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에 기지 이전비용 전액 부담 요구
미국, 한국에 기지 이전비용 전액 부담 요구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 완료 목표일은 2006년 12월 31일”이다. “한국은 부지와 대체시설들, 주한미군 이전에 드는 비용을 제공한다.” 미국쪽의 ‘서울 중심지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하는데 따른 미합중국과 대한민국간 협정’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이를 구체화한 ‘서울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용산기지 이전계획) 추진에 있어 미국과 한국간 협정 이행을 위한 합의 권고’안에 대한 ‘합동위원회를 위한 각서’는 아예 확실히 못박고 있다.
“주한미군 임무와 기능을 이전하는데 필요한 모든 토지와 대체 시설들은 한국이 제공할 것이며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없다…. 한국은 용산기지 이전 계획을 이행하는데 발생하는 모든 비용 조달 및 용역을 제공한다.”
뉴스위크 한국판이 독점 입수한 이 두개의 문건은 9월 4일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4차 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측에 제시한 내용이다. 한국이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 및 용역 전부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9월 4일자 ‘협정안’의 서명 유무에도 불구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다. 불행하게도 1990년 6월 25일과 1991년 6월 7일의 한·미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2004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1조4천2백64억원이 증액됐다. 여기에는 용산기지 이전용 용지 매입비와 설계비로 현금 1천억원과 국고채 1천6백35억원 등 총 2천6백35억원이 반영돼 있다.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측 비용 부담은 기정사실화됐고, 이에 따라 예산에까지 반영된 것이다. 이로써 용산기지 이전은 사실상 시작된 것이다.
9월 23일 조영길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 제2사단의 경우 우리쪽은 신규 토지만을 매입해 공여하고,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한 각종 시설은 미국 쪽이 부담한다”면서도 “용산기지 이전과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소요 비용은 한·미가 합의한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한·미간 합의를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 관련 한국쪽 실무를 담당하는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우리가 요구해서 이전할 경우는 우리가 이전 비용을 부담해 왔고, 이는 한·미간에 합의된 원칙”이라는 입장을 줄곧 표명해왔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곧 주권회복’이라는 논리와 연결되면서 불평등한 이전협정이 안고 있는 위헌·위법적 요소로 인한 또 다른 주권침해와 경제적 부담의 가중 가능성은 묻혀지고 있다. 여기에는 군 최고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결심도 한몫했다. 노대통령은 이미 대선 후보와 당선자 시절 “용산기지 이전에 10조원이 든다고 하는데 10조원을 들여서라도 이전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해왔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난 후 첫 미국 방문길인 5월과 8·15 경축사에서도 “용산기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확인했다. 1990년과 91년에 있은 한·미 합의라는 국가간 약속, 기지 이전이 곧 주권회복이라는 명분, 노대통령의 확고한 결심과 의지표명으로 이전협정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불평등성과 주권침해의 가능성, 현실적인 경제적 부담 능력과 이전 대상지인 오산·평택 주민의 항변은 논외의 문제가 돼있다.
노대통령의 입장은 사실 새로울 게 없다. 노태우 정부 시절 맺어진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1990년 6월 25일 이상훈 당시 국방장관과 메네트리 주한미군 사령관은 MOA와 MOU에 각각 서명했다. MOA는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원칙 및 기본골자였고, MOU는 MOA의 내용을 구체화시킨 것이었다. 당시 양국 대표는 각서 교환식의 모습조차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한국쪽의 이전비용 전액 부담 결정이라는 내용의 MOA에 서명했다. MOA와 MOU의 내용은 국회에 보고되거나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9월 4일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첫 공개된 구체적 내용은 기지이전으로 발생하는 모든 손해배상 청구는 한국 정부가 부담하며, 이전에 따른 매점·위락시설 등의 영업손실도 한국이 보상하고, 개인별 이전비용도 부담하며 기지 오염에 따른 환경복구 의무도 면제시켜주는 것으로 돼있다. 심지어는 ‘군속 가정의 가정교사가 서울에서 이전지(평택)까지 왕복하는데 드는 교통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만 해도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한국쪽이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한국쪽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이러한 ‘한국측 비용 부담 원칙’은 2003년 8월 말까지도 한·미 정부 사이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MOA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정부와 국회의 일부 관계자들만이 속앓이 하는 말 못할 비밀인 셈이었다. 지난 9월 3∼4일 국방부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4차회의에서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 90년 MOA·MOU에 담긴 40여가지의 불평등 독소조항에 대한 개정문제가 비로소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회의에서 미국측은 1990년과 1991년 한·미간 협의를 구체화시킨 ‘서울 중심지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하는 데 따른 미합중국과 대한민국간 협정’안과 ‘서울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용산기지 이전 계획) 추진에 있어 미국과 한국간 협정 이행을 위한 합의 권고’안 ‘합동위원회를 위한 각서’를 제시했다.
이번에 뉴스위크 한국판이 독점 입수한 영문 ‘서울 중심지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하는 데 따른 미합중국과 대한민국간 협정’안의 하단에는 랜스 L. 스미스 한·미 SOFA 합동위원회 미국 대표, 리언 J.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과 한·미 SOFA 합동위원회 한국 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조영길 국방부 장관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어 이들이 최종 합의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용산기지 이전 계획) 추진에 있어 미국과 한국간 협정 이행을 위한 합의 권고’안 ‘합동위원회 각서’는 90년 합의 사항의 이행을 권고하고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각서의 말미에는 미국측 대니얼 M. 윌슨 JR 미 용산기지 이전 특별소위원회 의장과 랜스 L. 스미스 한·미 SOFA 합동위원회 미국 대표, 한국측 김동희 한국 용산기지 이전 특별소위원회 의장과 위성락 한·미 SOFA 합동위원회 한국 대표의 이름과 함께 “2003년 ○월 ○일 합동위원회가 긴급조치에 의해 승인한 합동위원회 각서”라 적혀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임무와 기능을 이전하는데 필요한 모든 토지와 각종 대체시설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은 확고하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미국쪽은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없다”고까지 못박고 있다. 한국이 할 일은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었다. “한국은 용산기지 이전 계획을 이행하는 데 발생하는 모든 비용과 용역을 제공”하고 “부대와 임무·기능·인력을 이전하는데 필요한 수송 서비스는 물품으로 제공하거나 운송기금을 통해 조달할 것”이며 “운송기금은 한국 내 은행에 양측이 정한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이용해 운용될 것”이라고 이행 합의 권고 제6항 ‘재원’ 부분에서 밝히고 있다.
한국쪽 비용 부담의 원칙 자체도 문제지만 그 원칙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비용 부담의 가능성은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지의 수준은 현재의 용산기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한국 기준보다 비용이 몇배나 드는 미 국방부 기준에 준한다. 다음은 ‘이행 합의 권고’안의 ‘상호 합의 원칙에 대한 설명’중 일부다. “이런 요건들은 기존 시설의 규모 및 기존 시설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이전할 새 기지에서 임무와 기능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시설들과 지역들에 따라 결정된다.
필요조건들은 미 국방부 기준에 준하며, 미국에서 건설된 것과 유사한 시설들로 일치시킨다. 건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이 있을 것이다. 필요한 시설들은 본부들, 행정국, 의료시설, 지원 및 삶의 질과 관련된 시설들, 주한미군 병력 및 동반 가족들을 위한 숙사, 배전·징수시스템, 포장도로, 배수로, 가로등, 조경, 담장, 문, 그리고 완벽하고, 안전하고, 유용한 시설을 위해 필요한 부지 개발들이 포함된다(그러나 여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행 합의 권고안 제5항인 ‘시설과 용지’ 항목도 문제다. “유엔사와 한·미연합사 사령부는 한국 국방부 청사 인근에 그대로 두며 이 본부들을 지원하고 서울과 서울 북부 작전수행을 위해 필요한 주한미군 부대들도 용산에 남게 될 것”이라고 정했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국은 남아서 주둔할 부대 지원을 위한 모든 시설들을 제공”하며 “새 시설물 건축과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이 포함된다”고 돼있다. 미국쪽 안은 새로 이전하게 될 곳의 기지뿐 아니라 일부 잔류하게 되는 시설물의 전면적인 재건축과 리모델링 비용까지도 한국쪽 부담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문제점은 이행 합의 권고안 제6항 ‘재원’ 조항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 모든 시설물의 설계 및 건설 서비스, 운송과 이동 서비스, 통신장비 설치 및 제거와 통신시설 대여 등을 포함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원칙에 따른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규직이든 파트타임이든 임시직이든 영구직이든 주한미군 직원들의 개별 이사 비용”도 부담한다. “(기지) 이전으로 발생하는 주한미군 지원 프로그램 부족분에 대한 임시비용 조달”도 한국측 몫이며, “이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다른 모든 비용들, 이전에 앞서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없는 서비스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는데 따르는 비용이 포함된다”고 규정한다. 기지 이전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모든 인적·물적 서비스에 대한 비용 부담이 철저히 한국측 몫이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협정안’ 제2조에 따르면 “서울 중심지(용산)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 부대들은 오산·평택 지역과, 필요하다면, 상호 합의에 의해 다른 지역들로 이전”하게 되며 “필요한 임무와 수용시설이 작전능력, 삶의 질, 그리고 주한미군 강화를 위한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적합한 대체시설로 이전함에 따라 서울 내 주한미군 시설과 영토의 반환은 신속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정한다.
‘협정안’에 의하면 이전 완료 목표일은 2006년 12월 31일이다. 이러한 일정에 따라 “2004년 6월 30일까지는 본 협정을 이행하는데 충분한 부지가 양도될 것”이며 “대체시설 건설은 2004년 10월 1일 착수돼 2006년 6월 30일 완공될 것”이라고 제3조에 정한다.
미국쪽의 이전 계획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 ‘협정안’에 따르면 99년 이미 서울클럽의 반환이 완료됐고, 미8군 휴게소는 2004년에, 성남골프장은 2006년에, 용산 메인포스트 일부는 2006년에 반환되며 오는 2008년 용산 사우스포스트 일부와 니블로 병사·한남 빌리지가 최종 반환되는 것으로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쪽은 무엇을 근거로 한국쪽에 이토록 무리하고 불평등한 요구를 내걸 수 있었을까? 근거는 미국쪽 이행 합의 권고안 제1항 ‘참조’를 통해 확인된다(표1 참조). 물론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1990년 6월 25일의 MOA·MOU와 1991년 6월 7일의 한·미 SOFA 합동위원회 회의다. 하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근원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부터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시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서에까지 이어진다.
불평등의 핵심은 노태우 정부 시절 체결된 1990년 6월 25일의 각서들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87년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지 이전 문제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부터 비밀리에 추진됐다. MOA·MOU를 체결하기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전 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90년 5월 3일 정부종합청사 회의실에서는 강영훈 국무총리가 주재하고 이상훈 국방부 장관, 고건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기지 이전 비용의 전액을 한국측이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미국측 요구와는 관계없이 우리 경제 현실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고 미국에 이런 입장을 전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다음달 체결된 각서는 이런 한국측 입장과는 상반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미국쪽 입장 그대로 한국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결론이 난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불과 며칠 사이에 정부의 입장이 뒤바뀐 것을 두고 “주한미군 7천명의 감축 발표에 당황한 한국 정부가 미군의 대폭 감축을 주장하는 미 의회를 다소 설득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일방적인 양보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0년 4월 19일 작성된 ‘동아시아에서의 미군의 미래에 관한 미 국방부 보고서’는 이렇게 6월 25일 MOA·MOU가 체결된 배경을 설명해 준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력 축소·개편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담고 있다. 이중 한국과 관련된 내용으로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주도적에서 지원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3단계 계획” 등이 나와 있다. 1단계(1∼3년)로 “미 지상군의 현대화와 함께 미 2사단 사병 7천여명 감축”, 2단계(3∼5년)로 “2사단의 개편 검토”, 3단계(5∼10년)로 “한국이 자체 방위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준비를 갖추면 지상군을 유지하는데 보다 적은 미군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돼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구체적 목표로 “한국측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서울(용산)로부터의 미 8군 이전 및 그 배치 시기에 관한 합의”와 “주한미군 유지에 관련된 비용의 한국측 분담액 증가시키기”가 들어 있다. 미국쪽 전략에 한마디로 한국이 넘어간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90년 각서들을 전면 무효화하고 국민적 합의 절차를 거쳐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OA에는 한쪽 정부가 거부할 경우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일 용산기지반환운동본부 공동위원장은 “전략변화상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이전하는 것인데도 13년 전 각서를 들어 우리가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이전하는 듯한 행세를 해 비용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장희 교수(법학과)도 “전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기지 이전인데 마치 한국만의 필요성에 의해 이전되는 것처럼 인정돼 그에 따라 비용 부담의 원칙이 정해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한국쪽이 먼저 용산기지 이전을 요구했기 때문에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방연구원의 차두현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청구권 조항 등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초 1백억달러에서 현재는 30억∼50억달러 수준으로 절반 가량 하향조정됐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13년 전 각서라 해도 유효한 한·미간 합의 내용인데 우리측에 불리하다고 일방적으로 깰 수는 없다”는 게 용산기지 이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외교부 북미3과측의 답변이다. 하지만 외교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시체제에서는 미군의 작전통제 하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국방부의 입장과는 달리 할 말은 하자는 게 외교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산기지 내 미 대사관 부지 등 미군과 직접적으로 무관한 시설에 대한 비용은 대지 않을 생각”이며 “정확한 실사를 통해 이전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통합신당)도 “미 2사단 재배치는 미국이 요구했으니까 미국이 비용을 대고 용산기지 이전은 우리가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비용을 대야 한다”며 “이전으로 인해 실업자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도 한국 정부가 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LPP에 따르면 미 2사단 재배치는 미국이 비용 전부를 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45%를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장위원장은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해 보고받은 바는 없고, 지난 기록을 보고 대략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장희 교수 등의 지적대로 미국쪽의 기지 이전 필요성이 존재한다면 한국쪽의 비용부담 원칙은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 근거를 미국쪽 ‘협정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협정안’은 그 서두에서 “시의적절한 (용산기지의) 재배치는 한국 영토의 효과적인 사용과 균형된 개발, 그리고 서울 중심지역의 지속된 성장과 개발에 필수적이며 한편으로 군대의 보호, 전투준비태세, 삶의 질, 안전 등을 강화하고 상호방위의 목적을 위해 영속적인 주한미군의 체계를 세우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밝히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상호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임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장희 교수는 “그렇다면 정부 협상 관계자들은 미국쪽 ‘협정안’에 드러난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갖는 공동 이익,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돼온 전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계획, 주한미군이 갖는 한·미 상호간의 공통 이익, 주한 미 2사단 재배치 등과 관련된 근거 제시 등을 통해 충분히 재협상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러한 협의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정부나 당시 협상 관계자의 책임문제도 거론된다. 김종일 위원장은 “당시 정부가 MOA·MOU를 국회에 공식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구두보고는 했다는 사실을 국방부 관계자가 확인해 주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측 전액 비용 부담 원칙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그럼에도 국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국회 통일외교위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비준 동의안 검토보고서’에도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1990년 우리 국방부와 주한미군 사령부간에 합의한 미군 용산기지(주한미군 사령부)의 이전계획은 이 협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라고 돼 있다. 국회도 90년의 합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직접적 근거다.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사실상 국회의 권한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90년 합의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철저히 비판적이다. 90년 합의는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라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울 때는 반드시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90년 각서들은 13년째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장희 교수는 “90년 각서는 이전 시기·비용 등을 미국측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부담을 지우는 불평등한 조약”이라며 “MOA·MOU도 엄연한 국가간 조약이므로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불평등한 90년 각서 내용을 토대로 한·미 실무자들이 비공개리에 ‘이행 합의 권고’ 각서를 다시 체결한다는 것은 더더욱 문제”라고 덧붙였다. 90년 MOA에 근거를 둔 새로운 협정 체결은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현재 한·미 양국이 일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영구 정책실장은 “흠결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포괄협정을 만들어 국회 비준을 받겠다”면서, 그러나 “앞서 마련된 두 각서의 사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불평등 논란을 빚고 있는 기존 각서의 주요 내용은 국회의 비준이 필요 없는 ‘이행합의서’와 ‘기술양해각서’에 남겨두기로 해 설사 포괄협정을 만들어 국회 비준을 받는다 해도 이는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90년 MOA는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앞의 한 관계자는 “90년 당시에는 두 각서가 2급 비밀문서로 지정됐었지만 몇년 후 2급 비밀문서 지정이 해제되고 대외비 문건으로 다시 지정됐다가 97년 이후 이마저 풀려 현재는 일반문서”라고 설명했다. 용산기지반환운동본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8월 29일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하지만 “추석연휴가 있으니 시간을 더 달라, 협상 중인 사안이어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게 국방부 반응이었다. 그러던 지난 9월 25일 국방부 용산기획반측은 “90년 MOA는 2급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최종적으로 통보했다.
90년 합의가 불평등하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다. 차영구 정책실장은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4차 회의를 마친 뒤 “1990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 합의 당시 한·미가 마련한 MOA와 MOU는 국회 비준을 받지 않아 법적인 흠결이 있었다”며 “더구나 이들 각서에는 이전 기간 군용매점의 영업손실을 보상해야 하는 등 불평등 조항과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조항들도 있어 대체협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교부측도 “현재의 변화된 시대상황이나 국민정서, 형평성을 놓고 볼 때 13년 전 각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쪽은 이러한 한국측의 문제 제기에 결코 동의할 것 같지 않다. 9월 4일 제시된 ‘협정안’이나 ‘이행 합의 권고안’이 그러하며 미국 내 사정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2003년 7월 15일자 미 회계감사국(GAO) ‘GAO-03-643’ 미 의회 위원회 보고서는 “2002년 12월 미국과 한국은 서울 중심지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서로 용인할 수 있는 방법에 합의했다”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또 미 국방부가 이미 “용산기지와 의정부 군사시설 이전에 드는 비용 2억1천2백80만달러를 책정하도록 2004 회계연도 예산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적고 있다. 한국과의 합의를 기정사실화한 채 미국의 예산 지출 및 실행계획은 진행되고 있다.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최종 협상은 10월 6∼7일에 열릴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5차 회의에서 마무리되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 참석하는 10월 24∼25일 한·미연례안보협의(SCM)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정책실에 입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언론 보도가 협상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며 거절했다.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도 “국방부 정책실과 사전 협의한 사안이므로 입장이 같다고 보면 된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라종일 국가안보 보좌관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도 인터뷰를 거절했다.
10월 말에 열릴 SCM에서 용산기지 이전이 최종 확정되고, 포괄협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영길 국방장관은 국감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미국이 당초 이전 대상 지역인 오산과 평택에 5백40만평의 부지를 요구했으나 4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에서 3백16만~3백20만평으로 양측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말함으로써 이전이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전 계획에 대해 평택·오산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90년 용산기지 평택 이전 발표가 난 직후 시민모임을 결성해 3년만에 정부의 결정을 보류시킨 김용한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운동본부 위원장은 “전국 2백개 단체가 함께 하고, 미국·일본·유럽 등 여러 나라와 연대하고 있다”며 “평택이 미국의 군사도시가 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시민들은 오산 공군기지 인근의 논을 1평씩 구입, 6백5평을 공동등기해 놓았다. 평택농민회 정책실장이자 인근 황구지리 마을 이장인 신용조씨는 “정부가 불도저를 들이밀며 우리 땅을 빼앗으려고 하면 그 앞에 드러누워서라도 싸울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이전 비용을 현실적으로 국방 예산에서 집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미국측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전 비용은 최대 50억달러까지 부담해야 한다. 자주국방을 역설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2004년도 국방예산은 18조9천4백12억원에 불과하다. 2∼3% 수준으로 예측되는 경제성장률도 문제다. 여기에 이라크 파병이 현실화될 경우 이전 비용은 국방비의 여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연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행정연구원 주임연구원을 지낸 임재홍 박사는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SOFA에서 기지 사용에 관한 우월적 지위를 미국에 보장해 주었기 때문에 90년과 같은 굴욕적인 합의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불평등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SOFA의 개폐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장희 교수는 “냉전시대에 맺어진 불합리한 조약·협정을 수정해 가는 것이 오히려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용산기지 이전과 비용 부담 문제는 결국 참여정부의 외교·국방정책에 대한 시험대이자 미래 한·미동맹 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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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임무와 기능을 이전하는데 필요한 모든 토지와 대체 시설들은 한국이 제공할 것이며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없다…. 한국은 용산기지 이전 계획을 이행하는데 발생하는 모든 비용 조달 및 용역을 제공한다.”
뉴스위크 한국판이 독점 입수한 이 두개의 문건은 9월 4일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4차 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측에 제시한 내용이다. 한국이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 및 용역 전부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9월 4일자 ‘협정안’의 서명 유무에도 불구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다. 불행하게도 1990년 6월 25일과 1991년 6월 7일의 한·미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2004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1조4천2백64억원이 증액됐다. 여기에는 용산기지 이전용 용지 매입비와 설계비로 현금 1천억원과 국고채 1천6백35억원 등 총 2천6백35억원이 반영돼 있다.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측 비용 부담은 기정사실화됐고, 이에 따라 예산에까지 반영된 것이다. 이로써 용산기지 이전은 사실상 시작된 것이다.
9월 23일 조영길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 제2사단의 경우 우리쪽은 신규 토지만을 매입해 공여하고,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한 각종 시설은 미국 쪽이 부담한다”면서도 “용산기지 이전과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소요 비용은 한·미가 합의한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한·미간 합의를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 관련 한국쪽 실무를 담당하는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우리가 요구해서 이전할 경우는 우리가 이전 비용을 부담해 왔고, 이는 한·미간에 합의된 원칙”이라는 입장을 줄곧 표명해왔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곧 주권회복’이라는 논리와 연결되면서 불평등한 이전협정이 안고 있는 위헌·위법적 요소로 인한 또 다른 주권침해와 경제적 부담의 가중 가능성은 묻혀지고 있다. 여기에는 군 최고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결심도 한몫했다. 노대통령은 이미 대선 후보와 당선자 시절 “용산기지 이전에 10조원이 든다고 하는데 10조원을 들여서라도 이전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해왔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난 후 첫 미국 방문길인 5월과 8·15 경축사에서도 “용산기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확인했다. 1990년과 91년에 있은 한·미 합의라는 국가간 약속, 기지 이전이 곧 주권회복이라는 명분, 노대통령의 확고한 결심과 의지표명으로 이전협정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불평등성과 주권침해의 가능성, 현실적인 경제적 부담 능력과 이전 대상지인 오산·평택 주민의 항변은 논외의 문제가 돼있다.
노대통령의 입장은 사실 새로울 게 없다. 노태우 정부 시절 맺어진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1990년 6월 25일 이상훈 당시 국방장관과 메네트리 주한미군 사령관은 MOA와 MOU에 각각 서명했다. MOA는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원칙 및 기본골자였고, MOU는 MOA의 내용을 구체화시킨 것이었다. 당시 양국 대표는 각서 교환식의 모습조차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한국쪽의 이전비용 전액 부담 결정이라는 내용의 MOA에 서명했다. MOA와 MOU의 내용은 국회에 보고되거나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9월 4일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첫 공개된 구체적 내용은 기지이전으로 발생하는 모든 손해배상 청구는 한국 정부가 부담하며, 이전에 따른 매점·위락시설 등의 영업손실도 한국이 보상하고, 개인별 이전비용도 부담하며 기지 오염에 따른 환경복구 의무도 면제시켜주는 것으로 돼있다. 심지어는 ‘군속 가정의 가정교사가 서울에서 이전지(평택)까지 왕복하는데 드는 교통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만 해도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한국쪽이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한국쪽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이러한 ‘한국측 비용 부담 원칙’은 2003년 8월 말까지도 한·미 정부 사이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MOA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정부와 국회의 일부 관계자들만이 속앓이 하는 말 못할 비밀인 셈이었다. 지난 9월 3∼4일 국방부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4차회의에서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 90년 MOA·MOU에 담긴 40여가지의 불평등 독소조항에 대한 개정문제가 비로소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회의에서 미국측은 1990년과 1991년 한·미간 협의를 구체화시킨 ‘서울 중심지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하는 데 따른 미합중국과 대한민국간 협정’안과 ‘서울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용산기지 이전 계획) 추진에 있어 미국과 한국간 협정 이행을 위한 합의 권고’안 ‘합동위원회를 위한 각서’를 제시했다.
이번에 뉴스위크 한국판이 독점 입수한 영문 ‘서울 중심지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하는 데 따른 미합중국과 대한민국간 협정’안의 하단에는 랜스 L. 스미스 한·미 SOFA 합동위원회 미국 대표, 리언 J.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과 한·미 SOFA 합동위원회 한국 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조영길 국방부 장관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어 이들이 최종 합의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용산기지 이전 계획) 추진에 있어 미국과 한국간 협정 이행을 위한 합의 권고’안 ‘합동위원회 각서’는 90년 합의 사항의 이행을 권고하고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각서의 말미에는 미국측 대니얼 M. 윌슨 JR 미 용산기지 이전 특별소위원회 의장과 랜스 L. 스미스 한·미 SOFA 합동위원회 미국 대표, 한국측 김동희 한국 용산기지 이전 특별소위원회 의장과 위성락 한·미 SOFA 합동위원회 한국 대표의 이름과 함께 “2003년 ○월 ○일 합동위원회가 긴급조치에 의해 승인한 합동위원회 각서”라 적혀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임무와 기능을 이전하는데 필요한 모든 토지와 각종 대체시설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은 확고하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미국쪽은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없다”고까지 못박고 있다. 한국이 할 일은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었다. “한국은 용산기지 이전 계획을 이행하는 데 발생하는 모든 비용과 용역을 제공”하고 “부대와 임무·기능·인력을 이전하는데 필요한 수송 서비스는 물품으로 제공하거나 운송기금을 통해 조달할 것”이며 “운송기금은 한국 내 은행에 양측이 정한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이용해 운용될 것”이라고 이행 합의 권고 제6항 ‘재원’ 부분에서 밝히고 있다.
한국쪽 비용 부담의 원칙 자체도 문제지만 그 원칙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비용 부담의 가능성은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지의 수준은 현재의 용산기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한국 기준보다 비용이 몇배나 드는 미 국방부 기준에 준한다. 다음은 ‘이행 합의 권고’안의 ‘상호 합의 원칙에 대한 설명’중 일부다. “이런 요건들은 기존 시설의 규모 및 기존 시설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이전할 새 기지에서 임무와 기능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시설들과 지역들에 따라 결정된다.
필요조건들은 미 국방부 기준에 준하며, 미국에서 건설된 것과 유사한 시설들로 일치시킨다. 건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이 있을 것이다. 필요한 시설들은 본부들, 행정국, 의료시설, 지원 및 삶의 질과 관련된 시설들, 주한미군 병력 및 동반 가족들을 위한 숙사, 배전·징수시스템, 포장도로, 배수로, 가로등, 조경, 담장, 문, 그리고 완벽하고, 안전하고, 유용한 시설을 위해 필요한 부지 개발들이 포함된다(그러나 여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행 합의 권고안 제5항인 ‘시설과 용지’ 항목도 문제다. “유엔사와 한·미연합사 사령부는 한국 국방부 청사 인근에 그대로 두며 이 본부들을 지원하고 서울과 서울 북부 작전수행을 위해 필요한 주한미군 부대들도 용산에 남게 될 것”이라고 정했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국은 남아서 주둔할 부대 지원을 위한 모든 시설들을 제공”하며 “새 시설물 건축과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이 포함된다”고 돼있다. 미국쪽 안은 새로 이전하게 될 곳의 기지뿐 아니라 일부 잔류하게 되는 시설물의 전면적인 재건축과 리모델링 비용까지도 한국쪽 부담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문제점은 이행 합의 권고안 제6항 ‘재원’ 조항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 모든 시설물의 설계 및 건설 서비스, 운송과 이동 서비스, 통신장비 설치 및 제거와 통신시설 대여 등을 포함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원칙에 따른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규직이든 파트타임이든 임시직이든 영구직이든 주한미군 직원들의 개별 이사 비용”도 부담한다. “(기지) 이전으로 발생하는 주한미군 지원 프로그램 부족분에 대한 임시비용 조달”도 한국측 몫이며, “이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다른 모든 비용들, 이전에 앞서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없는 서비스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는데 따르는 비용이 포함된다”고 규정한다. 기지 이전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모든 인적·물적 서비스에 대한 비용 부담이 철저히 한국측 몫이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협정안’ 제2조에 따르면 “서울 중심지(용산)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 부대들은 오산·평택 지역과, 필요하다면, 상호 합의에 의해 다른 지역들로 이전”하게 되며 “필요한 임무와 수용시설이 작전능력, 삶의 질, 그리고 주한미군 강화를 위한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적합한 대체시설로 이전함에 따라 서울 내 주한미군 시설과 영토의 반환은 신속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정한다.
‘협정안’에 의하면 이전 완료 목표일은 2006년 12월 31일이다. 이러한 일정에 따라 “2004년 6월 30일까지는 본 협정을 이행하는데 충분한 부지가 양도될 것”이며 “대체시설 건설은 2004년 10월 1일 착수돼 2006년 6월 30일 완공될 것”이라고 제3조에 정한다.
미국쪽의 이전 계획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 ‘협정안’에 따르면 99년 이미 서울클럽의 반환이 완료됐고, 미8군 휴게소는 2004년에, 성남골프장은 2006년에, 용산 메인포스트 일부는 2006년에 반환되며 오는 2008년 용산 사우스포스트 일부와 니블로 병사·한남 빌리지가 최종 반환되는 것으로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쪽은 무엇을 근거로 한국쪽에 이토록 무리하고 불평등한 요구를 내걸 수 있었을까? 근거는 미국쪽 이행 합의 권고안 제1항 ‘참조’를 통해 확인된다(표1 참조). 물론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1990년 6월 25일의 MOA·MOU와 1991년 6월 7일의 한·미 SOFA 합동위원회 회의다. 하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근원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부터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시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서에까지 이어진다.
불평등의 핵심은 노태우 정부 시절 체결된 1990년 6월 25일의 각서들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87년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지 이전 문제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부터 비밀리에 추진됐다. MOA·MOU를 체결하기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전 비용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90년 5월 3일 정부종합청사 회의실에서는 강영훈 국무총리가 주재하고 이상훈 국방부 장관, 고건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기지 이전 비용의 전액을 한국측이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미국측 요구와는 관계없이 우리 경제 현실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고 미국에 이런 입장을 전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다음달 체결된 각서는 이런 한국측 입장과는 상반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미국쪽 입장 그대로 한국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결론이 난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불과 며칠 사이에 정부의 입장이 뒤바뀐 것을 두고 “주한미군 7천명의 감축 발표에 당황한 한국 정부가 미군의 대폭 감축을 주장하는 미 의회를 다소 설득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일방적인 양보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0년 4월 19일 작성된 ‘동아시아에서의 미군의 미래에 관한 미 국방부 보고서’는 이렇게 6월 25일 MOA·MOU가 체결된 배경을 설명해 준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력 축소·개편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담고 있다. 이중 한국과 관련된 내용으로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주도적에서 지원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3단계 계획” 등이 나와 있다. 1단계(1∼3년)로 “미 지상군의 현대화와 함께 미 2사단 사병 7천여명 감축”, 2단계(3∼5년)로 “2사단의 개편 검토”, 3단계(5∼10년)로 “한국이 자체 방위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준비를 갖추면 지상군을 유지하는데 보다 적은 미군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돼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구체적 목표로 “한국측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서울(용산)로부터의 미 8군 이전 및 그 배치 시기에 관한 합의”와 “주한미군 유지에 관련된 비용의 한국측 분담액 증가시키기”가 들어 있다. 미국쪽 전략에 한마디로 한국이 넘어간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90년 각서들을 전면 무효화하고 국민적 합의 절차를 거쳐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OA에는 한쪽 정부가 거부할 경우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일 용산기지반환운동본부 공동위원장은 “전략변화상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이전하는 것인데도 13년 전 각서를 들어 우리가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이전하는 듯한 행세를 해 비용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장희 교수(법학과)도 “전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기지 이전인데 마치 한국만의 필요성에 의해 이전되는 것처럼 인정돼 그에 따라 비용 부담의 원칙이 정해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한국쪽이 먼저 용산기지 이전을 요구했기 때문에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방연구원의 차두현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청구권 조항 등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초 1백억달러에서 현재는 30억∼50억달러 수준으로 절반 가량 하향조정됐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13년 전 각서라 해도 유효한 한·미간 합의 내용인데 우리측에 불리하다고 일방적으로 깰 수는 없다”는 게 용산기지 이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외교부 북미3과측의 답변이다. 하지만 외교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시체제에서는 미군의 작전통제 하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국방부의 입장과는 달리 할 말은 하자는 게 외교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산기지 내 미 대사관 부지 등 미군과 직접적으로 무관한 시설에 대한 비용은 대지 않을 생각”이며 “정확한 실사를 통해 이전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통합신당)도 “미 2사단 재배치는 미국이 요구했으니까 미국이 비용을 대고 용산기지 이전은 우리가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비용을 대야 한다”며 “이전으로 인해 실업자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도 한국 정부가 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LPP에 따르면 미 2사단 재배치는 미국이 비용 전부를 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45%를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장위원장은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해 보고받은 바는 없고, 지난 기록을 보고 대략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장희 교수 등의 지적대로 미국쪽의 기지 이전 필요성이 존재한다면 한국쪽의 비용부담 원칙은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 근거를 미국쪽 ‘협정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협정안’은 그 서두에서 “시의적절한 (용산기지의) 재배치는 한국 영토의 효과적인 사용과 균형된 개발, 그리고 서울 중심지역의 지속된 성장과 개발에 필수적이며 한편으로 군대의 보호, 전투준비태세, 삶의 질, 안전 등을 강화하고 상호방위의 목적을 위해 영속적인 주한미군의 체계를 세우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밝히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상호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임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장희 교수는 “그렇다면 정부 협상 관계자들은 미국쪽 ‘협정안’에 드러난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갖는 공동 이익,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돼온 전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계획, 주한미군이 갖는 한·미 상호간의 공통 이익, 주한 미 2사단 재배치 등과 관련된 근거 제시 등을 통해 충분히 재협상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러한 협의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정부나 당시 협상 관계자의 책임문제도 거론된다. 김종일 위원장은 “당시 정부가 MOA·MOU를 국회에 공식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구두보고는 했다는 사실을 국방부 관계자가 확인해 주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측 전액 비용 부담 원칙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그럼에도 국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국회 통일외교위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비준 동의안 검토보고서’에도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1990년 우리 국방부와 주한미군 사령부간에 합의한 미군 용산기지(주한미군 사령부)의 이전계획은 이 협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라고 돼 있다. 국회도 90년의 합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직접적 근거다.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사실상 국회의 권한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90년 합의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철저히 비판적이다. 90년 합의는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라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울 때는 반드시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90년 각서들은 13년째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장희 교수는 “90년 각서는 이전 시기·비용 등을 미국측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부담을 지우는 불평등한 조약”이라며 “MOA·MOU도 엄연한 국가간 조약이므로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불평등한 90년 각서 내용을 토대로 한·미 실무자들이 비공개리에 ‘이행 합의 권고’ 각서를 다시 체결한다는 것은 더더욱 문제”라고 덧붙였다. 90년 MOA에 근거를 둔 새로운 협정 체결은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현재 한·미 양국이 일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영구 정책실장은 “흠결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포괄협정을 만들어 국회 비준을 받겠다”면서, 그러나 “앞서 마련된 두 각서의 사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불평등 논란을 빚고 있는 기존 각서의 주요 내용은 국회의 비준이 필요 없는 ‘이행합의서’와 ‘기술양해각서’에 남겨두기로 해 설사 포괄협정을 만들어 국회 비준을 받는다 해도 이는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90년 MOA는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앞의 한 관계자는 “90년 당시에는 두 각서가 2급 비밀문서로 지정됐었지만 몇년 후 2급 비밀문서 지정이 해제되고 대외비 문건으로 다시 지정됐다가 97년 이후 이마저 풀려 현재는 일반문서”라고 설명했다. 용산기지반환운동본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8월 29일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하지만 “추석연휴가 있으니 시간을 더 달라, 협상 중인 사안이어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게 국방부 반응이었다. 그러던 지난 9월 25일 국방부 용산기획반측은 “90년 MOA는 2급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최종적으로 통보했다.
90년 합의가 불평등하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다. 차영구 정책실장은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4차 회의를 마친 뒤 “1990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 합의 당시 한·미가 마련한 MOA와 MOU는 국회 비준을 받지 않아 법적인 흠결이 있었다”며 “더구나 이들 각서에는 이전 기간 군용매점의 영업손실을 보상해야 하는 등 불평등 조항과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조항들도 있어 대체협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교부측도 “현재의 변화된 시대상황이나 국민정서, 형평성을 놓고 볼 때 13년 전 각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쪽은 이러한 한국측의 문제 제기에 결코 동의할 것 같지 않다. 9월 4일 제시된 ‘협정안’이나 ‘이행 합의 권고안’이 그러하며 미국 내 사정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2003년 7월 15일자 미 회계감사국(GAO) ‘GAO-03-643’ 미 의회 위원회 보고서는 “2002년 12월 미국과 한국은 서울 중심지로부터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서로 용인할 수 있는 방법에 합의했다”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또 미 국방부가 이미 “용산기지와 의정부 군사시설 이전에 드는 비용 2억1천2백80만달러를 책정하도록 2004 회계연도 예산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적고 있다. 한국과의 합의를 기정사실화한 채 미국의 예산 지출 및 실행계획은 진행되고 있다.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최종 협상은 10월 6∼7일에 열릴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5차 회의에서 마무리되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 참석하는 10월 24∼25일 한·미연례안보협의(SCM)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정책실에 입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언론 보도가 협상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며 거절했다.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도 “국방부 정책실과 사전 협의한 사안이므로 입장이 같다고 보면 된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라종일 국가안보 보좌관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도 인터뷰를 거절했다.
10월 말에 열릴 SCM에서 용산기지 이전이 최종 확정되고, 포괄협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영길 국방장관은 국감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미국이 당초 이전 대상 지역인 오산과 평택에 5백40만평의 부지를 요구했으나 4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에서 3백16만~3백20만평으로 양측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말함으로써 이전이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전 계획에 대해 평택·오산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90년 용산기지 평택 이전 발표가 난 직후 시민모임을 결성해 3년만에 정부의 결정을 보류시킨 김용한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운동본부 위원장은 “전국 2백개 단체가 함께 하고, 미국·일본·유럽 등 여러 나라와 연대하고 있다”며 “평택이 미국의 군사도시가 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시민들은 오산 공군기지 인근의 논을 1평씩 구입, 6백5평을 공동등기해 놓았다. 평택농민회 정책실장이자 인근 황구지리 마을 이장인 신용조씨는 “정부가 불도저를 들이밀며 우리 땅을 빼앗으려고 하면 그 앞에 드러누워서라도 싸울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이전 비용을 현실적으로 국방 예산에서 집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미국측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전 비용은 최대 50억달러까지 부담해야 한다. 자주국방을 역설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2004년도 국방예산은 18조9천4백12억원에 불과하다. 2∼3% 수준으로 예측되는 경제성장률도 문제다. 여기에 이라크 파병이 현실화될 경우 이전 비용은 국방비의 여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연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행정연구원 주임연구원을 지낸 임재홍 박사는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SOFA에서 기지 사용에 관한 우월적 지위를 미국에 보장해 주었기 때문에 90년과 같은 굴욕적인 합의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불평등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SOFA의 개폐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장희 교수는 “냉전시대에 맺어진 불합리한 조약·협정을 수정해 가는 것이 오히려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용산기지 이전과 비용 부담 문제는 결국 참여정부의 외교·국방정책에 대한 시험대이자 미래 한·미동맹 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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