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21명 철저 분석]“평균 16년째 사장, 75%가 두 회사 경영”
[CEO 21명 철저 분석]“평균 16년째 사장, 75%가 두 회사 경영”
[실적중시형]“성적표가 모든 것 대변” 변탁 ㈜태영 사장… 변탁(65) 태영 사장은 오너인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의 처남이지만 오히려 전문경영인에 가깝다. 지난 1977년 영업담당 이사로 태영에 영입된 후 84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해마다 성장을 구가하며 ‘실적’으로 말해왔기 때문이다. 무차입 내실경영으로 외환위기 때도 꾸준히 흑자를 냈고, 올해는 태영을 건설업계 13위에 올려놨다. 변사장은 입버릇처럼 “투명경영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99년부터는 협력업체에 대해 언제나 현금 결제를 하고, 태영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때 받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또 변사장은 “아파트가 비싸면 안 된다”며 “서민주택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재욱 노키아TMC 회장… 지난 84년 경남 마산 수출자유지역에 입주한 노키아TMC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1만여개 외국기업 가운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회사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총자산 8천1백억원에 매출 2조9천억원, 고용인원만 7백명이 넘는 대기업이다. 연간 수출하는 휴대전화기가 4천만대에 이른다. 노키아가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휴대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재욱(62) 회장은 86년 5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17년째 장수하고 있다. 그가 장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성적. ‘연 5억 달러에 흑자’를 기록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1백21억 달러)의 4.7%에 달하는 금액이다. 생산공정별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매년 높은 수출 신장세를 이끌어왔다. 연구개발에도 애정이 많아 이회장이 직접 경기도 산본에 기술개발센터를 짓기도 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실적 앞에서는 측근도 없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 일익을 담당한 윤종용(59) 삼성전자 부회장은 철저한 실속파 CEO로 꼽힌다. 이익 실현과 품질 향상, 신제품 개발과 사업 분야 발굴 등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경영 성과를 최우선으로 한다. 윤부회장은 96년 반도체 불황 시절 전체 직원의 30%를 감원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삼성전자의 내실을 다졌다. 기업 혁신을 위해 일괄적으로 측근들의 사표를 받아낸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 결과 오늘날의 알짜기업 삼성전자가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6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윤회장은 삼성전기·삼성전관 등 계열사 대표이사를 두루 거치고 2000년 1월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대표적인 ‘실적 중심의 CEO’인 그는 “실적은 과감한 투자에서 이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펼쳐 일찌감치 세계 최초 4기가 D램 개발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2000 시스템 개발을 직접 지휘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근세의 유일한 고졸 은행장’ ‘첫 3년 연임 최장수 은행장’이라는 신화의 주인공 라응찬(65) 신한금융지주 회장. 라회장이 3년 연임을 하는 동안 다른 은행에서는 은행장이 4명에서 7명까지 바뀌었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라회장이 은행장을 맡고 있던 91∼96년까지 은행감독원 경영평가에서 6년 연속 1등을 차지했었다”며 “이만하면 수십년 CEO를 해도 될 만큼 훌륭한 성과 아니냐”고 말했다. 이밖에도 그에 대한 은행 안팎의 평가는 소신과 결단력으로 모인다. 기업이 외압을 받을 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실적 달성이 어려워진다. 신설 신한은행장으로서 라회장은 정치권이나 정부 관료들로부터 대출 청탁이 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또 한보 등 부실채권을 과감하게 회수하는 전략 등으로 손실을 예방, 주주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다. 라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 덕분에 신한은행은 공적자금 등의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외환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설립 20년 만에 선도은행으로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동북아 리딩뱅크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현우 ㈜옥시 사장… 신현우(55) 옥시 사장의 첫 직장은 동양화학그룹이다. 그는 보수적인 회사 풍토에서도 37세의 나이에 동양화학그룹 ‘최연소 이사’에 오른 실력파다. 신사장은 특히 신규 사업 기획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의 활황을 예상하고 반도체와 자동차 화학부품 사업을 육성해 대박을 낸 적도 있다. 그룹에서 승승장구하던 신사장은 90년 생활용품 업체인 옥시가 만들어지면서 CEO로 발탁됐다. 옥시는 동양화학그룹에서 분사하면서 2001년 4월 ‘레킷벵키저’라는 영국계 생활용품 기업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레킷벵키저가 신사장에게 3년 동안 계속 CEO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10여년간 무리없이 기업을 이끌어 온 신사장의 경력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신사장은 레킷벵키저의 ‘러브콜’에 ‘이익’으로 화답했다. 인수 시 3백여명의 직원을 감원하고 이익구조를 개선한 신사장은 지난해에 15% 이상의 높은 경상이익률을 달성했다. 그는 과감히 위험 감수를 즐기는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사업이 많았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크게 몇 번 성공하면 실패는 만회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양재신 대우종합기계 사장… 2000년 10월부터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된 대우종합기계는 ‘불황을 모르는 회사’다. 이 회사가 만드는 굴삭기·지게차·공작기계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부동의 1위. 올 상반기에는 이미 1천억원대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매출도 1조9천억원, 수출 4천9백억원으로 연초 계획보다 모두 30%가량 초과했다. 올 초부터는 중국 진출을 선언, 사스(SARS)가 확산됐을 때에도 중국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대우종합기계의 이같은 초고속 성장가도는 양재신(61) 사장의 현장 경영과 현금 중시 경영이 어우러져 일궈낸 성과라는 평가다. 양사장은 66년 대학 졸업 직후 한국기계공업(옛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줄곧 기계·중공업·자동차 등 제조업체에서 근무했다. 매년 3분의 2 정도를 현장에서 보내고, 두 달에 한 번씩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갖고 있다. 양사장의 별명은 ‘해결사’. 올해로 CEO 10년째를 맞는 그는 대우자동차·정밀·기전 등 경쟁력이 취약한 업체의 대표이사를 맡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등 구원투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다. 지난 99년 말부터 채권단의 추천으로 대우종합기계 사령탑을 맡고 있다. 구자홍 동양시스템즈 사장… 구자홍(54) 동양시스템즈 사장은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하며 뛰어난 조직 장악력을 자랑하는 CEO다.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경제기획원(현 재정경제부) 산업3과장으로 일하며 부실기업 정리 업무를 했던 이력으로 인해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동부화학·동양카드·동양생명 등 부실기업 회생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이같은 그의 ‘솜씨’는 특유의 조직 장악력에서 기인한다는 평이다. 구사장은 스스로 “조직력이 강한 공무원 세계에서 14년을 보내며 조직 장악력과 통솔력을 키웠다”고 말한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부실기업의 임직원들을 하나로 만들어 회생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구사장은 87년부터 동부그룹 종합조정실 이사, 한국자동차보험 상무 등을 거쳐 95년 4월부터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전무로 옮겼다. 동양카드·동양생명 대표이사를 지내다가 올해 4월부터 동양시스템즈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김광호 포스데이타 사장… 연초에 시스템 통합(SI) 업계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업계가 누적적자에 시달리면서 삼성SDS·LG CNS 굴지의 기업 CEO들이 낙마(落馬)하고 말았다. 업계의 구조조정 무풍지대가 바로 포스데이타. 쟁쟁한 경쟁자들이 단명하면서 김광호(60) 포스테이타 사장 앞에 붙는 ‘업계 최장수’라는 타이틀이 더 빛난다. ‘CEO 김광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탄탄한 실적에 있다. 대다수 SI 업체들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포스데이타는 지난 97년 김사장이 취임한 이후 매출과 인력이 각각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3천5백억원에 영업이익 1백46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에 19년간 근무하면서 재무분야 요직을 섭렵한 그는 뛰어난 숫자감각이 특기다. 눈으로 보이는 숫자, 즉 실적에 대해 남들보다 기민하게 반응한다. 포스데이타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김사장은 불황에 허덕이는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직원의 3분의 1을 줄였다. [전문가형] 한우물 파는 스페셜리스트 손길승 SK그룹 회장… SK글로벌 사태로 곤혹을 겪고 있지만 손길승(62) SK그룹 회장은 재계 최고의 기획통으로 꼽힌다. 유공·이동통신 인수 등 ‘SK의 밑그림’이 그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회장은 74년부터 그룹 전체의 업무를 파악하는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하면서 여기서 상무·전무·사장에 올랐다. 그룹 회장에 오른 것이 지난 98년으로 20년 이상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한 셈이다. 92년 대한텔레콤 사장 시절 어렵게 따낸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정치권과의 특혜설 시비로 반납했다가 나중에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다시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 ‘길이 아니면 돌아가라’는 기획 전문가 특유의 기질을 발휘했다. 기획 전문가답게 치밀한 기획력과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단호한 말투와 능숙한 화술로 전달력과 설득력이 뛰어나며 인간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난관에 부딪혔을 때 문제 해결과 대안 마련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금기 일동제약 회장… 약학과를 나와 60년 일동제약에 입사한 이금기(70) 회장은 ‘국민 비타민’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아로나민’을 개발한 주역이다. 올해로 출시 40년을 맞은 아로나민은 지난해에만 2억3천만정이 판매됐다. 국민 1인당 5정씩 소비한 셈이다. 아로나민의 히트로 이회장은 입사 6년 만에 상무이사로 전격 발탁된다. 84년 최고경영자 위치에 오른 이회장은 95년 제약협회장을 맡으며 사장직으로 잠시 물러났다. 그러나 98년 맥슨전자에 지급보증을 선 일동제약이 경영난에 처하자 회장으로 복귀, 3년 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회장이 96년 인수한 일동후디스(옛 남양산업)는 인수 5년 만에 매출이 5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전적으로 밀어주는 기업문화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회장은 오너에게도 자기 소신을 뚜렷하게 밝히는 전문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환 ㈜동부 부회장… 지난 2000년 동부그룹에 영입된 이명환(59) ㈜동부 부회장. 그는 ㈜동부를 그룹의 지주회사로 만들고, 동부그룹에도 삼성 못지않은 조직·인사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목적을 위해 영입된 인물이다. 당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확립하고자 했었는데, 장기제 동부 부회장이 이부회장을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이부회장은 삼성전자 종합기획조정실장, 삼성 비서실 인사담당 상무, 삼성코닝 관리본부장, 경영총괄 부사장을 거쳐 삼성SDS 대표를 지냈다. 27년간 삼성그룹 인사·조직 부문에서 활약한 인물로 김회장은 이런 이부회장의 전문성이 동부그룹에 안성맞춤이라고 봤던 것이다. 신형인 금호타이어 사장… 신형인(62) 금호타이어 사장은 해외 영업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파나마·영국·미국 등 해외 법인장을 오랫동안 맡아 금호의 수출 최전선을 이끌었다. 금호타이어가 세계 타이어 시장에서 10위권에 오른 데는 신사장의 공이 컸다는 평이다. 오랜 외국 생활로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함께 세계 시장 흐름에도 밝다. 신사장은 세계 타이어 시장의 흐름을 보고 고성능 타이어 개발을 강조했고,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가 내놓은 ‘UHP’(Ultra High Performance) 타이어는 세계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오너친화형] “오너와 코드를 맞춰라” 한신혁 동부 제조 부문 부회장… 한신혁(58) 동부그룹 제조 부문 담당 부회장은 김준기 동부 회장이 70년대 초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영입한 인물이다. 장기제 부회장·이명환 부회장 등과 더불어 동부그룹의 ‘44년생 부회장’ 3인 중 한 사람으로 가장 오랫동안 김준기 회장과 함께 일하며 끈끈한 정을 쌓았다. 그로 인해 동부그룹에서 김회장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 사람으로 통한다. 김준기 회장은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바로 한부회장”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산업은행을 거쳐 74년 동부종합상사에 입사, 동부그룹과 인연을 맺은 한부회장은 79년부터 동부건설(옛 미륭건설) 이사로 자리를 옮겨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며 ‘중동 신화’를 일궜다. 한부회장은 동부의 신규 사업 기획은 물론 구조조정을 지휘하는 등 오너의 구상을 현실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부산업·동부텔레콤 사장을 거쳐 현재 동부정보기술·동부전자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이덕림 대상㈜ 회장… 지난 95년 조미료의 대명사 ‘미원’이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내세웠을 때 회사 내부에서는 부담이 컸다. 브랜드 변경을 놓고 사내 여론이 찬반 양론으로 갈리는 등 심한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이런 혼란을 잠재운 인물이 이덕림(64) 회장이다. 당시 미원(현 대상) 대표로 있던 이회장은 “창사 이후 가장 중대한 결정”을 전면 지휘하게 된다. 이런 혼란 끝에 대상이 내놓은 브랜드가 바로 ‘청정원’이다. 청정원 브랜드를 통해 대상은 종합식품회사로 한 차원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청정원은 지금 식품업계 수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형제기업이던 미원과 세원이 통합하면서 대상그룹이 출범했고, 새 대표이사에 고두모 회장이 취임했다. 이회장은 하루아침에 ‘야인’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회장은 “오너인 임창욱 회장을 찾아가 두 회사가 통합하면 인맥과 관리 능력이 뛰어난 고두모 사장이 적임”이라며 스스로 퇴진했다. 그러다 2001년 대상의 대주주인 임창욱 명예회장이 그를 다시 불러 기업경영의 전결권을 줬다. 이상윤 ㈜농심 사장… ‘라면왕국’ 농심을 일군 신춘호 회장은 재계에서 두문불출하는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기업인은 기업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 신회장의 지론이다. 이 회사 이상윤(61) 사장 역시 바깥에 얼굴을 드러나는 것을 극히 꺼린다. 그러면서도 회사의 내실을 챙기는 인물로 유명하다. 이사장은 덕장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영업본부장 시절 실적이 떨어지는 부하사원에게도 “언제든지 기회를 주겠다”며 ‘다그치는’ 영업이 아니라 ‘다독거리는’ 영업으로 신망을 얻었다. 4천5백명 직원들의 이름을 거의 외우고 있을 정도로 직원들과 가깝게 지낸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회사 임직원들의 경조사를 잘 챙긴다. 유인균 INI스틸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유인균(63) INI스틸 회장은 고교(경복고) 졸업 동기생이다. 입학은 정회장이 1년 먼저 했지만 유회장이 조기 졸업을 해 동기생 사이가 됐다. 정회장은 현대자동차서비스에 근무하던 지난 76년 ‘친구 유인균’을 차장으로 스카우트한다. 이후 유회장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서 일하게 된다. 두 사람은 동지에 가깝다. 87년 파업사태, 2000년 ‘왕자의 난’ 등을 거치면서 한편에 섰던 인물들이다. 지난 87년 정회장이 현대정공 사장으로 있을 때 유회장은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노사분규를 타결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심해진 왕자의 난 때는 정회장의 참모 역할을 했다. [선견지명형]“10년 후를 내다본다” 고종진 ㈜두산 회장… 지금이야 맥주집 하면 으레 ‘생맥주 체인’을 떠올리지만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맥주를 마시려면 주로 카페·스탠드바를 찾았다. ‘OB호프’라는 생맥주 체인을 처음 도입한 사람이 바로 고종진(65) ㈜두산 회장이다. 고회장은 “밝고 가벼운 분위기에서 비교적 싼값에 맥주를 공급한다”는 전략을 통해 지난 91년 OB맥주(옛 동양맥주)가 연간 1억 상자 판매라는 대기록도 세운 일등공신이다. ‘맥주 1억 상자 돌파’는 고회장의 CEO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생맥주 전문점 OB호프 체인점 사업을 업계에 처음 도입하며 저렴하고 건전한 음주 문화 보급으로 맥주 인구를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그는 지난 80년 두산기업 사장에 취임해 23년째 CEO를 역임하고 있는 현역 최장수 CEO이기도 하다. 민경훈 두산건설 회장… “IMF위기 이전이던 95∼96년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민간주택 짓기가 붐이었다. 그런데 민경훈 회장님이 ‘경제가 어려워지면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금 받기가 수월한 관공서 쪽 공사를 많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현 두산건설 인사부장은 “민경훈 회장의 ‘안목’에 놀랐다”고 말했다. 96년 이후 두산건설은 영업 방향을 관급공사에 집중했고, 그 결과 두산은 다른 건설회사들이 연이어 부도를 내던 IMF 때에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민경훈(65) 두산건설 회장은 특히 꼼꼼한 일처리와 앞을 길게 내다보는 경영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윤병철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병철(67)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은행계 최장수 CEO로 꼽힌다. 한국투자금융부터 하나은행·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이르기까지 18년 동안 CEO 명함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윤회장은 맡은 회사가 막 닻을 올리는 ‘새내기’였다는 점이다. 지난 90년 종합금융사였던 한국투자금융을 하나은행으로 변신시켰고, 또 2001년에는 하나은행 회장직을 내놓고 우리나라 첫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 창립을 주도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그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발굴하는 데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것 아니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한국투자금융에서부터 20여년 동안 일을 같이해 온 우리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윤회장이 금융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CEO로 장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윤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눈빛이 달라진다”며 “강한 성취욕으로 뭉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카리스마형]“내 사전에 후퇴는 없다” 임승남 롯데건설 사장… ‘롯데의 이명박.’ 재계에서 임승남(65) 롯데건설 사장은 이렇게 통한다. 그만큼 그의 추진력은 ‘괴력’에 가깝다. 98년 롯데건설 사장에 취임할 때만 해도 도급순위 20위 안팎이던 회사를 5년 만인 올해 업계 8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만든 것도 이 같은 추진력에 기인한다. IMF 위기로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질 때 임사장의 전략은 ‘거꾸로 간다’는 것이었다. ‘캐슬’ ‘낙천대’ ‘골드로즈’ 등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워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아파트로 롯데건설을 키웠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각종 수주 전선과 공사 현장을 누빌 만큼 정력적으로 일한다. 모든 모델하우스를 가보고 마감재도 직접 손댄다고 한다. “사장이 몇 번 가봤느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는 것이 임사장의 지론. 당연히(?) 그의 별명은 ‘불도저’ ‘해결사’다. 성재갑 LG석유화학 회장… LG그룹 내 최고령 CEO인 성재갑(65) LG석유화학 회장은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럭키석유화학 사장 시절인 89년 전남 여수 앞바다를 매립해 45만t 규모의 나프타 분해 공장을 1년 6개월 만에 완공한 데서 유래된 별명이다. 성회장은 현장에서 직접 인부들을 지휘하며 당시 3년 이상으로 예상됐던 건설기간을 반으로 단축시켰다. 특유의 추진력과 뚝심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화학공학과 출신인 성회장은 63년 LG화학(구 낙희화학공업사)의 부산 연지공장에 입사, 16여년간 공장 생활을 한 실무형 CEO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바디프랜드, 3분기 누적 매출 3326억... 전년 대비 7.8%↑
2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韓 밸류업 선도 사명감 갖고 노력”
3정유경 회장, ㈜신세계 ‘미래 메시지’ 던질까
4HD현대重, 캐나다 잠수함 포럼 참석...현지 맞춤 모델 소개
5함영주 회장 “글로벌 시장 눈높이에 맞는 주주환원 이행할 것”
6케이뱅크 “앱에서 한국거래소 금 시장 투자 가능”
7DGB금융, ‘디지털 상생 기부 키오스크’ 이웃사랑 성금 전달
8'고가시계 불법 반입' 양현석, 법정서 입 열었다
9연일 추락 코스피, 2,400선마저 하회…반등 여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