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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 OK! 그래야 단골 돼”

“반품? OK! 그래야 단골 돼”

안영태 사장(오른쪽)이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웃으면서 빵을 권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크라운베이커리 개화산역점의 안영철(48) 사장은 이제 거의 창업 컨설턴트 수준이다. 창업과 관련해 질문을 하면 ‘꼭 해야 될 것’과 ‘해선 안 될 것’ 등 창업과 관련한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창업 관련 컨설팅뿐 아니라 가게 운영이나 손님 응대도 몸에 익었다. 단골과 낯선 손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가히 창업 전문가에 프로 장사꾼이라 할 만하다. 당연히 창업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동네 커피숍에서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런 짐작은 금방 ‘오판’으로 드러났다. 안사장이 처음 창업에 뛰어든 것은 1994년, 9년 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입사한 그는 13년간 직장생활에 충실했다. 지금도 공기업은 비교적 안정된 직장에 속하지만 과거 공기업은 거의 ‘무풍지대’ 수준이었다. 그렇게 13년이 지난 어느 날 안사장은 사표를 냈다. “집사람이 자꾸 새로운 일을 해보자고 해서요. 공기업이 안정적이었지만 봉급도 박한 편이었고….”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돈을 가지고 나와 시작한 것이 주유소다. 가스안전공사에 다니면서 알게 된 정유사 가스 부문 사람이 소개해 줬다. 워낙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친척과 동업으로 시작했다. 두 사람의 돈과 정유사에서 융자를 얻어 시작한 주유소는 94년만 해도 ‘주유소 거리제한 제도’가 있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주유소를 시작한 지 이듬해인 95년에 거리제한이 풀리면서 주유소가 난립했다. 서서히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렇게 근근이 사업을 해오다가 97년 외환위기 때 결정타를 맞았다. 주요 고객이었던 화물차들이 외환위기 직후 일감이 줄어들면서 외상을 갚지 않기 시작한 것. 정유사와 금융기관에 내야 하는 고금리 이자도 부담이 됐다. 주유소를 팔고 빚을 갚고 나니 손에는 겨우 조그만 가게 하나 시작할 정도의 돈밖에 남지 않았다.

첫 창업 주유소는 실패 99년 빚잔치를 끝내고 한 1년간은 일을 하지 않았다. “주유소 하면서 워낙 힘들어서 한 1년간은 새로운 일을 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렇다고 무작정 쉴 수는 없었다. 아직 교육시켜야 할 자녀가 있었고 4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얼마 남은 돈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었다. 이번에도 부인이 나섰다. 빵집을 해보자고. 일단 먹는 장사라 망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 끌렸다. 한번 망해본 사람으로서 몸을 사리는 건 당연한 이치. 3년 전인 2000년 9월 처음 빵집을 열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일단 프랜차이즈를 살폈고 고심 끝에 크라운베이커리를 선택했다. 처음 빵집을 연 곳은 김포 풍무동. 당시 대단지 아파트가 여기저기 들어섰고, 안사장도 1천2백 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분양받았다. 한번 사업을 망해 봐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빵집 장사는 처음부터 완전히 달랐다. 빵집에 비하면 주유소는 ‘사업’ 수준이었던 것. 직원과 아르바이트 몇명을 거느리고 하던 주유소와 달리 빵집은 안사장과 부인이 직접 모든 것을 해야 했다. “주유소 할 때 어지간히 바쁘지 않으면 제가 주유기를 잡을 일이 없었거든요. 뒷짐지고 그냥 폼잡으면 되는 거였는데…. 조그만 빵집을 하니까 뭐 어디 피할 데도 없고, 그렇다고 직원 쓰면서 할 정도로 남는 장사는 아니고, 참 난감하더라고요.”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한 사람들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이 바로 손님 응대다. 머리숙여 인사하고 웃는 얼굴로 손님 대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눈을 보고 말을 해야 인상에 남고, 단골이 되죠. 또 그래야 손님의 기분이나 원하는 바를 파악해 매상도 올릴 수 있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손님이 물으면 다른 곳을 보고 얘기했죠.” 그러나 그도 변할 수밖에 없었다. 오전에는 부인이 저녁에는 안사장이 가게를 각각 책임지면서 손님을 피할 길이 없었기 때문. 그렇게 손님에게 부대끼면서 적응해 갔다. 지금은 손님의 첫 인상만 보고도 어떤 빵을 얼만큼 살지 대충 짐작할 정도다. “40대가 들어오면 일단 팥빵 쪽을 권해보죠. 10대는 거의 피자빵이나 소시지빵 같은 거고요. 할머니들은 당연히 카스테라 종류를 좋아하고, 주부들은 일단 고를 시간을 주고 난 뒤 멈춰선 곳 근처의 빵을 잘 설명해 주면 됩니다.” 이렇게 빵집에 재미를 붙이면서 그는 빵을 만드는 학원까지 다녔다. “BM(baking master:제빵기술자)이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빵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굳이 주인이 제빵 기술을 익힐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한달에 한두번 정도 BM이 안 올 때도 있고, 또 제가 빵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서로 대화하면서 더 좋은 빵을 만들 수 있어서 좋지요.” 4개월 정도 제빵학원을 다니면서 거의 자격증을 딸 실력까지 갖췄다.

반품 손님 단골 만들어 반품도 언제든 OK다. “초콜릿 케이크의 경우 냉장고에서 꺼내면 좀 딱딱합니다. 집에 가서 한 30분 뒀다가 드시면 부드럽고 맛있는데 그걸 모르고 ‘이 집 케익이 왜 이렇게 딱딱하냐’고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더러 있어요. 그럼 일단 새걸로 바꿔드리고 그 다음에 설명하죠. 그런 손님들은 1백% 단골이 됩니다.” 이렇게 장사에 눈을 떴지만 그러나 뜻밖의 위기를 맞는다. 처음 입주했던 단지 내 상가의 상권이 단지 밖의 상권에 밀리기 시작한 것. ‘대단지 아파트를 끼고 장사하라’는 창업의 대명제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안사장은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그때 얻은 결론이 바로 주변환경과 도로 여건이었다. “대단지 상가가 좋은 상권이 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와 외각의 상권을 갈라놓은 최소 편도 3차선 이상의 도로가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아파트 주민들이 도로를 건너가지 않고 단지 내 상가에서 물건을 사죠. 그런데 김포의 아파트 단지는 고작 1차선 도로가 놓여 있을 뿐이었어요. 그럼 주민들이 쉽게 건너다녀요. 처음에는 단지 외곽이벌판이었지만 곧 상가가 들어서면서 아파트 내 상가가 죽어버린 것이죠.” 매출 증가세가 점차 줄어들면서 안사장은 새로운 점포를 물색했고, 다시 자리잡은 곳이 바로 지금의 개화산역 부근이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포진해 있고 역 근처라 입지로는 최적의 장소다. 아직은 완전하게 개발하지 않았지만 점점 아파트 수도 늘어나고 있고, 역도 2007년께 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으로 변한다. 이 가게는 본사 직원도 말린 자리. 하지만 안사장이 우겨서 선택했다. 한 번 망해보기도 하고, 한 번 큰 고비를 넘기면서 안사장은 “이제 될 자리도 알아볼 만큼 장사에 눈이 트인 것 같다”고 했다. 개화산역점의 한달 평균 매출은 1천5백만원 정도. 이중 재료비(60%), 월세(1백만원), 인건비와 관리비(1백만원)를 제외하면 5백만원 정도 순수익이 남는다. 아직은 이 지역이 개발 단계의 상권이라서 내년에는 더 많은 매출과 순익을 기대하고 있다. 실패와 성공을 맛본 안사장은 예비창업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폼 잡고 싶으면 그냥 회사 다니는 게 훨씬 나아요. 그나마 우아해 보이는 빵집도 주인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와이셔츠를 안 입고 젊은 사람 비위 맞출 각오가 돼 있어야죠. 그리고 창업 준비기간은 길수록 유리합니다. 덜컥 남의 말 믿고 뛰어들다간 망하게 돼 있어요. 발로 확인해야죠.” ‘재야의 컨설턴트’다운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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