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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도 군사작전처럼

경영도 군사작전처럼

암논 란단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방법을 이스라엘군에서 배웠다. 이제 그가 머큐리 인터랙티브를 더 높은 고지로 이끌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최정상으로 진격하는 것이다.
암논 란단(Amnon Landan)이 실리콘밸리에 첫 발을 디딘 것은 1981년의 일이다. 이스라엘군에서 4년 동안 복무하며 테러리스트 소탕작전을 벌이다 22세에 전역한 후였다. 그는 당시 여자 친구 야엘(지금의 부인)과 미국을 여행 중이었다. 그들은 낡은 시보레 베가를 몰고 북미 전역을 돌아다녔다. 잠은 베가 뒷좌석에 매트리스를 깔고 잤다. 그런 불편쯤이야 란단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캘리포니아주 베이에어리어로 들어선 날 저녁, 그는 가장 가까운 캠프장이 레드우드쇼어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레드우드쇼어스란 지금 오라클(Oracle) 본사가 있는 곳으로부터 엎어지면 코 닿을 데”라고 농을 건넸다.

란단은 그 뒤 지금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을 다섯 차례 오가며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다. 그가 이끄는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 소재 머큐리 인터랙티브(Mercury Interactive)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가운데 하나다. 머큐리의 제품은 기업용 비즈니스 솔루션에서 버그를 잡아 잘 돌아가게 만들어준다. 정보기술(IT) 부서 운영 자동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머큐리의 매출은 97년 이래 연평균 36%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신장률은 24%였다. 머큐리는 포브스 선정 ‘2003년 최우량 미국 중소기업 200’ 리스트에서 15위를 차지했다(138쪽 표 참조). 올해엔 매출 5억 달러에 순익 8,5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은행에 쌓아둔 자금만 10억 달러가 넘는다. 란단은 수년에 걸쳐 5,000만 달러의 주식을 매각했다. 2,500만 달러 상당의 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IBM ·SAP 등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인들’에 비하면 머큐리는 아직 작다. 물론 란단이 ‘작다’는 말을 좋아할 리는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금기시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작다’이다. 회사가 작으면 기업고객들은 전화조차 받아주지 않는다. 작은 회사들은 큰 회사에 인수되거나 큰 회사들 틈바구니에서 서서히 질식사하는 게 보통이다.
란단은 직원들에게 머큐리가 이미 대기업이라고 강조한다. 머큐리의 임원 4명도 그와 똑같은 목표를 주문처럼 외고 다닌다. 목표는 5대 소프트웨어 업체 반열에 올라서는 것이다.

5대 소프트웨어 업체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큰 모험일지 모른다. 하지만 꿈이 강력한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다. 첨단 기술업체들은 머큐리의 제품을 항상 필요로 한다. 게다가 머큐리는 업계 최악의 경기침체도 잘 헤쳐 나왔다. 란단은 요즘 머큐리의 소프트웨어를 숙취 해소제처럼 선전한다. 지난 98~2000년 많은 기업이 과음하듯 닥치는대로 온갖 소프트웨어를 사들여 아직 숙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그 기업들의 최고정보책임자(CIO)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이미 구입한 소프트웨어, 이미 끌어들인 인력에 대한 효율적인 활용법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이 IT에 예산의 절반을 쏟아붓지만 그 가운데 20%는 낭비되고 만다.

머큐리는 이런 고민들을 없애주는 해결사다. 시장에 선보인 최신 애플리케이션 자동 테스트 프로그램 가운데 반이 머큐리 제품이다. 대다수 대기업은 판매 ·금융 ·네트워크 관리 ·생산 자동화 등 핵심 부문에 500~1,000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 제작업체들은 십중팔구 납기일을 지키지 못한다. 그 결과 실전에 배치되기 전 철저한 테스트를 거치는 애플리케이션은 평균 25%다. 그러다 보니 애플리케이션 프로젝트 가운데 40%가 원래 목적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목표는 5대 소프트웨어 업체

머큐리는 99년 이래 이미 사용 중인 애플리케이션의 운영 효율성을 높여주는 시장으로 파고들었다. 지난 5월 2억2,500만 달러 상당의 현금과 주식으로 킨타나(Kintana)를 인수했다. 킨타나의 소프트웨어는 IT 프로젝트와 기타 자원을 추적해 고객업체들이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머큐리는 현재 7,500개 고객기업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스코 시스템스(Cisco Systems), GE 메디컬(GE Medical), 다우 케미컬(Dow Chemical), 찰스 슈왑(Charles Schwab)도 포함된다.

베이에어리어에는 매출 5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기업이 숱하다. 로터스(Lotus) ·노벨(Novell) ·워드 퍼펙트(WordPerfect)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머큐리는 기업 IT 부문의 효율성을 높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는 IBM(매출 810억 달러) ·휼렛 패커드(HP ·매출560억 달러) ·시벨 시스템스(Siebel Systems) ·오라클 ·컴퓨터 어소시에이츠(Computer Associates)도 마찬가지다.

머큐리가 어떤 난관에 부딪히든 투자자들은 머큐리의 성장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머큐리 주가는 2000년 최고치에서 70%나 하락했지만 올해 예상 수익의 52배라는 거품 같은 가격에 머물러 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머큐리의 위상은 계속 올라간다. 머큐리의 경쟁상대는 이름도 못 들어본 조그만 회사가 아니라 거대한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다. 란단은 “과거 품질관리 담당 실무 직원들과 만났지만 요즘은 CEO갅IO와 주로 상대한다”고 밝혔다.

머큐리의 오늘날이 있기까지 인재와 인맥, 기회를 놓치지 않는 적극성도 있어야 했다. 란단은 텔아비브 인근의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했다. 엔지니어이자 직업군인인 아버지가 그의 역할 모델이었다. 이스라엘 국민은 18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해야 한다. 란단도 76년 입대해 공수대원으로 레바논 남부 완충지대에서 복무했다.
란단에게 군복무는 일종의 경영학 석사학위(MBA) 과정이었다. 그는 20세에 소대장으로 25명을 지휘했다. 21세에는 중대장으로 65명을 인솔했다. 대원들은 한솥밥을 먹으며 헬기로 야간 테러리스트 소탕작전에 함께 참여했다. 란단은 비밀 임무 수행 중 총격을 받은 적도 있지만 부상당한 적은 없다. 전사한 대원도 없다. 그가 기억하는 한 사람을 죽인 일도 없다.

많은 이스라엘인은 젊은 나이에 대원들을 지휘하고 총탄 속을 헤쳐 나가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고속 성장기업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필요할 경우 권위를 확고히 세우되 작전시 소대장들에게 충분한 재량권도 부여해야 한다. 란단은 임원들과 정기 모임을 갖지 않는다. 킨타나 인수 당시 란단은 최고 인수가만 정하고 나머지 세부사항들을 데이비드 머피(David Murphy) 부사장에게 일임했다. 란단은 “문제가 있어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문제 해결에 이미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란단은 비밀작전 과정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적이 총을 쏘아대고 있다면 양자택일하는 수밖에 없다. 하나는 바위 뒤에 숨는 것이다. 그러면 총에 맞을 염려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다른 하나는 한 엄폐물에서 다른 엄폐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러다 총에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을 확보할 수도 있다. ”

이쪽 엄폐물에서 저쪽 엄폐물로 뛰어가는 것이 란단의 경영철학이다. 란단은 제대 후 미국 전역을 여행했다. 이스라엘로 돌아온 뒤에는 이스라엘의 매사추세츠 공과대(MIT)라고 할 수 있는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과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파트타임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85년 대학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소재 데이지 시스템스(Daisy Systems)에 들어가 이스라엘 출신 연구 담당자 밑에서 엔지니어링 관리업무를 맡았다. 당시 데이지는 각광받는 업체 가운데 하나였다.

데이지는 존경받는 이스라엘인 기업가 아리예 파인골드(Aryeh Finegold)가 설립했다. 파인골드는 워크스테이션을 약간 손질하면 칩 회로 설계와 테스트가 신속히 수행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80년 전무하다시피했던 데이지의 매출은 85년 1억2,2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란단은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리콘밸리로 자리를 옮겨 데이지 연구진과 함께 일하게 됐다. 란단은 “당시 아이 둘을 키우면서 골프도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86년 신기술 개발이 지연되자 데이지의 매출은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가는 37달러에서 86년 중반 5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사진은 파인골드를 내쫓았다. 파인골드는 신생기업 레디 시스템스(Ready Systems)에 안착했다. 그에게 란단을 프로그래머로 추천한 이가 바로 레디의 임원들이다. 파인골드와 란단의 첫 만남은 잘 풀리지 않았다. 란단은 레디에서 일하기로 계약했지만 아버지가 위독해 이스라엘로 급히 귀국했다. 그리고 마음을 바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파인골드에게 통고했다. 란단은 “당시 파인골드와 함께 일하지 말아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란단과 파인골드는 89년 데이지의 연례 주총에서 다시 마주쳤다. 좋지 않은 감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파인골드는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인재가 필요했다. 그는 이미 사업안으로 550만 달러를 유치해놓은 상태였다. 유닉스용 애플리케이션 개발과정에서 매우 까다로운 몇몇 작업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파인골드의 사업안이었다. 그것이 이른바 ‘회귀검사(regression testing)’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코드가 일부 정정될 때마다 전체 프로그램이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는지, 다른 코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이스라엘군 복무 경험이 소중한 밑천

파인골드는 이스라엘에 있는 두 개발팀 가운데 하나를 란단에게 맡겼다. 그리고 고객중심 관행을 확립했다. 이는 머큐리가 아직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다. 여기서 란단의 말을 들어보자. “어떤 회사든 가장 뛰어난 인재를 연구 ·개발(R&D) 부서에 배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R&D팀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못 판단하곤 한다. 마케팅 부서에서 아무리 불평해도 귀기울이지 않는다.” 란단은 R&D 인력을 고객상담 센터로 돌려 고객의 불만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판매가 늘 수 있는지 직접 듣도록 조치했다. 그는 “이제 R&D팀이 가장 주력하는 것은 제품의 상업적 성공이지 최첨단 프로젝트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머큐리는 93년 처음 흑자로 돌아섰다. 유치한 투자금 1,150만 달러 중 절반이 아직 남아 있는 시점이었다. 같은 해 파인골드는 란단을 다시 실리콘밸리로 불러들였다. 란단은 2~3년 실리콘밸리에 머물다 이스라엘로 돌아가리라 생각해 집을 구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6년간 체류하면서 파인골드와 함께 머큐리를 설립했다.

95년 란단은 머큐리 사장 자리에 올라 세계 판매를 총괄했다. 머큐리는 이후 새로운 기술 물결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일례로 전사적 자원관리(ERP) 부문에서 머큐리 제품은 SAP ·피플소프트(PeopleSoft) ·오라클 패키지 프로그램의 표준 테스트 소프트웨어로 인증받았다. 98년 초반에는 밀레니엄 버그 해결 솔루션인 테스트수트2000(TestSuit2000)을 출시했다. 전자상거래 붐이 일자 관련 테스트 제품도 내놓았다. 99년 들어 9개월 만에 웹 기반 비즈니스 규모가 매출의 10%에서 70%로 폭증했다. 97년 7,600만 달러였던 매출이 2000년 3억 달러로 껑충뛰었다.

99년 파인골드가 떠나면서 란단이 CEO 자리를 이어받았다. 란단은 IT 거품 기간 동안 현실을 직시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2000년 9월 머큐리의 시가 총액은 112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는 이런저런 기안이 올라올 때마다 찬물을 끼얹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은 직원들 모임에서 란단이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스톡옵션만 행사하면 떼돈을 벌 수 있는데 아등바등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면 머큐리에서 스톡옵션를 행사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란단은 졸부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는 샌드힐로드에 몰려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으리으리한 부자 동네 애서턴이나 우드사이드가 아니라 조금 좋은 동네 로스앨토스에 산다. 아이들은 공립 고등학교에 보내고 있다. 회원제 골프 클럽은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아침 일찍 마운틴뷰의 한 매립지 위에 건설된 대중 골프장을 이용한다. 란단과 함께 즐겨 라운딩하던 이들은 그가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부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몇 달 뒤에야 알았을 정도다.

거품경제가 한창일 때 란단은 흔치 않은 결정을 내렸다. 수익을 새로운 성장엔진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새로운 성장엔진이란 기업에서 이미 사용 중인 이른바 ‘생산단계’ 애플리케이션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의 애널리스트 테레사 라노위츠는 당시 결정에 대해 “시장이 다른 새로운 기술인데 잘 되겠느냐”며 “어쨌든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하지만 란단은 “일단 믿어보라”며 “개발과 생산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고 응수했다. 결과는 란단의 완승이었다.

개발비 1억5,000만 달러가 들어간 애플리케이션 성능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토파즈(Topaz)와 액티브와치(ActiveWatch)는 현재 머큐리 제품들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란단은 “거품 속에서 대변화를 모색하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며 “거품 기간이야말로 변화의 최적기”라고 지적했다.
머큐리는 소프트웨어 업계 거인들과 경쟁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사들였다.

킨타나를 인수한 지 두 달 후 1,500만 달러에 모티브 커뮤니케이션스(Motive Communications)와 기술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애플리케이션 구동속도가 느려지는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는 기술이었다. 이번 계약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종 계약이 체결된 것은 목요일이었다. 하지만 다음주 월요일 이스라엘에서 머큐리의 인력이 이미 공수돼 있었다.

고객들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머큐리의 효율성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마스터 카드(Master Card)는 지난 5년간 머큐리의 제품을 많이 이용해왔다. 마스터 카드는 기존의 7개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교체하는 데 1억6,000만 달러나 들였다. 한 번은 하루 최고 결제 건수인 6,500만 건이 몰리는 상황을 설정해 테스트에 들어갔다. 그 결과 머큐리의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아무 문제 없음이 확인됐다.

온라인 꽃배달 업체 1-800-플라워스닷컴(1-800-Flowers.com)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엔조 미칼리(Enzo Micali)는 머큐리 제품으로 하루 10만 회 성과를 측정한다. 그 사이 고객의 각기 다른 행동을 15가지나 파악할 수 있다. 미칼리는 “어디서든 장미를 검색하는 데 몇 초밖에 안 걸린다”고 말했다. 이런 데이터에 따라 1-800-플라워스닷컴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조정한 결과 지난 5월 ‘어머니 날’ 주문이 97만 건이나 소화됐다. 하드웨어에 대한 특별한 신규 투자 없이 처리 건수를 지난해보다 8% 늘렸던 것이다.

오토원(AutoOne) 보험은 뉴욕주에서 위험수준이 높은 운전자들에게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토원은 2001년 화이트 마운틴스(White Mountains) 보험 그룹이 설립한 업체다. 오토원은 영업허가를 받기 위해 1월까지 주 당국에 신청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한 해를 공쳐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오토원은 3개월 라이선스 조건에 따라 보험 계약 체결 및 보험설계사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머큐리 제품으로 테스트했다.

당시 오토원은 자체 프로그램이 사용자 수천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무 수정 없이 실시한 첫 시뮬레이션 테스트에서 동시 사용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메모리 활용도, 비효율적인 프로그래밍, 부적절한 네트워크 위상을 추적하는 머큐리 제품으로 3개월간 테스트한 뒤부터 한꺼번에 1,000명이나 수용할 수 있었다.



IBM 등 대기업들과 한판 승부 불가피

머큐리의 성공은 칼의 양날과 같다. 머큐리가 계속 연간 15% 이상 성장해 나아간다면 컴퓨터 어소시에이츠갎P갏BM 등이 저가공세나 R&D겦뗑첼?대한 막대한 투자로 압박해올 것이다. IBM은 지난 2월 20억 달러에 머큐리의 경쟁사 래셔널 소프트웨어(Rational Software)를 인수했다. IBM은 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 부문에서 머큐리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티볼리(Tivoli)도 이미 인수한 바 있다. IBM 래셔널(IBM Rational)의 마이클 데블린(Michael Develin) 본부장은 “애플리케이션 테스트 분야에 경쟁사보다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란단은 “R&D에 경쟁사보다 2~3배 더 투자한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는 R&D에 연간 3,700만 달러를 투자해왔다. 그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의 인건비 반 정도로 이스라엘에서 인재를 공수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란단은 머큐리가 최근 기업 인수에 사용한 2억5,000만 달러도 R&D 비용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가 제기한 머큐리의 수익문제에 대해 란단은 얼토당토않다며 일축했다.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계상할 경우 파급효과에 대해 검토해보자는 안건이 올해 주총에서 부결됐다. 현재 이사회는 이에 대해 검토 중이다.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계상했다면 머큐리의 올 상반기 실적은 흑자 3,700만 달러가 아니라 적자 3,000만 달러였을 것이다.

머큐리는 2년 전부터 고객에게 소프트웨어 구입보다 1~3년 라이선스 사용을 적극 권하고 있다. 요즘 신규 계약의 40% 정도가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고객은 라이선스 계약으로 소프트웨어 사용영역이 줄어들지만 비용부담은 줄일 수 있다. 한편 머큐리는 라이선스 계약시 선불 사용료(평균 13만 달러)를 모두 받지만 대차대조표에는 이연수익으로 잡힌다. 고객들이 내는 사용료 중 일부가 분기마다 수입항목에 기재되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 가운데는 이런 회계방식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도 있다. 이연수익이 실제 실적을 불투명하게 만들거나 갑자기 사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베리사인(VeriSign)과 컴퓨터 어소시에이츠도 라이선스 계약방식을 택했다. 란단은 “머큐리가 증시에 상장된 지 10년이 됐다”며 “현재 월스트리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큐리의 시장가치는 40억 달러다. 거대 기업에 인수되지 않고 5대 소프트웨어 업체 반열로 올라설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 군출신 CEO들 ▒
이스라엘 군대는 경영대학원이라도 되는 것 같다. 앳된 10대들이 공군 ·첩보대 ·통신대의 주요 보직에 배치된다. 이들은 제대 후 이스라엘의 역동적인 기술부문으로 진입한다. 아래 소개한 CEO들말고도 군출신 기업가로 체크 포인트(Check Point)의 질 슈웨드(Gil Shwed), 컴버스(Comverse)의 코비 알렉산더(Kobi Alanxander)가 있다. ―Lea Goldman 기자


요시 바르디(Yossi Vardi ·61),


벤처캐피털리스트, 61~64년 공군 복무, 상사로 예편
“재계에 기술과 관리능력을 겸비한 인재가 없다. 군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인재 양성소다. 일류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을 군에서도 배울 수 있다. 군은 젊은이에게 수백만 달러 상당의 프로젝트를 맡기고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까지 부여한다. 과거 법대에 진학하는 젊은이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어머니들은 법대가 아닌 신생 벤처기업을 권한다.”


로이 지사펠(Roy Zisapel ·32),


래드웨어(Radware) CEO, 89~94년 첩보대 복무
“이스라엘인의 사고방식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르다. 이스라엘은 신생국가다.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인 태도도 취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작은 나라이다 보니 처음부터 글로벌한 사고방식을 갖게 됐다. 내수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처음부터 해외 지사를 개설한다. 하지만 R&D 부서는 이스라엘에 유치한다. 이스라엘에 우수한 인재가 많기 때문이다.”


샤브타이 아들레르스베르크(Shabtai Adlersberg ·50),


오디오코즈(Audiocodes) CEO, 74~83년 통신대 복무, 소령 예편
“군대는 온실과 같다. 군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와 바깥 세상에서 직면하는 문제는 다르다. 군에서는 심도 있는 기술교육을 받고 최첨단 장비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예산의 제약을 받고 마감시간에 쫓긴다는 점에서 군이나 바깥 세상이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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