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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엇갈리는 한국



이라크 전투병 파병 아직도 갈지자 걸음

이라크 사태에 다른 나라 군대를 끌어들이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 계속 뜻밖의 암초에 부닥치고 있다. 터키 정부는 1만명의 병력을 파견하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터키측의 저의를 의심하는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터키군 파병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 정부마저 워싱턴에 혼란스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몇주 전만 해도 한국 정부는 수천명 규모의 전투병력을 파병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런 언질(commitment)은 이제 덜 확고해 보이고, 파병 연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도 나름대로의 요구 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군 파병의 대가로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정책노선을 완화하기를 바란다는 점을 거듭 시사해왔다. 둘째, 한국 정부가 이라크 모술(한국군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파견한 공식 조사단의 활동은 기대에 어긋났던 것으로 지난주 밝혀졌다. 조사단원이었던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현지의 미군 당국이 조사단에게 보여준 것들로는 불충분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조사단이 모술의 지상에서 불과 4시간만 활동했다며 이는 “모든 것을 직접 관찰하기에는 충분치 못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2차 조사단 파견을 원하고 있고, 한국의 시민단체들도 조사단에 포함되기를 원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측근들의 부패 스캔들로 심화된 노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급락은 파병의 최대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주 한국 정부 각료진과 청와대 비서진은 전원 사표를 제출했고(노대통령은 이를 반려했다), 계속 떨어지는 지지도는 노대통령의 파병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소장파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파병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청와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한국인 교수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팀 내부에서 노대통령의 정치 관련 보좌관들(파병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노대통령이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본다)과 국방·외교 당국자들(파병을 대 미국 군사관계를 강화할 황금기회로 본다) 사이에서 큰 논쟁이 벌어졌다. 노대통령이 토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입장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가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한가지 징후가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이번주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직후로 예정됐던 한국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연기의 공식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분석가들은 직설적인 럼즈펠드 장관이 파병 문제 협상차 한국을 방문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방한을 연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많은 관측통들은 그가 한국에 올 경우 파병의 명분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한다.
부시 행정부의 주도적인 매파 인사인 럼즈펠드는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평판이 매우 나쁘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자신의 지지도에 또 한차례의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노대통령이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다.

GEORGE WEHRFRITZ and
B. J. LEE



SK 비자금 사건



2002년 대선자금 뇌관될까

2002년 대선자금의 뇌관을 건드린 것 같은 조짐이다. 지난해 대선 직전 SK그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각각 1백억원과 25억원의 비자금을 건넨 것으로 10월 11일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SK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SK그룹이 대선 직전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이었던 최돈웅 의원에게 현금 1백억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SK측은 또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총무본부장이던 이상수 통합신당 의원에겐 25억원을 건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 조사가 사실이라면 대선 직전 누가 대통령이 될지 예측불허였던 때 SK는 노무현 후보의 민주당보다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쪽에 4배 많은 ‘보험금’을 낸 셈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최의원은 대선 전 SK그룹에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고, SK그룹은 손길승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 등이 협의해 비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분식회계 등을 통해 마련한 돈을 사과상자에 2억∼4억원씩 현찰로 담아 봉고차 등으로 최의원 집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의원은 이 돈을 집에 보관하며 대선자금과 사조직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썼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연 최의원이 국내 대기업 중 SK에서만 돈을 전달받았겠느냐는 문제로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최의원은 이같은 혐의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중앙당 후원회를 앞두고 전화를 걸 만한 1백개 정도의 기업체 명단이 내려와 전화를 돌려 후원금을 내달라고 했다. 그 가운데 SK가 들어갔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나는 강원도에 있을 때라 20∼30군데밖에 전화를 못했다”고 해명했다.
개인 유용 혐의에 대해서 그는 “법인을 운영하면서도 공사를 엄격히 구분해 관리해 왔다. 있지도 않은 일을 두고 유용했다고 하는 것이 제일 곤혹스럽다”고 답했다.

한편 이상수 의원은 SK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의원은 “SK로부터 모두 25억원을 받았으나 전부 영수증처리했다”며 정당한 정치자금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여야는 모두 지난 대선자금의 투명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원



노사모



‘노짱’ 구하기에 나섰다

“긴급 제안! 전국 노사모가 한자리에 모입시다”, “노사모들이여! 다시 결집하자!”, “노사모여! 다시 돌아가자! 그 뜨거웠던 12월 19일로!”
노무현 대통령이 충격적인 재신임 선언을 한 10월 10일부터 11일 아침까지 노사모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구호들이다. 노사모 사이트는 다시 대선을 치르는 분위기에 돌입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노사모 재결집을 호소하고, 컴백을 선언하는 회원들로 가득찼다. 마치 논에서 갑자기 날아오르는 메뚜기 떼처럼 순식간에 게시판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정몽준 의원이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하자 비밀 결사대처럼 밤새 표 결집을 호소하던 노사모의 모습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한 회원은 “장롱 속에 있던 노사모 티셔츠와 노랑손수건을 다시 꺼내 펼쳐보면서 전의를 다진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위기에 찬 노대통령을 구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회원은 “밤새 한숨도 못자고 뒤척였는데, 아침 출근길 가슴 한켠에서 울컥하며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면서 “지금까지 주변인으로 살아왔으나 이제부터는 다시 적극적으로 노대통령을 돕겠다”고 말했다.

노사모는 데일리 논평을 통해 “그동안의 정치 현상 등에 비춰봤을 때 우리는 대통령의 결정을 십분 이해한다”면서 “노대통령의 대국민 재신임 평가 요구를 전폭적으로 환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노대통령은 내각 총사퇴 결의를 반려하며 재신임 돌파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그렇다 해도 노대통령의 최근 지지도가 16.5%까지 하락한 시점에서 노사모를 비롯한 지지자들이 대선 전처럼 다시 결집해 이 위기를 돌파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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