다. 회사는 LCD클린룸과 함께 LCD 생산자동화설비(FAS: Fab Automation System) 생산에 나섰다. FAS는 LCD 공정에 투입되는 기판을 후속 공정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자동반송 시스템. 마침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렸다.

이 회사 매출에서 LCD갥DP 등 평판디스플레이패널(FPD) 부문 비중은 2001년부터 반도체를 앞질렀다. 기타부문을 제외하면 지난해에는 FDP가 매출의 약 72%를 차지했고 반도체는 22%로 낮아졌다. 신성이엔지는 FDP 부문 가운데서도 FAS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FAS 매출을 지난해의 약 두 배인 166억원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FAS 매출이 2005년까지 매년 100% 이상 증가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내년에는 30%로, 3년 내에 50%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FAS의 매출 비중은 2000년 6%에서 지난해엔 10%로 높아졌다. 올해엔 20%에 육박할 전망이다. 신성이엔지는 현재 FAS를 하드웨어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신성이엔지는 LCD 투자 확대 소식이 나올 때마다 수혜주로 거론된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장열 연구원은 “LCD가 차세대로 넘어갈수록 기판이 커져 수작업으로 다루기가 어려워지고 생산업체들은 FAS를 더 많이 쓰게 된다”며 FAS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지난해보다 약 8% 많은 91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순이익은 26억원에서 61억원으로 증가하리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말 전망치다. 올해 업황은 당초 예상보다 좋아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성이엔지가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거대시장이자 위협적인 경쟁자인 중국 변수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 회장은 “현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고 올해 안에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대만에 대한 수출이 매출의 10%를 기여하는데, 전세계 업체들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바람에 중국 수출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이 꿈에 실현해줄 땅은 아니라고 보지만 비용을 낮추려면 갈 수밖에 없어요.”

신성이엔지는 신규투자를 위한 체력을 갖췄다. 지난해 투자지분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100억원 가량 갚았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2001년 말 154%에서 지난해 말 85%로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6월 말 신성이엔지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높였다. 중국에서는 클린룸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FAS에 진출한 것처럼 중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신성이엔지 분당 본사 로비 전광판에는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We are ready(우리는 준비되어 있다)”라는 문구가 불을 밝히고 있다. 곳곳엔 중국어 강좌 안내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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