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통화할 수 있는 전지
12시간 통화할 수 있는 전지
뉴저지주 이튼타운 소재 밀레니엄 셀(Millennium Cell)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탕(Stephen Tang ·唐雄千)은 아무리 놀라운 무선 기술이 개발된다 해도 지금처럼 짧은 배터리 수명에 의존해야 한다면 별 소용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흔히들 책상 앞에 묶여 있는 것은 인터넷 접속 때문이 아니라 전력 때문이다. 탕은 “전선을 잘라내는 것이 밀레니엄 셀의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 개발 경쟁에서 배터리는 거북이 같은 존재였다. 최고 성능을 지녔다는 리튬 이온 배터리도 충전용량이 연간 평균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첨단 다기능 무선 기기가 필요로 하는 용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단위당 배터리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용량에는 물리적 한계가 뒤따른다. 하지만 탕의 해법은 간단하다. 현재의 배터리를 소형 수소연료전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수소연료전지로 전환할 경우 휴대전화 배터리 수명을 최대 4배까지 연장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종이성냥만한 수소연료전지로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큰 차세대 기기 개발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수소전지에 대한 열기는 매우 뜨겁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12억 달러를 수소전지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심은 주로 자동차용 연료전지에 집중돼 왔다. 탕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것도 자동차용 연료전지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리하이 대학에서 화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까지 이수한 탕은 연료전지가 무선 기기의 동력원으로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관건은 크기와 무관하게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필요한 양만큼 배출하는 것이다. 밀레니엄 셀의 엔지니어들은 완벽한 저장매체가 될 수 있는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자동차 무게를 늘리지 않으면서 충돌시 대규모 폭발위험도 없는데다 차에 충분한 에너지도 공급할 수 있는 물질이어야 했다. 마침내 탄소의 가까운 친척뻘인 붕소에 주목했다. 수소화붕소나트륨(NaBH4)과 물을 1대 2로 섞은 1ℓ용액은 가솔린 1ℓ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탕이 개발한 소형 연료전지를 이용할 경우 휴대전화로 12시간 통화할 수 있다. 같은 크기의 리튬 배터리는 4시간에 불과하다. 일반 노트북의 경우 최장 8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 배터리로는 3시간을 넘기기가 힘들다. 탕이 개발 중인 연료전지는 기존 알칼리 건전지처럼 쓰고 난 뒤 버릴 수 있다. 화학반응으로 약간의 물과 불연성 물질인 붕사만 남는다. 탕에 따르면 휴대전화용의 가격은 1.5달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는 붕소·수소 연료전지를 오는 2005년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과 한국 기업들도 고성능 소형 연료전지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 7월 일본의 NEC는 5시간 지속되는 배터리를 내년 안에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탕은 2005년에 수명이 2배에 달하면서도 더 안전하며 저렴한 배터리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서두르는 게 좋을 듯싶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랭하기 직전인 2000년에 상장한 밀레니엄 셀은 현재 매출이라고는 거의 없는데다 분기마다 300만 달러를 소모하고 있다. 그러나 탕이 약속한대로 2005년까지 연료전지 상품화에 성공한다면 돈벼락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상 앞에 묶여 있어야 했던 수많은 화이트칼라들을 해방시킨 인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 개발 경쟁에서 배터리는 거북이 같은 존재였다. 최고 성능을 지녔다는 리튬 이온 배터리도 충전용량이 연간 평균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첨단 다기능 무선 기기가 필요로 하는 용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단위당 배터리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용량에는 물리적 한계가 뒤따른다. 하지만 탕의 해법은 간단하다. 현재의 배터리를 소형 수소연료전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수소연료전지로 전환할 경우 휴대전화 배터리 수명을 최대 4배까지 연장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종이성냥만한 수소연료전지로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큰 차세대 기기 개발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수소전지에 대한 열기는 매우 뜨겁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12억 달러를 수소전지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심은 주로 자동차용 연료전지에 집중돼 왔다. 탕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것도 자동차용 연료전지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리하이 대학에서 화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까지 이수한 탕은 연료전지가 무선 기기의 동력원으로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관건은 크기와 무관하게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필요한 양만큼 배출하는 것이다. 밀레니엄 셀의 엔지니어들은 완벽한 저장매체가 될 수 있는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자동차 무게를 늘리지 않으면서 충돌시 대규모 폭발위험도 없는데다 차에 충분한 에너지도 공급할 수 있는 물질이어야 했다. 마침내 탄소의 가까운 친척뻘인 붕소에 주목했다. 수소화붕소나트륨(NaBH4)과 물을 1대 2로 섞은 1ℓ용액은 가솔린 1ℓ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탕이 개발한 소형 연료전지를 이용할 경우 휴대전화로 12시간 통화할 수 있다. 같은 크기의 리튬 배터리는 4시간에 불과하다. 일반 노트북의 경우 최장 8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 배터리로는 3시간을 넘기기가 힘들다. 탕이 개발 중인 연료전지는 기존 알칼리 건전지처럼 쓰고 난 뒤 버릴 수 있다. 화학반응으로 약간의 물과 불연성 물질인 붕사만 남는다. 탕에 따르면 휴대전화용의 가격은 1.5달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는 붕소·수소 연료전지를 오는 2005년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과 한국 기업들도 고성능 소형 연료전지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 7월 일본의 NEC는 5시간 지속되는 배터리를 내년 안에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탕은 2005년에 수명이 2배에 달하면서도 더 안전하며 저렴한 배터리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서두르는 게 좋을 듯싶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랭하기 직전인 2000년에 상장한 밀레니엄 셀은 현재 매출이라고는 거의 없는데다 분기마다 300만 달러를 소모하고 있다. 그러나 탕이 약속한대로 2005년까지 연료전지 상품화에 성공한다면 돈벼락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상 앞에 묶여 있어야 했던 수많은 화이트칼라들을 해방시킨 인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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