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또 받게 된 손길승 SK그룹 회장
| 손길승 SK그룹 회장 | ‘소나기와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요즘 이 말을 곱씹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2월 검찰의 수사로 시작된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투로 치면 불의의 스트레이트를 맞은 후 계속되는 연타에 어퍼컷, 스트레이트를 계속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오너 클럽’이라는 전경련 회장 자리에까지 오른 손회장 개인에게는 일생일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손회장은 지난 8월20일에도 ‘스트레이트’를 맞았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SK해운 대표를 맡고 있는 손길승 회장 등 3명을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SK해운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하고 외부감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증선위는 이와 함께 손회장이 SK글로벌과 SK해운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것을 권고했다. 이미 이 두 회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손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SK텔레콤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이 있자 SK글로벌 채권단도 기다렸다는 듯 ‘한 방’을 날렸다. 분식회계와 관련된 SK글로벌 경영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손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해 가압류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 7월 김승정 전 부회장의 퇴직금을 가압류 조치한 바 있다. 연이어 21일에는 검찰 금융조사부가 증선위의 고발에 따른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혀 손회장은 다시 한 번 검찰을 드나들게 됐다. SK글로벌 2차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SK해운 분식회계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던 전경련 회장 자리 유지 여부도 다시 들먹여지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계 총리’라는 전경련 회장이 검찰에 자꾸 불려다니는 모습이 볼썽사납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SK그룹의 이노종 전무는 “전경련 회원사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날 것이고 (회장직을) 유지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밀려 불명예 퇴진을 할 수는 없다는 의미인 듯하다. 이 와중에서 손회장은 8월26일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의 사망 5주기를 맞았다. 손회장 본인으로서는 착잡한 심정일 듯싶다. 개인적으로도 최대의 위기이고 그룹으로서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사면초가이긴 하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다. 한마디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는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모두들 궁금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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