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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2∼3개월 못넘긴다”

“약발 2∼3개월 못넘긴다”

<10·29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했으나 분양가 규제가 교육 문제·강남권 주택 공급 등 알맹이가 빠져 있어 집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사진은 대책 발표 후 썰렁한 부동산 업소들.
정부 전 부처가 참여해 공을 들여 ‘10·29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예고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작 시장이 요구했던 분양가 규제나 교육 문제·강남권 주택 공급 등 알맹이가 빠져 과열양상을 보이는 집값을 잡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냉담한 반응도 많았다. 과연 집값은 안정될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거래를 동결해 일시적으로 집값이 숨고르기 양상을 띠는 반쪽 대책일 수 있다고 본다. 핵심 대책이 빠져 언제든지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주택거래 허가제 등 토지공개념이 포함된 2단계 대책 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정부도 집값이 과열 조짐을 보일 경우 이미 발표된 2단계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가 시장과 한판 힘겨루기에 나선 양상이다. 지난 29일 대책을 발표하자 시장은 대체로 큰 충격 없이 보합세를 나타냈다. 지난 5·23, 9·5대책 때만 해도 ‘부동산판 코스닥시장’으로 불렀을 만큼 재료에 민감한 서울 강남권이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빠졌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토지공개념 도입 발언을 한 후 이미 가격이 조정받은 이유도 있었다. 문제는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노리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겠느냐는 점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1가구 3주택자들에게 양도세를 최고 82.5%(주민세 포함)를 부과하며 앞으로 1년간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어서 매물을 좀 내놓지 않겠냐”며 “하지만 시장이 급락할 정도의 충격 효과는 발휘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정부가 토지·주택 과다보유자에 대해 보유가 부담되도록 보유세를 강화하는 종합부동산세 시행시기를 당초 2006년에서 1년 앞당기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매물 압박으로 작용하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증여를 하는 우회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도세보다는 증여세가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택지보유 상한제를 도입했을 당시 적지 않은 땅부자들이 자녀에게 편법 증여를 많이 했었다”며 “양도세 중과가 오히려 부의 대물림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2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키로 해 주상복합아파트 시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상복합아파트는 3백 가구 미만의 경우 전매제한을 받지 않아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으나 앞으로는 쉽지 않게 됐다. 정부는 또 2차대책으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투기과열지구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 경우 실수요층이 많지 않은 지방 대도시의 분양시장은 급격히 냉각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은 비교적 손쉬운 방법이어서 언제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주택 사업이 갈수록 어렵게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러나 주상복합아파트도 전매제한 시점이 많이 남아 있어 업체들이 막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시중의 부동자금들이 주상복합아파트 시장으로 몰려 투전판으로 전락,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2~3% 오를 땐 추가 대책” 다만 이번 대책으로 무주택자들이 분양을 받기는 훨씬 유리해졌다. 정부가 내년 초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32평형(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75%를 무주택 우선공급 대상(35세 이상 5년 무주택자) 몫으로 돌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무주택 우선공급 물량은 전체의 50%였다. 이에 따라 무주택자의 3백만원짜리 청약통장(서울 기준)은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주택자 청약통장의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정부가 예고한 2차대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2차대책에는 투기지역의 주택거래 허가제,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 환수, 투기지역 고가주택 취득 때 실제 취득가액으로 취·등록세 과세 등 ‘쇼킹’한 대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주택거래 허가제와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 환수는 토지공개념적인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집값이 앞으로 2∼3% 오를 땐 추가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주간 단위로 0.5%의 가격 변동이 있을 경우 ‘경계 경보’를 내리고, 1% 이상 변동 상황이 2∼3회 지속되면 추가 대책의 시행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권 공급대책은 빠져 정부는 1차대책안이 ‘별것 아니다’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자 급히 추가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거래신고제 도입에 따른 파장을 일단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연내에 시행할 이 제도는 주택매매 계약 체결 즉시 취득자가 계약 내용을 시·군·구에 신고하도록 해 취득세와 등록세, 양도세 과세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주택거래 신고제를 실시하면 투기지역의 부동산 실거래가 과세 시점이 당초 예정했던 내년 하반기에서 연내로 앞당겨지게 된다. 정광영 한국부동산 컨설팅 사장은 “이번 대책에서 그나마 약발이 먹힐 만한 게 주택거래 신고제”라며 “하지만 거래만 위축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이번 1단계 대책의 강도를 낮춘 것에 대해 2단계 대책을 도입하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내놓는다. 안홍빈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 차장은 “반(反)시장적인 내용을 담은 2단계 대책을 곧바로 시행하기에는 정부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2단계 대책 중 비교적 후유증이 작은 내용들은 시행에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집값은 이미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접어든데다 매수심리가 위축해 연말까진 약보합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수요층이 많은 강남권 아파트값이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이번 대책에서 정작 집값 불안의 요인인 강남권 공급대책이나 교육문제가 빠져 있다”며 “이 때문에 약발이 먹힌다 해도 일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광영 한국부동산컨설팅 사장은 “이번 대책의 약발은 2∼3개월 정도 지속할 것 같다”며 “강남 아파트시장이 내년 겨울방학 이사철과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값이 오른다고 해도 올 봄이나 여름처럼 급등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동안 아파트값이 가수요에 의해 급등한 측면이 없지 않았는데 양도세 등 거래세가 강화돼 아파트 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기수요로 아파트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겁없는’ 투자자들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성종수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그러나 지금처럼 매물 품귀현상이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경우에도 값이 오를 수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 매물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 보유자들은 양도세 강화에 대비해 실거주용이 아닌 수도권 외곽지역의 투자용 주택을 처분해 보유 수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실수요자들은 이런 양도세 매물을 노려볼 만하나 시세보다 5∼10% 정도 싸야 메리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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