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일등이 세계 일등”
■ 박종수 ㈜유아이디 대표 “예로부터 ‘깎고 깨지는’ 사업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저는 연마 회사를 13년째 맡고 있습니다.” ㈜유아디는 휴대폰·캠코더 등에 들어가는 LCD(액정장치)유리를 평탄하게 연마해 주는 회사다. 일본 아사히·센트럴글래스 등으로부터 4∼11㎜ 두께의 유리를 들여와 굴곡을 반듯하게 펴주는 것이 유아이디의 ‘특출한’ 기술이자 사업분야다. 이 회사 박종수(57) 대표는 주택은행·극동건설 자금부장을 거친 금융통으로 “틀림없이 된다”는 일념으로 제조업체를 인수했지만, 회사는 96년까지 누적적자가 16억원에 이르는 풍전등화 상태였다. “1997년 이후 핸드폰 시장이 ‘뜨면서’ LCD유리 수요가 늘었고, 저희 회사도 떴지요. 지금은 휴대폰 화면이 커질수록 (LCD유리 수요가 늘어) 즐거운 사람이 됐습니다.” 유아이디가 연마한 LCD유리는 전량 삼성코닝에 공급돼 연간 2백5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삼성코닝에 들어가는 LCD유리의 59%를 유아이디가 납품하고 있다. 부채비율 51%, 영업이익률 21%로 충남의 대표적인 알토란기업이다. 지금이야 경북 구미·충북 오창·중국 지린성(吉林省) 등으로 생산기지를 확대했지만 박대표에게 고향같이 푸근한 곳이 연기군 노장농공단지에 위치한 유아이디 본사다. “90년 회사를 설립한 곳도, 세계 최고 수준의 연마기술을 개발한 곳도 연기 공장입니다. 서울과 가까운데다 생산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어 사업하기 좋은 곳입니다. 99년 구미공장을 짓고 나서부터는 서울사무소와 구미공장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지요.” ■ 정영재 테스텍㈜ 사장 “반도체 검사장비를 국산화하자.” 이런 일념으로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의 자금과 정영재(47) 당시 테러다인 매니저의 기술이 만난 회사가 바로 테스텍이다. “대학(고려대 전자공학)을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회사가 금성반도체입니다. 반도체 검사장비 일을 맡았는데 이것이 인연이 돼 나중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검사장비 회사인 테러다인에서 일하게 됐지요.” ‘언젠가는 한국 회사를 만들겠다’는 바람이 있던 차에 그는 정문술 당시 미래산업 사장의 제안이 있어 흔쾌히 동의했다. 96년 11월 천안에서 창업한 테스텍은 꼬박 2년 동안 제품 연구에 매달려 설계부터 조립까지 1백% 국산화한 반도체 검사장비를 개발했다. “가령 2백56메가D램이 있다고 칩시다. 2억5천6백만개의 방이 있다는 것인데, 방마다 0인지 1인지 기억하고 있는지, 시간이 가면 바뀌지는 않는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지 등을 자동적으로 검사하는 기계입니다.” 반도체 검사장비의 국산화로 연간 1천억원대 수출대체 효과를 거둔 것은 물론, 수출 길도 트였다. 현재 독일 인피니온·이탈리아 EMS·브라질 이타오텍 필코 등에 납품하고 있다. 테스텍은 대표적인 기술집약 회사로 전체직원 87명 가운데 65%가 연구인력이다. 내년부터는 지문인식 시스템 사업에 본격 진출해 5백억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천안이 생산기지로 훌륭하다”고 추천하는 정사장은 “다만 연구인력 구하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분당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 박덕흥 STS반도체통신 사장 98년 6월 박덕흥(57) 삼성전자 온양공장장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78년 입사해 꼬박 20년을 근무한 온양공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특수패키지 부문이 분사되면서 설립된 STS반도체통신의 CEO가 그의 새로운 명함이었다. 그리고 5년여가 지났다. 당시 1백20명으로 출발해 5억원 매출을 올리던 STS는 10월 말 현재 종업원 3백85명·매출 4백50억원대를 바라보는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충남기업인대회 창업대상(2000년 6월), 코스닥시장 등록(2001년 5월) 등을 통해 유명세도 타고 있다. 천안 백석산업단지에 입주한 STS의 주력제품은 명령 프로그램에 따라 시스템을 제어하는 반도체인 MCU 제품·미디어 제품 등이다. 박사장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비메모리 부문을 특화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고급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 짧은 기간에 STS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 이형집 대성엠피씨 사장 서울 대방동에서 자본금 50만원으로 창업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금속인쇄 전문회사로. 그동안 본사를 성수동→성남→아산으로 옮기면서 직원은 5명에서 1백50명으로, 매출은 2백50억원대로 훌쩍 성장했다. 여기서 순이익은 29억원으로 ‘제조업은 저마진 사업’이라는 선입견을 무색케 한다. “금속인쇄는 석판·알루미늄판에 인쇄가 잘 되도록 도장 처리한 후 각 제품의 특성에 대한 무늬 색상을 인쇄한 다음 건조한 것을 말합니다. 크게 식관·병마개·미술관 등으로 구분되지요.” 충남 청양 출신의 이형집(65) 사장은 “부산의 육군인쇄창에서 2년간 오프셋인쇄 분야에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인쇄라는 한 길을 걸어왔다”며 “인쇄기·도장기·왁스기 등 국내 최초로 금속인쇄 설비를 갖춘 회사”라고 소개했다. 대성엠피씨는 87년 아산시 신항리에 공장을 마련, 꾸준히 공장을 증설해 현재까지 1만5천평 부지에 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6컬러 인쇄기를 도입해 경쟁력을 더 높였다. ■ 정태봉 유진통신공업 사장 ‘한국 대표’ 동축케이블 업체. 연기군 응암농공단지에 입주해 있는 유진통신공업은 업계에서 이렇게 통한다. 동축(同軸)케이블은 TV 인입선·CCTV 연결선·TV 안테나선 등에 사용되는 전송선을 일컫는다. 이 회사 정태봉(42) 사장은 “국내 최초로 Q마크·KS마크 인증을 받으면서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자체 브랜드는 물론 LG·대한·희성전선 등 전선업계 3대 메이커가 모두 유진 제품을 쓴다”고 소개했다. 동축케이블 시장점유율 60%대. 1백억원대 수출을 포함해 올해에만 유진은 3백2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84년 인천에 설립해 연기로 이사온 지 올해로 꼭 10년째입니다. 당시 매출이 20억원이었는데 지금은 3백억원이 넘으니까 15배도 넘게 성장한 셈이지요. 지난해에는 공급 부족으로 애를 먹어 제2공장을 증설했습니다.” 정사장은 지난 2000년 10월 미국 암페놀사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고 주식을 전량 팔았다. 주인이 미국계 정보통신회사로 바뀌었지만, 암페놀 측은 정사장의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해 “계속 CEO로 근무해야 한다”는 계약조건을 달았다. “이익 전액을 설비투자에 쓴다”는 소신을 10년 넘게 지키고 있다. [양완수 하나위탁영농 대표]“키토산쌀로 차별화해 살맛 난다” “이 쌀을 보세요. 다른 품종보다 훨씬 맑아 보이지요. 게다가 맛이 워낙 차져 ‘찹쌀을 섞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습니다. 칼슘 보유량이 높아 ‘보약 먹은 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이 ‘만세보령특미’의 경쟁력입니다.” 양완수(46) 하나위탁영농 대표는 농사짓는 ‘회사’의 CEO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고향인 보령에 살면서 농사 외길을 걷고 있다. 현재는 농업기반공사가 조성한 보령 간척지 6만4천평을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다. 쌀 출하량이 연간 10만㎏에 달한다. 양대표가 지난해부터 ‘쌀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보령 하면 ‘머드액갯벌’로 유명합니다. 신간척지에 볏짚 등 유기물을 사용해 밥맛이 좋습니다. ‘만세보령특미’는 여기에다 키토산이라는 차별화 경쟁력을 더한 것입니다. 지난해 단국대 정병걸 박사팀으로부터 키토산 농법을 소개받았는데 ‘이거구나’ 하고 무릎을 탁 쳤지요.” 키토산 농법과 함께 ‘쌀맛나’라는 자체 브랜드도 도입했다. 인터넷 홈페이지(www.jayeonssal.com)도 개설해 주문전화가 하루 20∼70통까지 들어온다. 최근에는 특수 알루미늄으로 진공 포장해 1년 먹을 분량을 한꺼번에 사도 언제나 햅쌀처럼 먹을 수 있는 ‘보령특미’도 선보이고 있다. 양대표 부부를 포함해 하나위탁영농의 직원은 모두 3명. 3명이 연간 7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토지 임대료 등의 원가를 빼고도 연간 2억원 정도를 벌어들인다. 1인당 매출 2억원대에 순이익률이 10%가 넘으니 제조업체 사장 부럽지 않다. 재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올해에만 3억원을 들여 이물질을 골라내는 조선기·원적외선 건조기 등을 들여놨다. [성완종 서산장학재단 이사장]“기업은 서울로, 마음은 고향으로” 최근 경남기업을 인수하면서 건설업계 기린아로 등장한 성완종 대아그룹 회장은 고향인 서산을 비롯해 충남 일대에서 안정적으로 터를 닦아온 사업가다. 성회장은 지난 91년 4월 서산장학재단을 설립해 지역발전과 문화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일푼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눈물 젖은 빵의 의미를 잘 압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것과 기업의 이윤의 사회 환원이 인생의 양대 좌표입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난 91년 성회장은 31억원을 출자해 서산장학재단을 만들었다. 설립 12돌을 맞은 이 재단의 기금은 순수장학재단으로는 국내 최초로 1백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 3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재단의 혜택을 받았다. 문화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러시아 볼쇼이합창단·불가리아 소피아 마드리갈 합창단 등 수준 높은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그는 2010년까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모두 처분해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도 없다. 목원대에서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지난 99년 곧바로 아내와 자식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두 아들에게는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한 채씩은 사주겠지만 재산은 절대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내와 자식들도 모두 제 뜻에 공감해 주더군요. 고마운 일이죠.” 그는 자신의 명의로 땅이나 부동산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주식만 갖고 있을 뿐이다. 주식을 내놓는다는 것은 전 재산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가 사회환원에 이토록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께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라’라는 유언을 남기셨거든요. 어차피 맨손으로 시작해 번 돈이니 사회에 돌려주고 가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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